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 2. FOCUS] T세포의 또 다른 얼굴…TCR-T, 그리고 T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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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도준상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CAR-T치료제의 성공과 함께 CAR 열풍이 뜨겁다. CAR는 Chimeric Antigen Receptor의 약자다. 키메라(Chimer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상 속의 동물로 앞부분은 사자, 중간 부분은 염소, 뒷부분은 용처럼 생긴, 즉 여러 동물의 다른 부위를 조합한 동물이다.
마찬가지로, CAR는 항원 인지 부위를 항체에서, 신호전달 부위를 TCR(T Cell Receptor·T세포수용체) 복합체 및 보조자극 수용체에서 가져온 인공 수용체다. CAR는 면역세포치료제의 중요한 돌파구 가 됐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면역세포치료제의 적응증을 제한하는 한계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CAR-T의 한계점이 드러나다
T세포가 항원을 인지하는 데 사용하는 TCR은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하다. 한 사람이 대략 수천만 종류의 다른 TCR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중 암 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를 찾아 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반면, CAR는 암세포가 외부에 발현하는 항원을 인지하는 항체를 이용해 만든 것이므로, ‘암세포가 그 항원을 발현하는 한’ CAR를 발현하는 T세포는 암세포를 인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체외에서 T세포에 CAR를 도입하면 전체 T세포 중 0.0001% 정도만 암세포를 인지하던 T세포를 100%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런 전략은 대부분의 암세포가 동일한 항원인 CD19를 발현하는 B세포 유래의 혈액암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단일 항원을 표적해 암을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선 암세포가 표적 분자의 변이를 통하여 CAR-T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다. 더불어, 대다수의 고형암은 암세포가 불균일해 하나의 항원으로 표적할 경우 일부 암세포만을 제거할 수 있을 뿐이다.
불균일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암세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수천만 종의 TCR을 활용해야만 한다. 면역관문억제제가 다양한 암종에 적용 가능한 이유도 이러한 체내의 다양한 TCR을 발현하는 T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체외에서 암세포를 인지하는 TCR을 발현하는 극소수의 T세포를 찾아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TIL과 TCR-T 치료제의 등장
환자에게서 암세포를 인지하는 T세포를 분리하고 배양해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T세포 ACT(Adoptive Cell Therapy)를 최초로 성공시킨 곳은 미국 국립암센터의 스티븐 로젠버그 박사 연구팀이다.
종양 조직이 혈액보다 암세포를 인지하는 T세포가 많음에 착안해 수술로 제거한 종양 조직 내에 침투한 림프구인 TIL(Tumor Infiltrating Lymphocyte, 종양침윤세포)로부터 암세포를 인지하고 살해하는 세포를 분리하여 체외에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로젠버그 박사 연구팀은 2002년 <사이언 스>에 TIL을 이용한 흑색종 임상에서 고무적 인 결과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 과정은 암세포를 인지하는 TIL의 분리에 3주, 대량 배양에 5주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하며, 앞 단계인 TIL의 분리 과정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TIL의 분리 및 배 양은 흑색종에서는 재현성 있게 성공한 반면, 적용이 어려운 암종도 꽤 있었다.
이러한 한계점은 암 항원이 특정되고 암 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 수용체인 TCR을 클로닝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클로닝한 TCR 유전자를 혈액 내의 T세포에 주입해 발현하도록 하여 암세포를 인지하는 T세포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TCR-T치료제로 발전하게 된다.
세포치료제 TIL과 TCR-T는 현재 혈액암 치료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CAR-T와 많은 차이점이 있다. CAR-T는 항체의 항원 인지 부위를 이용하여 암세포를 인지하므로 ‘암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항원을 인지한다.
만약 대다수의 암세포가 특정 항원을 표면에 발현하는 암이 존재한다면 그 암은 CAR-T치료제의 이상적인 표적이 된다. CD19를 발 현하는 B세포 유래의 혈액암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암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CD19 표적 CAR-T치료제가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표적 항원의 확장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TIL과 TCR-T는 암세포가 MHC 분자를 이용해 제시하는 펩타이드 항원을 인지한다. MHC 분자는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며 MHC가 발현하는 암 항원 또한 암환자마다 다르므로 TIL·TCR-T 치료제는 ‘환자 맞춤형’ 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민족이나 인종에 따라 다수 발현하는 MHC가 있으며(미국 백인의 반 정도는 HLA *0201을 발현함), 많은 암에서 발현하는 항원 또한 존재하므로 이를 이용하면 다수의 환자에 적용 가능한 TCR을 발현하는 T세포를 선별하거나 제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항원을 표적해야 하는가
TIL·TCR-T 치료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원’이다. T세포의 항원은 MHC 분자가 제시하는 짧은 펩타이드다. 항원을 정하면 그 항원에 반응하는 TIL을 배양하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특정 MHC가 제시하는 항원을 인지하는 TCR을 클로닝해 TCR-T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암세포가 발현하는 항원은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암연관항원(tumor associated antigen)으로 정상세포에도 발현되지만 암세포에서는 과발현되는 항원이다.
