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원베일리' 다음으로 2위
'30가구 룰' 분양가 상한제·청약·전매 등 규제 없어
고분양가 논란에 관망세 분위기…흥행 여부 촉각
"리모델링 29가구 공급, 시장에 도움 안 돼"
반면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 분양가는 3.3㎡당 5200만원으로 서울에서 공급된 아파트 중에서 작년 6월에 공급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5273만원)’에 이은 두 번째 수준이다. 일반분양분의 총분양가는 9억원을 넘어 대출이 어렵다. 전매를 고려하더라도 계약금(10%)과 중도금 1차(10%)까지는 마련을 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냉랭한 만큼 '묻지마 청약'을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선당후곰" vs "묻지마 청약 주의"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이날 송파구 오금동 리모델링 아파트인 '송파 더 플래티넘'의 일반분양분 29가구에 대한 청약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받는다. 30가구 미만으로,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다. 만 19세 이상이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청약은 건설사 홈페이지에서 받는다. 청약자는 전용 65㎡와 전용 72㎡에 모두 1건씩 신청할 수 있다. 청약 신청금은 따로 없다. 2건의 신청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셈이다. 가점과 상관없이 온라인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파 더 플래티넘은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지하 1층~지상 15층 2개동 299가구가 지하 3층~지상 16층 2개동 328가구로 바뀐다. 면적대도 기존 전용 37~84㎡에서 전용 52~106㎡으로 확장된다. 이 가운데 전용 65㎡ 14가구와 72㎡ 15가구 등 총 29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 정부가 아파트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 3구'인 송파구에서 규제에서 벗어난 아파트가 나오다 보니 인근 실수요자들은 관심이 크다. 송파구 오금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송파 더 플래티넘'에 대한 문의가 늘었고, 동네에 직접 찾아오는 수요자들도 있다"며 "청약에서 떨어지면 웃돈 1억원을 주고서라도 사겠다는 수요자들이 있을 정도니, 충분히 (이 단지를) 매력적으로 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계약 이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도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금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계약 이후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가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청약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실수요자, 투자자 가릴 것 없이 관심을 갖는다"고 귀띔했다.
'원베일리' 버금가는 분양가…"시장에 공급 효과 없다" 비판도
문제는 분양가다. 일반분양분에서 전용 65㎡는 13억3340만~14억7260만원, 전용 72㎡는 13억7500만~14억9460만원에 달한다. 분양가 상한제 등의 제약이 없다 보니 송파구 분양 아파트 가운데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법규상 30가구 이상 분양하는 공동주택은 분양가 상한제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른바 '30가구 룰'이다. 하지만 이 단지는 29가구다 보니 제약이 없다.이전 송파구 분양 아파트 가운데 최고 분양가는 2018년 11월 나온 마천동 '송파건원여미지' 아파트로 3.3㎡당 3071만원이었다. 오금동에서 가장 시세가 높은 '송파 두산위브(2019년 입주)'의 매물들의 시세를 살펴보면 전용 84㎡가 15억~16억원 사이에, 59㎡는 11억5000만~14억원에 형성돼 있다. 송파 더 플래티넘의 분양가는 이와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실수요자의 경우, 실거주 요건이 없다 보니 잔금을 전세 보증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초기자금은 부담될 수 있다. 10%인 계약금 1억4000만원 상당과 20%인 중도금 3억원 상당이 준비돼야 한다. 전매를 노리는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아직 구체적인 전매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계약금 10%와 중도금 1차(10%)에 해당하는 금액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금동의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부분이 있다"며 "그간 분양단지들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저렴한 분양가에 따른 시세 차익 때문이었는데, 이 단지는 시세 차익 매력이 크지는 않아 보인다"고 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도 청약 결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 집값은 지난해 10월 셋째 주(18일) 이후 12주 연속 상승 폭을 줄이고 있다. 이달 첫째 주(3일) 기준 상승률이 0.04%까지 내려와 보합(0.00%)에 가까워졌다.
오금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부진한 시장 상황도 고려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며 "서울 강남 3구인 송파구이긴 하지만 무조건 전매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묻지마 청약'보다는 어느 정도 자금 계획을 세우고 청약에 도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청약의 성패에 따라 리모델링 아파트의 '29가구 분양'이 트렌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모델링 조합 입장에서는 가구 수를 늘리는 선택보다는 제값(?)을 다 받는 29가구를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내년 초에 분양을 준비 중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분양 성패에 관심이 높다. 이 단지는 수직증축을 통해 42가구를 늘리려다가 이를 취소하고 29가구로 줄였다. 서울 구로구 서울 신도림 우성 3차(일반가구 29가구), 우성 5차(23가구)를 비롯해 서초구 반포동 반포푸르지오(29가구), 광진구 광장동 상록타워(29가구), 잠원 훼미리 아파트(22가구) 등도 사정이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단지별로 수지계산을 해보겠지만, 공사비도 적게 들고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면 리모델링 조합들이 당연히 29가구를 최대치로 맞출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가 무력화되는 데다 시장 입장에서는 공급 효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해주지 않는 이상 시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상공급(고가의 소수공급)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구조적 한계가 있어서 그런지, 공급되는 신규 물량이 재건축으로 나오는 물량에 비해 시세 상승이 크지 않다"며 "과도하게 높은 분양가는 결국 조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송렬 /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