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③COMPANY] 유한양행 “새로운 타깃 비만 치료제,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로 Best-in-class 확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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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결과 위고비보다 반감기가 더 길었고, 체중 감량 효과도 더 컸습니다. 이런 효과가 사람에게까지 이어진다면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오세웅 유한양행 신약연구소장은 유한양행의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인 ‘YH34160’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YH34160은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물질로 알려진 GDF15 유사체다. 융합단백질 약물로, 피하주사제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한 전임상 효능시험에 따르면 비만 쥐에서 YH34160은 최대 11.9%가량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동일한 조건에서 투여한 위고비보다(최대 5% 감량)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두 약물을 병용했을 때는 17.7%까지 체중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반감기도 위고비보다 길었다. 오 소장은 “유한양행이 그간 확보한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을 이용해 YH34160의 반감기를 크게 늘렸다”며 “최소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약물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뇌 속 수용체에 결합해 식욕 억제하는 신규 타깃 공략
YH34160이 모사한 GDF15는 2017년에야 구체적인 효능이 밝혀진 ‘따끈따끈’한 타깃이다. 호주의 면역학자인 새뮤엘 브라이트가 처음으로 식욕이 떨어진 암 환자에게서 GDF15가 많이 발견되는 것을 관찰하고, 식욕억제제로서 GDF15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후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얀센 등의 글로벌 제약사가 경쟁적으로 GDF15가 결합하는 수용체를 찾아 나섰고, 결국 2017년 GDF15 수용체인 GFRAL을 찾는 데 성공했다.
GFRAL은 독특하게 뇌의 두 부위에서만 발현된다. 뇌의 고립핵(nucleus of the solitary tract)과 맨아래구역(area postrema)이다. 고립핵은 후뇌 아래쪽에 위치한 부위로, 식욕조절에 관여하는 뉴런이 밀집해 있다. 맨아래 구역은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는 부위다.
오 소장은 “GDF15가 결합하는 GFRAL은 발현하는 부위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약물로 개발하기 매우 적합한 타깃”이라며 “구토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예상 가능한 부작용이기 때문에 용량 조절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구토 등의 부작용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외에 심각한 오프타깃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유한양행이 YH34160에 적용한 기술은 지속형 Fc 융합단백질 기술이다. 크기가 작은 단백질 약물은 체내에 들어가면 신장에서 대부분 여과돼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를 막기 위해 항체의 불변영역(Fc) 부위를 결합하거나, 크기가 커다란 단백질인 알부민을 연결하기도 한다. 노보노디스크에서도 위고비의 반감기를 늘릴 때 사용한 기술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준환 유한양행 바이오신약부문장은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을 통해 적은 용량으로도 체내에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의 내부 실험 결과, 쥐에서 Fc 융합단백질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약물은 반감기가 3시간 내외였지만, YH34160은 약 3.5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김 부문장은 “사람에게서는 반감기가 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용량에서 충분히 효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중 임상 1상 진입,
노보·얀센 등 경쟁사 역전할 기회 충분
학계에서는 GDF15 유사체가 약물 개발 가능성이 큰 이유로, 수용체인 GFRAL이 뇌혈관장벽(BBB) 바깥에 존재한다는 점을 꼽고 있다. 뇌세포를 타깃하는 약물이 임상시험 단계에서 실패하는 큰 원인 중 하나가 BBB 통과율이 낮기 때문이어서다.
김 부문장은 “비만 치료제의 주요 기전 중 하나가 뇌에서 허기짐을 줄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BBB를 통과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그런 점에서 YH34160은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약물 개발에 있어 이런 GDF15의 높은 선택성은 확실한 기전을 보장하지만, 파이프라인의 확장성을 막는 족쇄이기도 하다. GLP-1과 아밀린, 그렐린 유사체 등 주요 비만 치료제 타깃들은 체중 감량 외에도 혈당을 낮춰주거나 지방간을 줄여주는 등의 추가적인 이점들이 있다. 그에 비해 GDF15는 식욕을 억제시키는 것 외에 약물로 개발할 수 있는 다른 기전이 밝혀진 것은 없다.
회사는 적응증의 확장대신 병용치료 등의 선택지를 늘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ADA에서 발표한 동물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위고비와 병용 치료를 할 경우, YH34160 단독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김 부문장은 “비만 치료제에서 GLP-1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병용 치료도 큰 매출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한양행은 YH34160의 전임상을 올해 3분기에 마칠 계획이다. 올해 2분기부터 임상 1상에 필요한 약물 생산을 시작해 내년 중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같은 타깃으로 약물을 개발 중인 노보노디스크, 얀센이 이미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것에 비하면 다소 느린속도다.