두 번째는 암·정소항원(cancer·testis antigen)으로 남자의 생식세포에서 주로 발현되지만 암세포에서도 발현되는 항원이다.
세 번째는 신항원(neoantigen)으로 암세포에서만 발현되고 정상세포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항원이다. 암세포는 정상세포가 유전자 변이를 통해 형성되는데, 변이된 유전자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의 펩타이드가 MHC 분자에 의해 제시 가능할 경우 항원으로 작용될 수 있다. 이러한 항원을 신항원이라고 한다.
암연관항원은 많은 암종에서 발현돼 표적하기 용이하지만 정상세포도 발현하므로 on-target off-tumor 효과(표적을 발현하는 정상세포의 손상으로 인한 부작용)를 항상 주의해야 한다. CAR-T를 이용한 치료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CD19의 경우도 암연관항원이다.
이 경우 정상 B세포를 모두 죽이는 on-target off-tumor 효과가 존재하지만 B세포가 다 죽더라도 환자가 생명에 지장을 받지 않으므로 CD19는 표적하기 좋은 암연관항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고형암에서 발현하는 많은 암연관 항원은 제거할 경우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세포에도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즉 과발현한 세포에만 선별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WT1, 메소테린 등의 항원에 대한 임상이 현재 진행 중이다. 암·정소항원은 발현하는 암종이 제한적이라는 한계점이 있지만, 특이성과 안전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MAGE’, ‘NY-ESO-1’ 등의 암·정소 항원을 표적으로 한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신항원은 암세포 고유의 항원으로 정상세포 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항원이다. 신항원의 양은 암 종류에 따라 크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변이가 많으면 단백질 변이도 많고 신항원의 양도 많다. 그래서 흑색종·폐암 등 종양변이부담(TMB·Tumor Mutation Burden)이 큰 암종이 신항원의 양도 많다.
암종별 TMB와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이 대체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신항원이 많을수록 많은 T세포의 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TMB가 큰 흑색종에서 TIL의 배양이 다른 암종보다 잘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항원은 강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부작용을 우려할 필요가 없어서 매력적인 표적이지만, 암환자별로 편차가 크며 신항원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려우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아직 미지의 영역인 TIL과 TCR-T
TIL·TCR-T 치료제는 CAR-T치료제보다 개발 난이도가 훨씬 높다. 관련 임상은 CAR-T치료제보다 먼저 시작되었음에도 아직 FDA 승인을 받아 사용 중인 치료제가 없다.
우선 암세포를 인지하는 T세포를 배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암세포를 인지하는 T세포 중 일부는 정상세포를 인지할 수 있다. 이는 암 항원을 정상세포가 발현하는 on-target off-tumor 효과일 수도 있고, TCR의 교차반응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초기 TCR-T세포 임상 중 상당수는 주입한 TCR-T가 정상 조직을 손상시키는 심각한 독성을 보여 실패로 끝났다. 그렇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TIL·TCR-T 치료제는 조금씩 효능과 독성이 개선되고 있다.
대표적인 TIL치료제 회사로는 아이오반스바이오테라퓨틱스, 아킬레스테라퓨틱스 등이 있다.
아이오반스바이오테라퓨틱스(2007년 창립, 2010년 나스닥 상장)는 로젠버그 박사의 초기 TIL 배양법을 계속 향상시켜 현재 20일 정도의 제조 기간에 성공률 90% 정도의 제조 공정을 기반으로 전이성 고형암에 대한 다수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킬레스테라퓨틱스(2016년 창립, 2021년 나스닥 상장)는 신항원 기반으로 배양한 TIL을 이용한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다. 현재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등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TCR-T치료제 회사는 어댑트이뮨, 이마틱스 등이 있다. 어댑트이뮨(2008년 창립, 2015년 나스닥 상장)은 NY-ESO, MAGE-A4 등의 암·정소 항원을 표적하는 TCR-T치료제를 이용하여 현재 다양한 임상을 진행 중에 있다.
이마틱스(2000년 창립, 2020년 나스닥 상장)는 암 항원과 이에 반응하는 TCR을 동정하는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TCR-T치료제와 TCR 기반 이중특이성 항체(bispecifics)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다양한 항원에 대한 임상이 진행 중에 있다.
TIL·TCR-T 치료제가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을까. 그래주기를 바래본다.
