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혁명과 선진국혁명…'지옥문' 열린 대한민국 청년 [최재붕의 디지털 신대륙 이야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DEEP INSIGHT
디지털 문명 대전환이 부른 취업난과 구인난
한국, 시스템은 개도국인데 경쟁은 선진국과
청년은 디지털능력·전문성 동시에 요구받아
내연차 배우고 입사하면 전기차 만들어야 해
교육 세계관 바꿔야 교과혁신, 일자리도 해결
디지털 신대륙서 신나게 일할 능력 키워주자
디지털 문명 대전환이 부른 취업난과 구인난
한국, 시스템은 개도국인데 경쟁은 선진국과
청년은 디지털능력·전문성 동시에 요구받아
내연차 배우고 입사하면 전기차 만들어야 해
교육 세계관 바꿔야 교과혁신, 일자리도 해결
디지털 신대륙서 신나게 일할 능력 키워주자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고민하고 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가 없다고 불만이다. 이 같은 미스매치 원인은 디지털 문명 대전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거기다 대한민국에는 선진국 혁명이 겹쳤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 그래서 아직까지 사회 시스템은 개도국인데 경쟁은 선진국과 해야 하는 유일한 나라,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주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노멀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대전환으로 모든 일자리는 강력한 디지털 능력을 요구하고 있고 동시에 선진국의 제품 및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능력까지 필요로 한다. 청년들의 일자리에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괜찮은 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으려면 디지털 리터러시는 물론이고 전문적인 능력까지 뛰어나야 한다. 좀 마음이 끌리는 회사의 구인 광고를 보면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능력을 요구하는 곳이 태반이다. 개발자는 아니더라도 SNS 마케팅 유경험자, 디지털 커머스 기획 유경험자, 메타버스 기획 유경험자, 빅데이터 분석 유경험자 등 온통 학교에서 맛도 못 본 경력 요구가 허다하다.
인재를 뽑는 조건도 엄청 까다로워졌지만 설령 취업했다고 해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과연 이 회사에서 10년 뒤 나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회사에 입사해서 배우는 것도 많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높은 전문성과 디지털 능력을 요구한다. 실제로 취업한 직장인들의 대학원 진학 문의가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다. 그만큼 회사 업무가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취업자도 이렇다는 얘기다.
사업을 시작할 자금을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평균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실패할 확률이 92%라면 도전하는 게 오히려 무모해 보인다. 그래도 취업이 어려우니 자꾸 기웃거리게 되고 정부에서도 청년 창업하라고 여러 지원책을 제공하다 보니 뛰어드는 청년들도 꽤 많은 편이다. 최근 전통시장과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전국 각지의 청년몰이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무려 5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결국 대부분 가게가 폐업했거나 개점 휴업 상태가 됐다. 그만큼 창업이란 어려운 일이다. 좋은 직장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창업은 청년에게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좋은 대안임에는 분명하지만 실패 확률이 높은 창업에 무조건 청년들을 내모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도 모든 데이터를 감안할 때 이제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판단된다고 선언했다. 미국 US NEWS에서는 국가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감안해 세계 강국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놀랍게도 우리나라가 8위에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모노클이라는 잡지에서는 매년 각 국가의 문화적 매력도를 기반으로 소프트파워 랭킹을 발표하는데, 2020년 한국이 독일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이 정도라면 적어도 세계 10대 선진국 안에 당당하게 입성했다고 이야기할 만하다. 감개무량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기업에는 지옥문이 돼버렸다. 이제는 선진국들과 나란히 급이 다른 경쟁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수십 년간 우리는 개도국으로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도크 하나 없던 나라가 엄청난 규모의 유조선을 짓고, 그 어렵다는 자동차도 우리 손으로 만들고, 세계를 무대로 엄청난 건설 공사도 기적처럼 성공시켰다.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면서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 가전제품 등 고부가가치 산업도 꾸준히 수준을 높이며 성장시켰다. 디지털 플랫폼도 미국에 뒤질세라 카카오, 네이버 등 많은 기업이 성공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그런데 이 모든 발전은 선진국의 상품을 추격하면서 이뤄낸 것들이다. 그것이 개도국 산업의 핵심이니까.
