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회 금리 올릴수 있다는데…'초고속 긴축시대' 생존법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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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물가급등 이후 무조건 불황 닥쳐...이번엔 어떨까
어느 새 긴축이 대세가 됐습니다.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졌다는 말처럼 하루 아침에 일약 스타가 됐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반기지 않습니다. 저승사자가 출몰할 것처럼 다들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습니다.
갑자기 바뀐 미 중앙은행(Fed)을 원망해보지만 Fed도 할 말이 많답니다. 살인마로 돌변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한 때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녔던 하루살이 같은 존재였지만 이제는 '위드 코로나'처럼 '위드 인플레'라고 불러야할 정도니까요.
그러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정식 예고라도 해주지 "갑자기 뭐냐"고 따질 수 있겠죠. FOMC 의사록이라는 희한한 통로로 뒤통수를 치는 이유가 뭔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긴축을 언제 어느 강도로 할 지도 궁금합니다.
이번 주 11일에 연임을 위한 인준 청문회에 나오는 제롬 파월 의장한테 물어봐야겠습니다. 힌트라도 나오면 또다시 시장은 출렁이겠죠.
곧바로 다음날 다시 한 번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 12월 소비자물가(CPI)가 7%가 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주 '정인설의 워싱턴나우'에선 긴축과 둘러싼 여러 얘기를 살펴 보겠습니다.
이번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12월 FOMC 의사록엔 긴축의 '긴'자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대차대조표 규모 조정'이라는 얌전한 말로 포장해놨습니다. 조금 더 와닫는 말로는 양적완화에 대비해 양적긴축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론 Fed가 가지고 있는 채권을 매각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사들였던 미국 국채와 주택담보부증권(MBS)을 시중에 내놓는다는 것인데 위력은 대단합니다. 2년 만에 두 배로 체중이 늘어난 비만 체형을 하루 아침에 살 빼서 원래대로 돌아오라고 시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Fed의 자산은 코로나19 전만 해도 4조달러 남짓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작년말 기준으로 8조600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 채권을 매각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채권을 팔면 Fed는 돈을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중에 있는 돈을 흡수해버리게 됩니다. Fed의 대차대조표 축소는 곧 진공청소기로 시중에 있는 돈을 빨아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이런 진공청소기를 거의 써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과거 사례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했었던 정도입니다.
양적긴축이 진공청소기라면 금리 인상은 바람과 같습니다. 진공청소기는 범위가 좁은 대신에 바람은 광범위합니다. 영향을 받는 사람이 엄청 많다는 얘기죠.
기준금리 인상은 주로 단기금리에 영향을 줘 대출금리가 확 뛸 가능성이 큽니다. 증시, 부동산 시장에 모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당장 대출금리가 확 뛰고 대출받기도 힘들어집니다.
다만 특정 구역을 일망타진하며 청소하는 진공청소기보다는 단위면적당 위력은 덜할 수 있습니다. 진공청소기 같은 양적긴축은 이론적으론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에 영향을 주는 편이지만 현재 Fed가 보유한 채권 중 단기물도 적지 않아 이번엔 그렇게 될 지는 불확실합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관심사는 순서입니다. 먼저 바람으로 환기를 시킨 다음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겠다는 게 Fed의 설명입니다. 그 전에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종료가 있는데 그건 공짜로 주던 사은품을 없앤 것과 비슷합니다.
