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실 바보'에 쫓기는 한은...기준금리 연 2% 찍나 [김익환의 BOK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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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냉온탕 통화정책
긴축속도 올리는 미국에
쫓기는 한은 인상속도 높일수도
"한은 올해 네차례 인상할수도"
긴축속도 올리는 미국에
쫓기는 한은 인상속도 높일수도
"한은 올해 네차례 인상할수도"
미국 중앙은행(Fed) 워싱턴DC 본부에는 박사학위를 보유한 경제학자만 400명이 넘는다. 한국인 16명을 비롯해 대만 중국 일본 등 국적도 다양하다. 시카고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예일대, 하버드대 등에서 공부한 최고 경제학자들이다.
세계 최고의 경제학 전문가 집단인 Fed를 놓고 학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하버드대 교수)이 지난달 15일 한 세미나에서 포문을 열었다. Fed를 '샤워실의 바보'에 빗대서 비판했다. 샤워실의 바보는 물 온도를 맞추지 못하고 뜨거운 물과 찬물을 반복해 트는 행태처럼 섣부른 경제정책이 역효과를 부를 때 쓴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상황에 따라 섣부르게 대응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말한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 미국 시카고대 교수 처음 지적해 널리 퍼졌다.
과도하게 완화적 통화정책과 평균 물가 목표제(AIT) 도입이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과열을 키웠다는 것이다. 뒤늦게 수습을 하고자 조기에 '양적 긴축(대차대조표 축소)' 카드를 꺼내면서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한국은행 일부 관계자들도 AIT 실효성이 크지 않고 인플레를 키운 원흉이라고 평가했다. 서머스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작년 초부터 과도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이 추세적 인플레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Fed는 작년 하순까지 "기저효과에 따른 충격으로 인플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경고를 일축했다. 그 사이 미국의 물가 상승폭은 더 커졌다.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지난 11월 5.7%를 기록하면서 1982년 7월(5.8%)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상승은 임금인상을 동반하며 추세적 흐름으로 치닫고 있다.
Fed에 대한 비판을 놓고 결과론적 해석이란 지적도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물가가 이렇게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대부분 못했을 것"이라며 "결과론적으로 실패했다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후적으로 Fed를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팬데믹 이전까지 인플레 걱정은 거의 하지 않았다"며 "대유행 당시 너무 소극적으로 통화정책을 폈으면 되레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따라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Fed가 냉온탕을 오가는 통화정책을 펴는 것은 분명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이날 상원 금융위의 인준 청문회에 참석해 "오는 3월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무리하고, 이후 금리를 인상해 올 하반기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Normalization will involve raising the federal funds rate that will involve ending asset purchases in March, and perhaps later this year depending on the run of things we would also see ourselves beginning to allow the balance sheet to shrink.)
시장에서는 이르면 올 3월에 Fed가 금리인상에 나서 3~4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봤다. 올 하반기에는 보유한 국채를 팔아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에 나설 계획이다. 향후 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긴축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Fed의 긴축 조치는 한은의 금리인상 속도와 폭을 키울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 속도를 억제하고,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한은의 통화정책이 보다 긴축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달 1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연 1.25%로 0.25%포인트 높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한두 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려 연 1.5~1.75%까지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Fed의 긴축 속도에 따라 한은의 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 2%대 기준금리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의미다.
장민 위원은 "한은이 이달에 올리면 올 하반기에 한두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국내 물가 수준이 고공행진한다면 추가로 인상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준경 교수도 "미국이 올해 서너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하는 만큼 한국도 여기에 맞춰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와 임금이 나란히 오르는 등 추세적 인플레 흐름이 있다면 한은의 금리 인상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긴축을 빨리하고 국내 물가 상승률이 3~4%대가 고착화된다면 올해 한은이 금리를 네 차례 인상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세계 최고의 경제학 전문가 집단인 Fed를 놓고 학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하버드대 교수)이 지난달 15일 한 세미나에서 포문을 열었다. Fed를 '샤워실의 바보'에 빗대서 비판했다. 샤워실의 바보는 물 온도를 맞추지 못하고 뜨거운 물과 찬물을 반복해 트는 행태처럼 섣부른 경제정책이 역효과를 부를 때 쓴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상황에 따라 섣부르게 대응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말한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 미국 시카고대 교수 처음 지적해 널리 퍼졌다.
과도하게 완화적 통화정책과 평균 물가 목표제(AIT) 도입이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과열을 키웠다는 것이다. 뒤늦게 수습을 하고자 조기에 '양적 긴축(대차대조표 축소)' 카드를 꺼내면서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한국은행 일부 관계자들도 AIT 실효성이 크지 않고 인플레를 키운 원흉이라고 평가했다. 서머스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작년 초부터 과도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이 추세적 인플레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Fed는 작년 하순까지 "기저효과에 따른 충격으로 인플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경고를 일축했다. 그 사이 미국의 물가 상승폭은 더 커졌다.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지난 11월 5.7%를 기록하면서 1982년 7월(5.8%)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상승은 임금인상을 동반하며 추세적 흐름으로 치닫고 있다.
Fed에 대한 비판을 놓고 결과론적 해석이란 지적도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물가가 이렇게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대부분 못했을 것"이라며 "결과론적으로 실패했다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후적으로 Fed를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팬데믹 이전까지 인플레 걱정은 거의 하지 않았다"며 "대유행 당시 너무 소극적으로 통화정책을 폈으면 되레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따라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Fed가 냉온탕을 오가는 통화정책을 펴는 것은 분명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이날 상원 금융위의 인준 청문회에 참석해 "오는 3월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무리하고, 이후 금리를 인상해 올 하반기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Normalization will involve raising the federal funds rate that will involve ending asset purchases in March, and perhaps later this year depending on the run of things we would also see ourselves beginning to allow the balance sheet to shrink.)
시장에서는 이르면 올 3월에 Fed가 금리인상에 나서 3~4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봤다. 올 하반기에는 보유한 국채를 팔아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에 나설 계획이다. 향후 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긴축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Fed의 긴축 조치는 한은의 금리인상 속도와 폭을 키울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 속도를 억제하고,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한은의 통화정책이 보다 긴축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달 1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연 1.25%로 0.25%포인트 높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한두 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려 연 1.5~1.75%까지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Fed의 긴축 속도에 따라 한은의 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 2%대 기준금리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의미다.
장민 위원은 "한은이 이달에 올리면 올 하반기에 한두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국내 물가 수준이 고공행진한다면 추가로 인상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준경 교수도 "미국이 올해 서너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하는 만큼 한국도 여기에 맞춰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와 임금이 나란히 오르는 등 추세적 인플레 흐름이 있다면 한은의 금리 인상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긴축을 빨리하고 국내 물가 상승률이 3~4%대가 고착화된다면 올해 한은이 금리를 네 차례 인상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