특히 우리는 일본의 산업 발전 모델을 그대로 카피하며 온 국민이 열심히 달려왔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가전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리 사회 전체는 아직도 개도국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만들고 경쟁해야 할 상품은 선진국 수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청년들이 막상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 시스템은 개도국의 것이 아니라 선진국의 시스템이어야 한다. 그래야 이 구조적인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뉴스를 보면 3나노 공정, 1나노 공정을 누가 먼저 개발하는지를 두고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가 경쟁 중이라고 한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는 일본과 독일이 포기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제조 공정도 어렵지만 반도체 설계는 정말 창조적인 작업이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이 학교에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기사가 종종 나온다. 투자가 없는 대학들이 무슨 수로 그 비싼 수십억원짜리 소프트웨어를 사서 교육할 수 있을까? 내연기관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자동차회사에 가면 전기자동차로 자율주행차를 제작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레이저, 라이더, 레이더에 인공지능(AI)까지 다 꿰고 있어야 개발할 수 있는 건데 학교에서는 본 적도 없다.
디지털 문명 교육은 유튜브 같은 인터넷 자원 활용이 필수적이다. 학교의 주입식 수업만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 콘텐츠는 물론이고 교육 방식까지 모두 대전환이 필요하다.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세계의 지식과 능력은 모두 기준의 대전환이 일어났는데 교육 기준과 내용의 대전환이 없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들의 몫이 된다. 청년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사회 리더들의 의무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에 교육과정 혁신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풀어가려는 정책 대결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대한 피상적 인기 정책만 보일 뿐이다. 이미 그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검색하는 인류는 이미 메타버스며, 블록체인이며, NFT(대체불가능토큰)며 미래에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배워가고 있다.
■ 최재붕은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인류문명사적 변화 속에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탐색하는 공학자다.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과 공학의 융합, 인문학, 동물행동학, 심리학과 비즈니스의 융합 등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가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4차 산업혁명 권위자다. 베스트셀러 《포노사피엔스》를 통해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널리 알려졌다. 2014년부터 기업,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2000회 이상 디지털 문명 대전환에 대한 강연을 이어 오고 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포노사피엔스 코드 체인지9》 《코로나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
청년 일자리의 디지털 디바이드
2022년 새해가 밝았지만 청년들의 일자리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니 사실은 좋은 일자리를 얻는 데 있어 디지털 디바이드가 심화하고 있다. 일단 개발자들의 몸값은 지금 엄청나다.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고, 경력도 있다면 그야말로 모셔가는 형국이다. 좋은 개발자 한 명을 얻으려고 최고경영자(CEO)가 면접을 봐야 하는 시대다. 경력이 화려한 개발자뿐 아니라 프로그래밍 좀 할 줄 아는 개발자라면 초보자라도 어디서나 데려가고 싶다는 시대다. 모든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중이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반대로 디지털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인재에게 좋은 일자리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지독한 양극화 현상이다.괜찮은 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으려면 디지털 리터러시는 물론이고 전문적인 능력까지 뛰어나야 한다. 좀 마음이 끌리는 회사의 구인 광고를 보면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능력을 요구하는 곳이 태반이다. 개발자는 아니더라도 SNS 마케팅 유경험자, 디지털 커머스 기획 유경험자, 메타버스 기획 유경험자, 빅데이터 분석 유경험자 등 온통 학교에서 맛도 못 본 경력 요구가 허다하다.
인재를 뽑는 조건도 엄청 까다로워졌지만 설령 취업했다고 해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과연 이 회사에서 10년 뒤 나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회사에 입사해서 배우는 것도 많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높은 전문성과 디지털 능력을 요구한다. 실제로 취업한 직장인들의 대학원 진학 문의가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다. 그만큼 회사 업무가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취업자도 이렇다는 얘기다.
