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야권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지난 19대 대선이 재연될 수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일부 보수 유튜버의 ‘단일화 패싱’ 주장에 귀 기울일 경우 ‘제2의 황교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 의원은 10일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청년의 꿈’ 문답코너에서 ‘윤 후보가 단일화하지 않고 이길 수 있냐’는 질문에 “단일화 안 하면 탄핵 대선처럼 (야권 후보들은) 2, 3등 싸움만 한다”고 글을 썼다.

지난 6일에는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에게 “2017년 대선 상황을 다시 만들 생각은 하지 말라”고 전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단일화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홍 의원과 안 후보는 각각 24.03%, 21.41%의 득표율을 받아 낙선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시 득표율은 41.08%였다. 당시 홍 의원과 안 후보가 얻은 표를 합칠 경우 45.44%로, 단일화를 했다면 수치상으로는 대선 승리도 가능했다.

홍 의원은 일부 보수 유튜버가 윤 후보를 망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보수 유튜버들이 정권 교체 여론이 높다는 것을 내세우며 야권 단일화 없이 승리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이날 SNS에 “일부 유튜버 때문에 우리 당이 망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아직도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다수 있다”며 “황교안 전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에게 붙어 180석을 외치던 그 사람들이 이젠 윤 후보조차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판을 보고 대책을 세우라”며 “황 전 대표 ‘시즌2’로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 단일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후보들은 그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높은 정권 교체 여론에 따라 선거 막판에는 단일화 등으로 힘을 합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