아무튼 순서는 테이퍼링 종료→금리 인상→양적긴축입니다. 쓰레기가 될 수 있는 사은품을 폐지하고 환기를 한 다음 진공청소기로 먼지까지 흡수해버리겠다는 겁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가 좀 더 구체적인 힌트를 줬습니다. "금리를 한 두번 올린 다음 대차대조표 조정을 할 수 있겠다"고요. 또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조정을동시에 하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선 3월 첫 금리인상, 5~6월 금리 두번째 인상한 뒤 하반기에 긴축을 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올해만 금리를 8회 올려야 한다는 매파들도 있어 금리인상과 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청문회에 나오는 파월 의장에게 이 부분에 대해 힌트를 얻어야겠죠. 미국 의원들이 "인플레이션을 막을 대책"이 뭐냐고 물으면 테이퍼링, 금리, 양적긴축 얘기하며 서로의 관계, 순서, 속도에 대해 좀 더 단서가 될만한 얘기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2일에 발표되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7.1%) 이상이라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을 좀더 강하게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7% 자체로도 놀랍지만 그 이상이라면 시장은 경기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작년 11월에 전년 대비 6.8% 올라 198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이제는 1970년대까지 소환시켜야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지표와 관련해 또 한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Fed 실세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 후보자가 13일에 연준 청문회 석상에 섭니다. 이밖에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등의 연설도 줄줄이 예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저마다 인플레인션에 대한 전망을 얘기하면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1차 대전 직후 인플레이션은 가격 통제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다가 물가가 폭락하면서 끝났습니다. 그게 바로 대공황으로 연결됐습니다.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에도 물가 상승 또한 엄청났는데 어느 순간 물가가 폭락하면서 또다시 불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음으로 참고할 수 있는 시기는 1968~83년 입니다. 오일 쇼크 등이 겹치면서 이 기간 소비자 물가는 연평균 7.3% 올랐습니다. 당시 Fed는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더라도 높은 고용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에 대한 신뢰였죠.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뒀더니 인플레이션만 살고 경기는 침체됐습니다.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통화공급을 억제하는 긴축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니 인플레이션은 잦아들었습니다. 그런데 다 가질 수 없는 법. 실업률은 이미 10%가 넘어 버리는 고실업 사회가 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Fed가 인플레이션을 다스릴 도구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으면 경기도 같이 죽어버린다는 게 문제죠. 그럼에도 인플레 잡기가 우선이니 Fed는 경기침체를 감수하더라도 '인플레 파이터'가 되려는 것 같습니다. 점도표 상으로는 올해 중 금리 인상이 3회라고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지난 7일 개막한 2022 미국경제학회에선 올해 2~2.5%까지 올려야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조 가뇽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욘 스테인손 UC버클리대 교수 등이 대표적입니다. 금리를 세 번 올려 0.75~1%가 되더라도 실질금리는 여전히 엄청난 마이너스 금리이기 때문이란 게 그들의 논리입니다.
이 논리에 입각해 생각하면 올해에도 인플레이션이 안 잡힐 수도 있으니 비장의 무기로 준비한 게 바로 양적긴축입니다. 9조달러에 달하는 Fed의 자산을 줄이면 금리 인상보다 더 큰 효과를 볼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청소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곳에 진공청소기를 대는 것과 같습니다.
올해 미국경제학회에서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는 Fed가 3500억달러 규모로 양적긴축을 하면 기준금리 0.25%포인트를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년 만에 늘어난 Fed 자산을 원래대로 돌리려면 4조달러 이상 줄여야 하니 금리를 11~12회 정도 올리는 효과가 있을텐데요. 하지만 현실은 이론대로는 되지 않겠죠. Fed가 양적긴축을 얼마나 하느냐, 어느 속도로 하느냐, 금리 인상과 어떻게 조합하느냐 등등 운영의 묘를 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플레를 잡으면서 경기침체로 빠지지 않는 게 Fed의 목표일 겁니다. 과거엔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해보겠다는 거겠죠.
결국 Fed가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잘 가느냐에 달려 있겠네요. 긴축의 희생양을 최소화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성장의 불씨를 살려나가야겠습니다.
이런 인플레이션 시기엔 원래 원자재에 투자하는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런데 긴축정책이 본격화하면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지가 관건이겠네요.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갑자기 바뀐 미 중앙은행(Fed)을 원망해보지만 Fed도 할 말이 많답니다. 살인마로 돌변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한 때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녔던 하루살이 같은 존재였지만 이제는 '위드 코로나'처럼 '위드 인플레'라고 불러야할 정도니까요.