험난하기만 한 창업의 길
창업도 생각해보지만 이건 정말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시작하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자영업이다. 가게를 임차해 식당이나 커피숍을 차린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00개의 식당이 문을 열어서 5년이 지나면 그중 92개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사업을 시작할 자금을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평균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실패할 확률이 92%라면 도전하는 게 오히려 무모해 보인다. 그래도 취업이 어려우니 자꾸 기웃거리게 되고 정부에서도 청년 창업하라고 여러 지원책을 제공하다 보니 뛰어드는 청년들도 꽤 많은 편이다. 최근 전통시장과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전국 각지의 청년몰이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무려 5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결국 대부분 가게가 폐업했거나 개점 휴업 상태가 됐다. 그만큼 창업이란 어려운 일이다. 좋은 직장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창업은 청년에게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좋은 대안임에는 분명하지만 실패 확률이 높은 창업에 무조건 청년들을 내모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디지털 혁명과 선진국 혁명이 겹친 이중혁명 시대
전 세계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엄청난 산업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 이후를 심지어 뉴노멀이라고 부른다.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는 뜻은 기존의 모든 것이 어려워졌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 변화의 핵심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코로나로 위협받고 있는 인류가 디지털 신대륙으로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디지털 혁명만 뒤집어쓴 것이 아니라 선진국 혁명이라는,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혁명까지 맞닥뜨리고 있다.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도 모든 데이터를 감안할 때 이제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판단된다고 선언했다. 미국 US NEWS에서는 국가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감안해 세계 강국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놀랍게도 우리나라가 8위에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모노클이라는 잡지에서는 매년 각 국가의 문화적 매력도를 기반으로 소프트파워 랭킹을 발표하는데, 2020년 한국이 독일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이 정도라면 적어도 세계 10대 선진국 안에 당당하게 입성했다고 이야기할 만하다. 감개무량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기업에는 지옥문이 돼버렸다. 이제는 선진국들과 나란히 급이 다른 경쟁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수십 년간 우리는 개도국으로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도크 하나 없던 나라가 엄청난 규모의 유조선을 짓고, 그 어렵다는 자동차도 우리 손으로 만들고, 세계를 무대로 엄청난 건설 공사도 기적처럼 성공시켰다.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면서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 가전제품 등 고부가가치 산업도 꾸준히 수준을 높이며 성장시켰다. 디지털 플랫폼도 미국에 뒤질세라 카카오, 네이버 등 많은 기업이 성공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그런데 이 모든 발전은 선진국의 상품을 추격하면서 이뤄낸 것들이다. 그것이 개도국 산업의 핵심이니까.
특히 우리는 일본의 산업 발전 모델을 그대로 카피하며 온 국민이 열심히 달려왔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가전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리 사회 전체는 아직도 개도국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만들고 경쟁해야 할 상품은 선진국 수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청년들이 막상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 시스템은 개도국의 것이 아니라 선진국의 시스템이어야 한다. 그래야 이 구조적인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있다.
오로지 암기하고 시험 보는 개발도상국 교육
개도국에서는 굳이 학교에서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을 많이 가르칠 필요가 없다. 대부분 업무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공부를 끝내고 회사로 가면 그때부터 배우면 된다. 회사의 목표가 ‘선진국 제품 베끼기, 또는 그보다 나은 스펙 만들기’로 명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때부터 배워도 늦지 않다. 대학에서는 사회생활하는 법 잘 배우고 좋은 인간관계를 다지는 게 다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대한 투자도 없다. 우리가 10년간 한 것이라곤 ‘등록금 동결’ ‘정당한 입시’가 전부다. 그나마 연구력 증진을 위한 투자를 높여 대학원 수준을 높인 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일부 대학일 뿐이고 90% 이상의 대학생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나라 청년들이 받고 있는 교육과정은 개도국 시스템이라고 보는 게 맞다.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으니까.풀어야 할 문제의 격이 달라졌다
문제는 개도국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기업에 가서 해야 할 일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의 국방력을 보여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장면이 전 세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대단한 기술이다. 잠수함에서 거대한 미사일을 금속통에 담아 물 위로 쏘아 올리고 물 위에서 다시 금속통은 터지고 안에 있던 미사일이 수백㎞를 날아가 정확히 1m 타깃 안에 명중한다. 이 문제는 하나의 전공으론 어림도 없다. 수학, 물리학, 기계공학은 기본이고 항공우주공학에 화학공학이 융합되는 건 필수적이다. 위치정보시스템(GPS)을 비롯한 통신, 전자회로 설계도 꼭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통합하고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설계가 전 과정에 적용돼야 한다. 엄청나게 많은 분야의 전공자가 함께 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업무가 창의적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경험 자체가 우리 교육과정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공학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학제 간 융합 기반의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과목은 거의 없다.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뉴스를 보면 3나노 공정, 1나노 공정을 누가 먼저 개발하는지를 두고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가 경쟁 중이라고 한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는 일본과 독일이 포기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제조 공정도 어렵지만 반도체 설계는 정말 창조적인 작업이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이 학교에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기사가 종종 나온다. 투자가 없는 대학들이 무슨 수로 그 비싼 수십억원짜리 소프트웨어를 사서 교육할 수 있을까? 내연기관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자동차회사에 가면 전기자동차로 자율주행차를 제작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레이저, 라이더, 레이더에 인공지능(AI)까지 다 꿰고 있어야 개발할 수 있는 건데 학교에서는 본 적도 없다.
