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 않겠다" 선긋지만 침묵도 어려워…득표영향 두고 내부 고민도
이대남·이대녀 사이 '줄타기'…"남녀 가를 문제 아닌 차별요소 시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대녀(이십대 여성)'를 비롯한 젊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앞세워 '이대남(이십대 남성)'을 향해 공격적으로 구애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일견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자,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진보진영의 여론과도 맥을 같이하는 행보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 측은 여가부 존치·폐지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최대한 삼가며 '무대응 원칙'을 내세우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 측이 촉발시킨 '젠더 대결' 프레임에 말려들어가서는 안된다는 판단 아래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尹 젠더 갈라치기 휘말릴라"…이재명 '이대녀'에 조심스레 손짓(종합)
우선 이 후보가 최근에 보여준 모습은 분명히 '이대녀'에 우호적인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여성 인권, 페미니즘 등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한 데 이어 9일에는 마포구 카페에서 청년들과 만나 "페미니즘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언급했다.

윤 후보 측이 젠더 뇌관을 건드려 '이대남'의 호응을 끌어내는 상황에서, 이 후보는 그 반대편에 있는 '이대녀'의 표심을 끌어안는 모양새를 취하는 셈이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진보진영의 성향을 보더라도 이 후보의 이런 모습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역시 일하는 여성 지원 스타트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경력 단절, 직장 내 차별 문제 일하는 여성들의 등 고충을 들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겨냥,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더 개선될지 대안을 말씀해주면 좋겠다"고 우회 압박하기도 했다.

이어 "한때 정치권의 의도적인 분열 책동 전략 때문에 지역으로 나뉘어 서로 증오하고 갈등했던 일이 있었다.

요새는 성 갈등을 정치적으로 너무 확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여가부 폐지 문제를 두고 윤 후보와 '정면 대결'에 나서는 모습은 피해갔다.

이 후보는 "꼭 남녀로 갈라 볼 문제는 아니다"라며 "차별적 요소는 시정하고 평등적 요소는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여성, 남성(이야기)만 나오면 머리가 아프다.

사실 이러면 안 된다"며 "(오늘 이곳에 오는 것을 두고) 혹시 또 (여성) 편들러 가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럴 때일 수록 상식과 합리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젠더 대결' 프레임에 대한 이 후보의 경계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선대위 역시 윤 후보의 행보를 '성별 갈라치기'로 규정하면서 여기에 엮이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

권혁기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입장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낼 계획이 없다"며 "선거를 진흙탕으로 끌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슈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민주당 내에서는 이 후보의 '친(親) 이대녀' 행보가 실제로 득표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시각도 감지되고 있다.

'이대녀'의 경우 '이대남'에 비해 최근 정치권의 젠더 논의 등에 상대적으로 즉각적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의 행보가 '이대남'을 자극할 경우 득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선대위로서는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선대위 관계자는 "20∼30대 여성 가운데 정치에 관심이 적은 유권자의 경우, 이 후보의 행보가 얼마나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젠더 문제로 각을 세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尹 젠더 갈라치기 휘말릴라"…이재명 '이대녀'에 조심스레 손짓(종합)
이처럼 복잡한 요인이 얽혀있는 가운데 당분간 이 후보는 '젠더 대결'에는 거리를 두면서도 '차별 시정'의 기조 아래 사실상 페미니즘에 근거리를 유지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다소 어정쩡해 보일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유권자들로부터 결국 대결 프레임에 휩쓸리지 않고 '정도(正道)'를 걸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후보 측의 기대인 셈이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힘들기는 하지만 그게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그런 행보를 보고 국민들께서 합리적으로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