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해 2월 울산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투싼이 미국에서만 월 1만 대가량 팔리며 인기가 치솟자 발 빠르게 현지 생산을 결정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2020년 12만3700대 수준이던 투싼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 15만1000대로, 1년 만에 22.1%(2만7300대) 급증했다. 앨라배마 공장의 높은 생산성이 현대차가 지난해 미국에서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세운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앨라배마 공장, 생산성 세계 2위

1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만은 최근 발표한 ‘2021년 자동차 공장 생산성 평가’에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을 세계 2위로 평가했다. 2020년 4위에서 두 계단 올라섰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북미 자동차 공장 중에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위를 지켰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공장 중 생산성 1위는 PSA의 프랑스 소초 공장이다.
올리버와이만은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시간(HPU)을 기준으로 생산성을 매겼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24.02HPU를 기록해 제너럴모터스(GM)의 페어팩스 공장(28.71HPU)과 랜싱 델타 공장(29.99HPU), 도요타의 조지타운 공장(31.92HPU)을 모두 제쳤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울산 공장과 비교하면 더 월등하다.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또 다른 기준인 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UPH)를 비교하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이 68UPH로, 울산 공장(평균 45UPH)의 1.5배에 달한다.

노동유연성 확보…차종별 생산량 조정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성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노동유연성에 있다. 시장 상황과 경영진 판단에 따라 차종별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투싼을 적기에 현지에서 생산하고, 인기 차종인 싼타페 생산량을 늘린 반면 수요가 감소한 아반떼와 쏘나타의 생산량은 줄인 게 대표적이다. 울산 공장에선 차종별 생산량 조정이 쉽지 않다. 특정 차종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일 때마다 노동조합의 허락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생산 인력도 유연하게 조정한다. 총 3100명 규모인 생산직 근로자 중 7~8%를 현지 인력지원 기업(스태핑 컴퍼니)을 통해 비정규직으로 충원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에 따른 수요 변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에 따른 공급 변동에 맞춰 자유롭게 인력을 늘리거나 줄인다. 1·2차 협력사의 파견근로도 마찬가지다. 지난 7일 앨라배마 공장을 방문한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노동유연성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유연성이 이곳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공장으로 변신해 제2 전성기

앨라배마 공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대규모 투자에 대한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2005년 준공했다. 그해 5월 쏘나타를 생산하기 시작한 데 이어 아반떼, 싼타페, 투싼 등으로 차종을 다양화하며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2009년 누적 생산 100만 대를 넘어선 데 이어 12년 만인 지난해 누적 500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엔 현지 전략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출시하며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은 앞으로 전기차 공장으로 변신해 제2 전성기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 5년간 74억달러를 투자해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현대차가 애초 올해로 예정했던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 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의회가 노조가 있는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4500달러의 추가 세제혜택을 주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