혁신을 외면하는 기성세대
우리는 개도국 표준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선진국과 교육시스템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투자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교육에 대한 세계관이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교육 세계관을 바꿔야 새로운 교육과정 혁신이 가능하고, 그래야 비로소 이중혁명을 겪고 있는 청년의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세계관을 바꾸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디지털 문명 교육은 유튜브 같은 인터넷 자원 활용이 필수적이다. 학교의 주입식 수업만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 콘텐츠는 물론이고 교육 방식까지 모두 대전환이 필요하다.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세계의 지식과 능력은 모두 기준의 대전환이 일어났는데 교육 기준과 내용의 대전환이 없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들의 몫이 된다. 청년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사회 리더들의 의무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에 교육과정 혁신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풀어가려는 정책 대결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대한 피상적 인기 정책만 보일 뿐이다. 이미 그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검색하는 인류는 이미 메타버스며, 블록체인이며, NFT(대체불가능토큰)며 미래에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배워가고 있다.
스스로 길을 열어가는 청년들
최근 KT의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를 개발한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의 이야기가 화제다. 어려서부터 코딩에 푹 빠졌던 최 대표는 정보기술(IT)특성화고에 진학해 꿈을 이루려고 했는데 학교 선생님이 수십 년 전 코딩 기술을 가르치고, 심지어는 코딩은 제쳐두고 수능 중심 교육을 하는 바람에 자퇴해버렸다. 그리고는 기존 교육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함께 대안학교를 2년간 다니고 졸업 후 20세에 바로 창업을 했다. 창업 6년 만에 AI 기술로 국내 1위의 고객예약서비스 솔루션을 개발하고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 대표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었는데 하고 싶은 공부를 도와주는 곳이 아무 곳도 없었다고 했다. 그가 롤모델로 삼은 미국 플랫폼 기업 창업자들은 어려서부터 코딩 공부를 하면서도 대학에 진학하고 꿈도 이뤘는데 우리나라는 그저 수능만 준비하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청년들이 해외에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더리움을 창시한 비탈릭 부테린도 대학교 1학년 때 자퇴했다. 아이들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검색을 통해 다 아는데 어른들은 모른다. 아니 모르는 척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을 디지털 디바이드의 지옥문으로 밀어 넣어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에겐 이들이 디지털 신대륙에서 신나게 일할 능력을 키워줄 의무가 있다. 대원군의 망령을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하자.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교육의 모든 것을 리셋해야 할 그때가 왔다. 2022년 적어도 교육만큼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자.■ 최재붕은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인류문명사적 변화 속에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탐색하는 공학자다.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과 공학의 융합, 인문학, 동물행동학, 심리학과 비즈니스의 융합 등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가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4차 산업혁명 권위자다. 베스트셀러 《포노사피엔스》를 통해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널리 알려졌다. 2014년부터 기업,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2000회 이상 디지털 문명 대전환에 대한 강연을 이어 오고 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포노사피엔스 코드 체인지9》 《코로나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