그러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정식 예고라도 해주지 "갑자기 뭐냐"고 따질 수 있겠죠. FOMC 의사록이라는 희한한 통로로 뒤통수를 치는 이유가 뭔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긴축을 언제 어느 강도로 할 지도 궁금합니다.
이번 주 11일에 연임을 위한 인준 청문회에 나오는 제롬 파월 의장한테 물어봐야겠습니다. 힌트라도 나오면 또다시 시장은 출렁이겠죠.
곧바로 다음날 다시 한 번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 12월 소비자물가(CPI)가 7%가 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주 '정인설의 워싱턴나우'에선 긴축과 둘러싼 여러 얘기를 살펴 보겠습니다.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진공청소기 같은 '양적긴축'
Fed를 비롯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이중적입니다. 행동은 겁나게 하지만 말은 무척 점잖게 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이번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12월 FOMC 의사록엔 긴축의 '긴'자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대차대조표 규모 조정'이라는 얌전한 말로 포장해놨습니다. 조금 더 와닫는 말로는 양적완화에 대비해 양적긴축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론 Fed가 가지고 있는 채권을 매각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사들였던 미국 국채와 주택담보부증권(MBS)을 시중에 내놓는다는 것인데 위력은 대단합니다. 2년 만에 두 배로 체중이 늘어난 비만 체형을 하루 아침에 살 빼서 원래대로 돌아오라고 시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Fed의 자산은 코로나19 전만 해도 4조달러 남짓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작년말 기준으로 8조600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 채권을 매각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채권을 팔면 Fed는 돈을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중에 있는 돈을 흡수해버리게 됩니다. Fed의 대차대조표 축소는 곧 진공청소기로 시중에 있는 돈을 빨아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이런 진공청소기를 거의 써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과거 사례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했었던 정도입니다.
금리인상이라는 강풍이 먼저 온다
채권 매각 말고 Fed의 인플레 대처법은 또 하나 더 있습니다. 금리 인상입니다.양적긴축이 진공청소기라면 금리 인상은 바람과 같습니다. 진공청소기는 범위가 좁은 대신에 바람은 광범위합니다. 영향을 받는 사람이 엄청 많다는 얘기죠.
기준금리 인상은 주로 단기금리에 영향을 줘 대출금리가 확 뛸 가능성이 큽니다. 증시, 부동산 시장에 모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당장 대출금리가 확 뛰고 대출받기도 힘들어집니다.
다만 특정 구역을 일망타진하며 청소하는 진공청소기보다는 단위면적당 위력은 덜할 수 있습니다. 진공청소기 같은 양적긴축은 이론적으론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에 영향을 주는 편이지만 현재 Fed가 보유한 채권 중 단기물도 적지 않아 이번엔 그렇게 될 지는 불확실합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관심사는 순서입니다. 먼저 바람으로 환기를 시킨 다음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겠다는 게 Fed의 설명입니다. 그 전에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종료가 있는데 그건 공짜로 주던 사은품을 없앤 것과 비슷합니다.
