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공장 건설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외국 반도체기업에 대해 ‘먹튀 방지’ 대책을 내놨다. 앞으로 보조금을 받는 외국 반도체기업은 일본에 공장을 세울 때 최소 10년 이상은 생산을 유지해야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 일본 정부가 지난달 통과된 경제산업성 조례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기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최소 10년간 생산을 해야 하고 공급이 부족할 때는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 등도 포함했다. 일본 정부 보조금을 받은 뒤 단기간에 생산을 중단하는 등 기준을 위반할 경우에는 이미 받은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한 배경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구마모토현 공장 신설 등과 관련이 있다. 소니와 합작해 올해 착공에 들어가는 TSMC 일본 공장에는 4000억엔(약 4조1520억원)에 달하는 정부 자금이 지원된다.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 같은 제도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새 법에 따라 TSMC는 최소 10년간 일본에서 반도체를 생산해야 한다.

TSMC의 일본 공장에는 1500명의 직원이 고용될 예정이다. 2024년부터 반도체 생산에 들어간다. 22~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9% 수준으로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산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규슈지역 8개 고등전문학교에 반도체 제조·개발 교육과정을 열기로 했다. 고등전문학교는 중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5년간 전문교육을 하는 고등교육 기관이다. 한국의 실업계 고교와 전문대학이 결합된 형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