<저자 소개>
도준상
면역학을 공부하는 공학자다. 2006년 MIT에서 화학공학·고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년 반 동안 UCSF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2008년부터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기계공학과 교수로 근무하다가 2019년 3월부터는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생체재료를 면역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이라는 대중서를 집필하였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마찬가지로, CAR는 항원 인지 부위를 항체에서, 신호전달 부위를 TCR(T Cell Receptor·T세포수용체) 복합체 및 보조자극 수용체에서 가져온 인공 수용체다. CAR는 면역세포치료제의 중요한 돌파구 가 됐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면역세포치료제의 적응증을 제한하는 한계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CAR-T의 한계점이 드러나다
T세포가 항원을 인지하는 데 사용하는 TCR은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하다. 한 사람이 대략 수천만 종류의 다른 TCR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중 암 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를 찾아 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반면, CAR는 암세포가 외부에 발현하는 항원을 인지하는 항체를 이용해 만든 것이므로, ‘암세포가 그 항원을 발현하는 한’ CAR를 발현하는 T세포는 암세포를 인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체외에서 T세포에 CAR를 도입하면 전체 T세포 중 0.0001% 정도만 암세포를 인지하던 T세포를 100%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런 전략은 대부분의 암세포가 동일한 항원인 CD19를 발현하는 B세포 유래의 혈액암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단일 항원을 표적해 암을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선 암세포가 표적 분자의 변이를 통하여 CAR-T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다. 더불어, 대다수의 고형암은 암세포가 불균일해 하나의 항원으로 표적할 경우 일부 암세포만을 제거할 수 있을 뿐이다.
불균일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암세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수천만 종의 TCR을 활용해야만 한다. 면역관문억제제가 다양한 암종에 적용 가능한 이유도 이러한 체내의 다양한 TCR을 발현하는 T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체외에서 암세포를 인지하는 TCR을 발현하는 극소수의 T세포를 찾아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TIL과 TCR-T 치료제의 등장
환자에게서 암세포를 인지하는 T세포를 분리하고 배양해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T세포 ACT(Adoptive Cell Therapy)를 최초로 성공시킨 곳은 미국 국립암센터의 스티븐 로젠버그 박사 연구팀이다.
종양 조직이 혈액보다 암세포를 인지하는 T세포가 많음에 착안해 수술로 제거한 종양 조직 내에 침투한 림프구인 TIL(Tumor Infiltrating Lymphocyte, 종양침윤세포)로부터 암세포를 인지하고 살해하는 세포를 분리하여 체외에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로젠버그 박사 연구팀은 2002년 <사이언 스>에 TIL을 이용한 흑색종 임상에서 고무적 인 결과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 과정은 암세포를 인지하는 TIL의 분리에 3주, 대량 배양에 5주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하며, 앞 단계인 TIL의 분리 과정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TIL의 분리 및 배 양은 흑색종에서는 재현성 있게 성공한 반면, 적용이 어려운 암종도 꽤 있었다.
이러한 한계점은 암 항원이 특정되고 암 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 수용체인 TCR을 클로닝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클로닝한 TCR 유전자를 혈액 내의 T세포에 주입해 발현하도록 하여 암세포를 인지하는 T세포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TCR-T치료제로 발전하게 된다.
세포치료제 TIL과 TCR-T는 현재 혈액암 치료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CAR-T와 많은 차이점이 있다. CAR-T는 항체의 항원 인지 부위를 이용하여 암세포를 인지하므로 ‘암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항원을 인지한다.
만약 대다수의 암세포가 특정 항원을 표면에 발현하는 암이 존재한다면 그 암은 CAR-T치료제의 이상적인 표적이 된다. CD19를 발 현하는 B세포 유래의 혈액암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암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CD19 표적 CAR-T치료제가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표적 항원의 확장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TIL과 TCR-T는 암세포가 MHC 분자를 이용해 제시하는 펩타이드 항원을 인지한다. MHC 분자는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며 MHC가 발현하는 암 항원 또한 암환자마다 다르므로 TIL·TCR-T 치료제는 ‘환자 맞춤형’ 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민족이나 인종에 따라 다수 발현하는 MHC가 있으며(미국 백인의 반 정도는 HLA *0201을 발현함), 많은 암에서 발현하는 항원 또한 존재하므로 이를 이용하면 다수의 환자에 적용 가능한 TCR을 발현하는 T세포를 선별하거나 제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항원을 표적해야 하는가
TIL·TCR-T 치료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원’이다. T세포의 항원은 MHC 분자가 제시하는 짧은 펩타이드다. 항원을 정하면 그 항원에 반응하는 TIL을 배양하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특정 MHC가 제시하는 항원을 인지하는 TCR을 클로닝해 TCR-T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암세포가 발현하는 항원은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암연관항원(tumor associated antigen)으로 정상세포에도 발현되지만 암세포에서는 과발현되는 항원이다.