아무튼 순서는 테이퍼링 종료→금리 인상→양적긴축입니다. 쓰레기가 될 수 있는 사은품을 폐지하고 환기를 한 다음 진공청소기로 먼지까지 흡수해버리겠다는 겁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가 좀 더 구체적인 힌트를 줬습니다. "금리를 한 두번 올린 다음 대차대조표 조정을 할 수 있겠다"고요. 또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조정을동시에 하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선 3월 첫 금리인상, 5~6월 금리 두번째 인상한 뒤 하반기에 긴축을 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올해만 금리를 8회 올려야 한다는 매파들도 있어 금리인상과 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청문회에 나오는 파월 의장에게 이 부분에 대해 힌트를 얻어야겠죠. 미국 의원들이 "인플레이션을 막을 대책"이 뭐냐고 물으면 테이퍼링, 금리, 양적긴축 얘기하며 서로의 관계, 순서, 속도에 대해 좀 더 단서가 될만한 얘기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구타 유발자' 인플레이션
아마도 파월 의장은 11일 청문회 자리에 나가기 전 다음날에 나오는 작년 12월 인플레이션 지표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12일에 발표되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7.1%) 이상이라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을 좀더 강하게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7% 자체로도 놀랍지만 그 이상이라면 시장은 경기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작년 11월에 전년 대비 6.8% 올라 198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이제는 1970년대까지 소환시켜야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지표와 관련해 또 한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Fed 실세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 후보자가 13일에 연준 청문회 석상에 섭니다. 이밖에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등의 연설도 줄줄이 예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저마다 인플레인션에 대한 전망을 얘기하면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과거 인플레 이후엔 대부분 불황과 겹쳐
그렇다면 과거 인플레이션 시기엔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 긴축정책을 썼고 그 때마다 어김없이 불황이 찾아왔습니다. 배런스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1차 대전 직후 인플레이션은 가격 통제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다가 물가가 폭락하면서 끝났습니다. 그게 바로 대공황으로 연결됐습니다.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에도 물가 상승 또한 엄청났는데 어느 순간 물가가 폭락하면서 또다시 불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음으로 참고할 수 있는 시기는 1968~83년 입니다. 오일 쇼크 등이 겹치면서 이 기간 소비자 물가는 연평균 7.3% 올랐습니다. 당시 Fed는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더라도 높은 고용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에 대한 신뢰였죠.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뒀더니 인플레이션만 살고 경기는 침체됐습니다.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통화공급을 억제하는 긴축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니 인플레이션은 잦아들었습니다. 그런데 다 가질 수 없는 법. 실업률은 이미 10%가 넘어 버리는 고실업 사회가 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인플레 제어하면서 성장 불씨 이어갈까
이번엔 어떨까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막대한 부양책이 주요한 원인입니다. 미국의 M2 통화공급량은 2년간 무려 41%나 증가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의 2배 수준입니다.그래도 Fed가 인플레이션을 다스릴 도구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으면 경기도 같이 죽어버린다는 게 문제죠. 그럼에도 인플레 잡기가 우선이니 Fed는 경기침체를 감수하더라도 '인플레 파이터'가 되려는 것 같습니다. 점도표 상으로는 올해 중 금리 인상이 3회라고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지난 7일 개막한 2022 미국경제학회에선 올해 2~2.5%까지 올려야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조 가뇽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욘 스테인손 UC버클리대 교수 등이 대표적입니다. 금리를 세 번 올려 0.75~1%가 되더라도 실질금리는 여전히 엄청난 마이너스 금리이기 때문이란 게 그들의 논리입니다.
이 논리에 입각해 생각하면 올해에도 인플레이션이 안 잡힐 수도 있으니 비장의 무기로 준비한 게 바로 양적긴축입니다. 9조달러에 달하는 Fed의 자산을 줄이면 금리 인상보다 더 큰 효과를 볼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청소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곳에 진공청소기를 대는 것과 같습니다.
올해 미국경제학회에서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는 Fed가 3500억달러 규모로 양적긴축을 하면 기준금리 0.25%포인트를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년 만에 늘어난 Fed 자산을 원래대로 돌리려면 4조달러 이상 줄여야 하니 금리를 11~12회 정도 올리는 효과가 있을텐데요. 하지만 현실은 이론대로는 되지 않겠죠. Fed가 양적긴축을 얼마나 하느냐, 어느 속도로 하느냐, 금리 인상과 어떻게 조합하느냐 등등 운영의 묘를 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플레를 잡으면서 경기침체로 빠지지 않는 게 Fed의 목표일 겁니다. 과거엔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해보겠다는 거겠죠.
결국 Fed가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잘 가느냐에 달려 있겠네요. 긴축의 희생양을 최소화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성장의 불씨를 살려나가야겠습니다.
이런 인플레이션 시기엔 원래 원자재에 투자하는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런데 긴축정책이 본격화하면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지가 관건이겠네요.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