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조기 긴축에 나설 뜻을 밝히자 글로벌 증시가 충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주부터 시작하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강력한 실적 모멘텀이 증시 반등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에도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美 4분기 실적 시즌, IT·금융株를 사야 하는 이유

긴축 우려에 흔들리는 증시

지난 7일 나스닥지수는 0.96% 내린 14,935.90에 마감했다. 새해 첫 5거래일 동안 4.53% 하락하며 지난해 2월 이후 주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 기간 S&P500지수는 1.87%, 다우지수는 0.29% 떨어졌다.

최근 미국 증시가 출렁인 이유는 Fed의 조기 긴축 예고 때문이다. 지난 5일 공개된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Fed 위원들은 오는 3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예고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양적긴축 시점도 당초 예상했던 내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영향으로 이날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1.765%까지 치솟았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고 나스닥지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조정받았다.

실적이 반전의 계기 될까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번주부터 시작하는 실적 시즌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시장 분위기를 바꿔놨기 때문이다. S&P500지수는 지난해 9월 인플레이션과 공급 병목현상 우려로 4.76% 하락했지만, 3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한 뒤 10월 한 달 동안 6.91% 상승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금리에서 실적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4분기 실적 시즌에도 어닝 서프라이즈가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업황을 보여주는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P500 기업의 4분기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지난 석 달간 0.2% 상향됐는데, 이는 15년 내 상위 18% 수준에 해당한다”며 “실적 시즌 직전의 이익 추정치 상향은 통상 어닝 서프라이즈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IT·에너지·금융 주목”

신한금융투자는 IT와 금융 업종이 이번 실적 시즌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3분기 실적 시즌에는 대다수 업종의 이익 추정치가 상향됐지만, 4분기에는 일부 업종에서만 추정치가 올라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자동차·금융·에너지·운송·필수품 유통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미디어&엔터·자본재·소비자서비스 업종은 이익 추정치가 낮아지고 있다.

올해 실적 가이던스 상향 가능성이 있는 업종을 눈여겨보라는 조언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기업에 불리한 상황”이라며 “경제적 해자(압도적 지배력)를 갖춘 반도체·IT·금융·제약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어떤 종목 유망한가

어닝 서프라이즈 후보들은 어떤 종목이 있을까. 미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MSCI 선진국지수 내 시가총액 상위 150개 종목 중 최근 한 주 동안 12개월 선행 EPS 추정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은 테슬라(3.4%)였다. 4분기 차량 인도량이 전년 동기 대비 70% 늘어난 30만8600대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26만7000대)를 크게 웃돈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마이크론(2.7%), 컨설팅업체 액센츄어(2.6%), 화이자(2.2%), 나이키(1.9%) 등이 뒤를 이었다.

에너지기업인 셰브런(0.8%), 엑슨모빌(0.4%), 코노코필립스(0.4%) 등도 EPS 추정치가 대거 높아졌다. 은행주인 웰스파고(0.6%)와 HSBC홀딩스(0.6%) 등도 상향 조정됐다. IT 기업 중에는 마이크론을 비롯해 반도체업체 브로드컴(0.4%), 알파벳(0.3%) 등의 증가폭이 컸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