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무사 시험 최종 합격자 중 20% 이상이 세무공무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나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전 3년간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 비율은 평균 2.8%에 불과했다. 시험을 주관한 산업인력공단이 공무원 출신 응시자가 면제받는 시험 과목의 난도를 과도하게 높여 일반 수험생을 고의로 대거 탈락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공무원 출신 합격자 비율 아홉 배↑

세무사시험 특혜 논란…'官출신' 몰아주기?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세무사 시험 최종 합격자 706명 중 세무공무원 출신은 151명이다. 전체 합격자의 21.4%다. 전년도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 비율(2.4%)과 비교해 아홉 배 커진 수치다.

세무사 시험은 1차와 2차로 나뉜다. 지난해 시험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 2차 시험이다. 2차 시험은 회계학 1부와 2부, 세법학 1부와 2부 총 4개 과목으로 구성된다. 평균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합격자가 결정된다. 다만 한 과목이라도 40점 아래면 ‘과락’으로 불합격이다. 그런데 작년 2차 시험 중 세법학 1부 과목에서 응시생 3962명 중 82.1%인 3254명이 과락을 받았다. 최근 5년간 이 과목의 평균 과락률이 40%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 728명 중 482명은 세법학 1부 시험을 아예 치르지 않았다. 세무사법 5조의 2항에 따르면 ‘20년 이상 세무공무원으로 일했거나, 세무공무원 10년 이상에 5급 이상 재직 경력이 5년 이상’이면 세법학 1·2부 시험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작년 일반 응시자 10명 중 8명이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던 시험 과목을 일부 세무공무원 응시자는 풀지도 않은 것이다.

올해 세무사 시험에서 탈락한 일반 응시자는 산업인력공단 등을 상대로 단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가 면제받는 시험 과목에서 과락자가 많이 나오게 난도를 고의로 높게 조정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차 시험 채점 경험이 있는 한 대학 교수는 “과락률 82%는 다른 시험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수치로, 공단이 시험 난이도 설정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시험 면제 특혜 폐지해야”

세무사 시험의 공무원 출신 합격자 비율이 다른 시험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산업인력공단 주관 시험 중 경력 공무원에게 일부 시험 과목 면제 혜택을 주는 시험은 세무사·변리사·법무사·관세사·공인회계사·공인노무사 총 6개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변리사 시험 합격자 중 특허청 출신은 총 20명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관세사 시험의 경우 관세공무원 출신은 1명이다. 공인회계사(회계공무원 출신)와 공인노무사(고용노동부 출신) 시험에선 아예 한 명도 없었다. 세무사 시험과 관련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는 세무사 시험 문제가 국세청 내부 승진 시험을 통해 유출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각종 부작용 탓에 각 시험의 공무원 경력인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고용 분야 전문가는 “직무 연관성보다 근무 기간과 직급을 기준으로 시험을 면제해 주는 건 문제가 있다”며 “공정성이 강조되는 시대인 만큼 경력인정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노경목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