두 번째는 암·정소항원(cancer·testis antigen)으로 남자의 생식세포에서 주로 발현되지만 암세포에서도 발현되는 항원이다.
세 번째는 신항원(neoantigen)으로 암세포에서만 발현되고 정상세포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항원이다. 암세포는 정상세포가 유전자 변이를 통해 형성되는데, 변이된 유전자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의 펩타이드가 MHC 분자에 의해 제시 가능할 경우 항원으로 작용될 수 있다. 이러한 항원을 신항원이라고 한다.
암연관항원은 많은 암종에서 발현돼 표적하기 용이하지만 정상세포도 발현하므로 on-target off-tumor 효과(표적을 발현하는 정상세포의 손상으로 인한 부작용)를 항상 주의해야 한다. CAR-T를 이용한 치료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CD19의 경우도 암연관항원이다.
이 경우 정상 B세포를 모두 죽이는 on-target off-tumor 효과가 존재하지만 B세포가 다 죽더라도 환자가 생명에 지장을 받지 않으므로 CD19는 표적하기 좋은 암연관항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고형암에서 발현하는 많은 암연관 항원은 제거할 경우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세포에도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즉 과발현한 세포에만 선별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WT1, 메소테린 등의 항원에 대한 임상이 현재 진행 중이다. 암·정소항원은 발현하는 암종이 제한적이라는 한계점이 있지만, 특이성과 안전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MAGE’, ‘NY-ESO-1’ 등의 암·정소 항원을 표적으로 한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신항원은 암세포 고유의 항원으로 정상세포 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항원이다. 신항원의 양은 암 종류에 따라 크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변이가 많으면 단백질 변이도 많고 신항원의 양도 많다. 그래서 흑색종·폐암 등 종양변이부담(TMB·Tumor Mutation Burden)이 큰 암종이 신항원의 양도 많다.
암종별 TMB와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이 대체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신항원이 많을수록 많은 T세포의 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TMB가 큰 흑색종에서 TIL의 배양이 다른 암종보다 잘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항원은 강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부작용을 우려할 필요가 없어서 매력적인 표적이지만, 암환자별로 편차가 크며 신항원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려우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아직 미지의 영역인 TIL과 TCR-T
TIL·TCR-T 치료제는 CAR-T치료제보다 개발 난이도가 훨씬 높다. 관련 임상은 CAR-T치료제보다 먼저 시작되었음에도 아직 FDA 승인을 받아 사용 중인 치료제가 없다.
우선 암세포를 인지하는 T세포를 배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암세포를 인지하는 T세포 중 일부는 정상세포를 인지할 수 있다. 이는 암 항원을 정상세포가 발현하는 on-target off-tumor 효과일 수도 있고, TCR의 교차반응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초기 TCR-T세포 임상 중 상당수는 주입한 TCR-T가 정상 조직을 손상시키는 심각한 독성을 보여 실패로 끝났다. 그렇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TIL·TCR-T 치료제는 조금씩 효능과 독성이 개선되고 있다.
대표적인 TIL치료제 회사로는 아이오반스바이오테라퓨틱스, 아킬레스테라퓨틱스 등이 있다.
아이오반스바이오테라퓨틱스(2007년 창립, 2010년 나스닥 상장)는 로젠버그 박사의 초기 TIL 배양법을 계속 향상시켜 현재 20일 정도의 제조 기간에 성공률 90% 정도의 제조 공정을 기반으로 전이성 고형암에 대한 다수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킬레스테라퓨틱스(2016년 창립, 2021년 나스닥 상장)는 신항원 기반으로 배양한 TIL을 이용한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다. 현재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등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TCR-T치료제 회사는 어댑트이뮨, 이마틱스 등이 있다. 어댑트이뮨(2008년 창립, 2015년 나스닥 상장)은 NY-ESO, MAGE-A4 등의 암·정소 항원을 표적하는 TCR-T치료제를 이용하여 현재 다양한 임상을 진행 중에 있다.
이마틱스(2000년 창립, 2020년 나스닥 상장)는 암 항원과 이에 반응하는 TCR을 동정하는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TCR-T치료제와 TCR 기반 이중특이성 항체(bispecifics)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다양한 항원에 대한 임상이 진행 중에 있다.
TIL·TCR-T 치료제가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을까. 그래주기를 바래본다.
<저자 소개>
도준상
면역학을 공부하는 공학자다. 2006년 MIT에서 화학공학·고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년 반 동안 UCSF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2008년부터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기계공학과 교수로 근무하다가 2019년 3월부터는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생체재료를 면역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이라는 대중서를 집필하였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