오 소장은 “내부적으로 얀센의 물질과 비교했을 때 활성·약효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아직 초기 단계라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오세웅 유한양행 신약연구소장은 유한양행의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인 ‘YH34160’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YH34160은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물질로 알려진 GDF15 유사체다. 융합단백질 약물로, 피하주사제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한 전임상 효능시험에 따르면 비만 쥐에서 YH34160은 최대 11.9%가량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동일한 조건에서 투여한 위고비보다(최대 5% 감량)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두 약물을 병용했을 때는 17.7%까지 체중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반감기도 위고비보다 길었다. 오 소장은 “유한양행이 그간 확보한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을 이용해 YH34160의 반감기를 크게 늘렸다”며 “최소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약물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뇌 속 수용체에 결합해 식욕 억제하는 신규 타깃 공략
YH34160이 모사한 GDF15는 2017년에야 구체적인 효능이 밝혀진 ‘따끈따끈’한 타깃이다. 호주의 면역학자인 새뮤엘 브라이트가 처음으로 식욕이 떨어진 암 환자에게서 GDF15가 많이 발견되는 것을 관찰하고, 식욕억제제로서 GDF15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후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얀센 등의 글로벌 제약사가 경쟁적으로 GDF15가 결합하는 수용체를 찾아 나섰고, 결국 2017년 GDF15 수용체인 GFRAL을 찾는 데 성공했다.
GFRAL은 독특하게 뇌의 두 부위에서만 발현된다. 뇌의 고립핵(nucleus of the solitary tract)과 맨아래구역(area postrema)이다. 고립핵은 후뇌 아래쪽에 위치한 부위로, 식욕조절에 관여하는 뉴런이 밀집해 있다. 맨아래 구역은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는 부위다.
오 소장은 “GDF15가 결합하는 GFRAL은 발현하는 부위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약물로 개발하기 매우 적합한 타깃”이라며 “구토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예상 가능한 부작용이기 때문에 용량 조절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구토 등의 부작용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외에 심각한 오프타깃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유한양행이 YH34160에 적용한 기술은 지속형 Fc 융합단백질 기술이다. 크기가 작은 단백질 약물은 체내에 들어가면 신장에서 대부분 여과돼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를 막기 위해 항체의 불변영역(Fc) 부위를 결합하거나, 크기가 커다란 단백질인 알부민을 연결하기도 한다. 노보노디스크에서도 위고비의 반감기를 늘릴 때 사용한 기술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준환 유한양행 바이오신약부문장은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을 통해 적은 용량으로도 체내에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의 내부 실험 결과, 쥐에서 Fc 융합단백질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약물은 반감기가 3시간 내외였지만, YH34160은 약 3.5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김 부문장은 “사람에게서는 반감기가 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용량에서 충분히 효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중 임상 1상 진입,
노보·얀센 등 경쟁사 역전할 기회 충분
학계에서는 GDF15 유사체가 약물 개발 가능성이 큰 이유로, 수용체인 GFRAL이 뇌혈관장벽(BBB) 바깥에 존재한다는 점을 꼽고 있다. 뇌세포를 타깃하는 약물이 임상시험 단계에서 실패하는 큰 원인 중 하나가 BBB 통과율이 낮기 때문이어서다.
김 부문장은 “비만 치료제의 주요 기전 중 하나가 뇌에서 허기짐을 줄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BBB를 통과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그런 점에서 YH34160은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약물 개발에 있어 이런 GDF15의 높은 선택성은 확실한 기전을 보장하지만, 파이프라인의 확장성을 막는 족쇄이기도 하다. GLP-1과 아밀린, 그렐린 유사체 등 주요 비만 치료제 타깃들은 체중 감량 외에도 혈당을 낮춰주거나 지방간을 줄여주는 등의 추가적인 이점들이 있다. 그에 비해 GDF15는 식욕을 억제시키는 것 외에 약물로 개발할 수 있는 다른 기전이 밝혀진 것은 없다.
회사는 적응증의 확장대신 병용치료 등의 선택지를 늘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ADA에서 발표한 동물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위고비와 병용 치료를 할 경우, YH34160 단독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김 부문장은 “비만 치료제에서 GLP-1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병용 치료도 큰 매출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한양행은 YH34160의 전임상을 올해 3분기에 마칠 계획이다. 올해 2분기부터 임상 1상에 필요한 약물 생산을 시작해 내년 중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같은 타깃으로 약물을 개발 중인 노보노디스크, 얀센이 이미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것에 비하면 다소 느린속도다.
오 소장은 “내부적으로 얀센의 물질과 비교했을 때 활성·약효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아직 초기 단계라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