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급감은 우리 사회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몇십 년 뒤엔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노인이 대부분인 사회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현상을 부른 요인은 명확하지 않다. 자연히 효과적인 대책도 나오기 어렵다.

[다산 칼럼] 출산율 급감에 대처하는 길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의 위계’에서 가장 높은 욕구는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이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은 워낙 힘들어서, 여성의 자기실현 욕구와 상충한다. 따라서 이 비용을 줄이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근본적 방안이다.

육아 비용이 큰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회임이 힘들고 오래 걸린다. 둘째, 출산이 고통스럽고 위험하다. 셋째, 육아가 힘들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출산의 어려움이다. 출산이 사람에게만 고통스럽고 위험한 까닭은 직립보행 때문이다. 두 발로 걸으니, 골반이 변형되고 산도(産道)가 좁아졌다. 반면에 뇌는 꾸준히 커졌다.

직립보행과 출산 가운데서 인류는 직립보행을 선택했다. 지난 200만 년 동안 산도는 그대로였는데, 뇌는 900cc에서 1400cc로 커졌다. 직립보행의 이점이 출산의 어려움이라는 단점을 압도했다는 얘기다. 골반이 넓어지면, 오리처럼 뒤뚱거리게 된다. 원시시대에서 빨리 그리고 오래 걷는 능력이 결정적 이점이므로, 자연선택은 작은 골반을 고른다. 빨리 우아하게 걷는 사람들이 배우자로서도 인기가 높으니, 성선택은 자연선택을 강화한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출산율의 급감은 사회적 차원에서 대처하기 어렵다. 가임기 여성에 대한 배려는 지속돼야 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이 문제를 우회할 길을 제공한다. 이미 보급된 인공 수정은 자연스럽게 인공 회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일 인공 수정된 태아가 회임 기계 속에서 9개월을 보낸다면, 출산 비용만이 아니라 긴 회임 기간으로 인한 생리적 및 경제적 비용도 사라진다. 그러면 보다 많은 여성이 아이를 갖게 될 것이다.

이 방안은 다른 이점도 지녔다. 먼저, 인공 회임은 태아에게 이상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물리적 및 화학적 충격(모체를 통한 마약과 약품의 영향)과 감염에서 보호되므로, 유산과 기형의 위험이 줄어든다. 다음엔, 출산 과정에서 태아가 겪는 고통과 위험이 사라진다. 출산은 산모만큼 태아에게도 힘들다. 아울러, 태아가 처음 만나는 사람이 의료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어머니’의 각인 과정에서 태아가 겪는 혼란을 없앤다.

셋째, 태아의 뇌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다. 좁은 산도를 통한 출산을 위해서, 인간 태아는 뇌가 25%가량 자란 채 태어난다. 다른 영장류 종은 45~50% 자랐을 때 태어난다. 뇌가 좀 더 자란 뒤에 태어나는 것은 세상에 보다 잘 적응할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다는 얘기다. 넷째, 태아는 최적의 미생물상(microbiota)을 지닐 수 있다. 우리 내장에서 공생하는 미생물 가운데 해로운 것들을 걸러내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사회는 인구를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다. 개인들의 결정에 따른 출산율이 적정 수준에 못 미치면, 사회가 인공 수정과 회임을 통해 적정 출산율을 유지할 수 있다.

인공 회임은 그리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 예상되는 어려움은 태아의 발생을 인도하는 내장 미생물상의 제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뛰어난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데, 인공 회임 기술 개발은 이런 상황을 활용하는 길이다. 초기엔 개발 비용도 얼마 들지 않는다.

원래 인공 수정과 회임은 1920년대 영국에서 우생학적 정책으로 제안됐다.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이것을 풍자했다. 위에서 제시된 방안은 자유주의적 원칙들에 맞고 생물학적 위험도 없다.

출산율의 급감은 지금 50대 아래 시민들의 만년을 위협한다. 연금 제도를 잘 짜놓아도, 젊은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 허망한 꿈이 된다. 지금 대통령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은 모두 단기적 문제에 대한 단기적 대응이다. 출산율 급감은 이미 심각해졌을 뿐 아니라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문제다. “지구에서 맨 먼저 소멸될 국가”로 꼽히는 우리나라에서 인공 회임 기술이 개발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