"무허가 건설업자 임금체불, 공사 맡긴 회사도 함께 책임져야"
건설 하청 업체가 무허가 업자에게 재하도급을 줬다면, 무허가 업자가 근로자에게 저지른 임금체불에 대해서 하청 업체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록 업자에게 도급비를 지급했어도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전주지방법원 2-1 민사부(재판장 오창민)는 지난달 15일 근로자 3명이 자신들을 고용한 무허가 업자 B와 B에게 재하도급을 맡긴 A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 건설사로부터 아파트 신축공사를 도급 받게 된 A사는 B에게 형틀, 골조공사 등을 재하도급했다. 그런데 B는 직원들에게 총 3600만원의 임금을 체불했고 직원들은 A사와 B를 상대로 임금 청고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B는 자신도 원고들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B가 A사로 부터 지휘·감독을 받았거나 근로계약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되려 B가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감독 했고 A사로부터 기성금을 받아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입금한 점을 보면 B는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결국 쟁점은 A사 역시 B와 함께 임금 체불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였다. A사는 자신이 근로자들의 임금이 포함된 공사대금을 B에게 이미 전부 지급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근로기준법은 건설업에서 하도급을 받은 회사가 재하도급을 한 경우, 하수급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직상 수급인(하수급인에게 일을 준 바로 위 수급인)'이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도 안돼 있고 자금력이 확인되지 않은 하수급인에게 도급을 줬기 때문에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에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직상 수급인은 귀책 사유가 없어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며 "비록 A사가 B에게 임금을 포함한 공사 대금을 모두 지급했어도 미등록 건설업자 B에게 공사를 재하도급한 이상 체불임금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1심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설을 앞두고 '임금체불 예방·청산 집중 지도 기간'을 1월 10일부터 30일까지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고액·집단체불 현장에는 기관장이 직접 지도에 나서고 체불청산 기동반이 출동해 긴급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