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탄소중립을 목표로 다양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을 시행한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이행하기 위해서다. 산업·에너지·수송·인프라·폐기물 등 5개 분야의 탄소배출 저감을 지원하는 것이 새로 시행하는 정책들의 공통된 목표다.

탄소중립법 3월 본격 시행

10일 주요 부처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탄소중립을 이행하려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9월 국회가 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오는 3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은 탄소중립 이행 절차를 체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녹색분류체계 적용 시범사업을 통해 저탄소 산업과 기술 투자를 독려할 계획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는 녹색경제활동을 분류해 금융회사나 기업 등 녹색 프로젝트를 판별하고자 하는 기관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번에 발표된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은 배제됐고 액화천연가스(LNG)는 조건부로 한시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 분야에서는 수소환원제철, 비탄산염 시멘트, 불소화합물 대체와 제거 등 온실가스 감축 핵심 기술이 포함됐다. 발전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 생산 활동과 관련 기반시설 구축, 수송 분야에서는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 차량이 녹색경제활동으로 분류돼 관련 투자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탄소중립연료(E-fuel)와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CCUS) 등 연구개발(R&D)이 필요한 기술 역시 택소노미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와 함께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술 확보를 위해 올해 정부 R&D 예산을 1조9274억원으로 확대했다. 탄소중립 핵심 기술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바이오원료 전환 등에 6조7000억원을 배정하고 2차전지 등 2조원 규모의 대규모 예비타당성 조사도 추진한다.

산업계의 녹색전환을 위해서는 올해 879억원을 투입해 중소·중견기업의 사업장 탄소중립 설비를 지원한다. 클린팩토리 보급은 올해 누적 750개, 스마트 생태공장 전환은 올해 누적 100개를 목표로 한다.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해달라는 산업계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청정에너지를 확산하는 각종 규제를 개선한다. 태양광·풍력 시설의 적정 이격거리 기준을 마련하고 ‘원스톱’ 허가를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환경정보 공개 등 압박도 커졌다

기업에 대한 지원만큼 의무도 늘어난다. 우선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은 환경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기존에는 녹색기업과 공공기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혹은 배출권 할당 업체 등 환경 영향이 큰 기업에만 부여한 정보 공개 대상 기업을 대폭 확대했다. 환경정보는 매년 말 갱신하며, 공개하는 환경정보는 환경정보공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친환경차 구매목표제’ 시행도 눈에 띄는 변화다. 렌터카, 대기업, 버스·택시 등 영업 목적 차량을 구입하려는 민간 차량 수요자는 구매 혹은 임차하는 신차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친환경차로 구매해야 한다. 신축 시설에만 부과하던 전기차 충전기 설치 의무도 기존 건축 시설로 확대한다.

2023년부터는 일정 규모 이상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신규 택지개발 사업자, 산업단지 관리자, 건축물 소유자 등을 대상으로 분산에너지 설치를 의무화한다.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화는 대규모 전력소비자가 전력의 일부를 자가발전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