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R-T
CAR-T가 ‘꿈의 항암제’라면 TCR-T는 ‘꿈의 고형암 치료제’라 부르면 될까. 아직 상용화의 문턱은 넘지 못했지만 CAR-T치료제의 한계점을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향한 베팅이 쏟아졌다.

나스닥시장 상장사인 이마틱스는 지난 12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9억 달러 규모 빅딜을 성사시켰다. BMS는 이마틱스의 전임상 단계 TCR-T 기반 이중항체 IMA401을 라이선스인(LI)하면서 선수금 1억5000만 달러(약 1781억 원)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임상시험과 상업화 등에 따른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를 더하면 계약규모는 총 9억2000만 달러가 된다.

IMA401은 이마틱스의 이중특이성 T세포 결합수용체 플랫폼 ‘TCER’를 통해 개발된 후보물질이다. 환자 자신의 것만 사용 가능한 다른 TCR-T와 다르게 기성품(off-the-shelf)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림프구를 제거(lymphodepletion)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T셀 인게이저처럼 작동해 체내에 있는 T세포를 종양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

이마틱스는 이외에도 덴마크 생명공학회사인 젠맙과 2018년부터 이중항체 TCR-T세포치료제 3종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 계약으로 이마틱스는 5400만 달러 선수금을 받았다. 딜 전체 규모는 5억5000만 달러였다.

CAR-T·TCR-T 개발사 어댑트이뮨 테라퓨틱스도 로슈와 ‘빅딜’을 맺었다. 지난해 9월 로슈는 어댑트이뮨과 30억 달러(약 3조5000억 원) 규모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선수금은 1억5000만 달러(1750억 원)였다. 어댑트이뮨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반 동종 T세포 기술을 로슈에 제공하기로 했다. 로슈는 TCR(T세포 수용체)을 제공하며 임상개발 및 상업화를 책임진다. 로슈와 어댑트이뮨은 이번 계약으로 최대 5개의 암 표적에 대한 동종 T세포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맞춤형 동종 T세포치료제 개발에도 나선다.

TCR-T를 개발하는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도 여러 건 등장했다. 독일 신약 벤처기업 T나이프테라퓨틱스는 지난해 8월 1억1000만 달러(약 1268억 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쥐에게서 인간화(humanized) T세포 수용체를 발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형질전환 쥐를 이용해 인간 종양과 친화성이 높은 TCR을 발굴하고 있다. 위암과 폐암, 방광암 등을 적응증으로 MAGE-A1 항원을 표적으로 하는 후보물질 TK-8001의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초엔 티스캔테라퓨틱스가 1억 달러 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를 했다. 노바티스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블랙록 등 ‘큰손’들이 투자에 참여했다. 다양한 암 항원을 인지할 수 있는 TCR 은행(이뮤노뱅크)을 구축하고 있다. 선도 후보물질은 TSC-100과 TSC-101로 급성골수성백혈병(AML),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을 적응증으로 지목했다. 이 외에도 고형암 및 흑색종 등을 표적하는 고형암 후보물질 다수를 도출하고 있다.


CAR-T
동종 CAR-T 선도업체 알로진테라퓨틱스는 지난 12월에 열린 미국혈액학회(ASH)에서 동종 CD19 CAR-T(ALLO-501/ALLO-501A)와 BCMA CAR-T(ALLO-715)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환자에게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서 추가 임상 투약이 중단된 것과는 별개로 이전까지 투약한 환자들에게서 확인된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ALLO-501A는 ALLO-501에서 리툭시맙 인식 도메인을 제거한 동종 CAR-T다. 리툭시맙 인식 도메인은 리툭시맙의 효과를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 CAR-T는 보통 1·2차 항암 치료가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쓰기 때문에 CAR-T 치료 이전에 리툭시맙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ALLO-501A는 더 많은 환자에게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재발성·불응성·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R/R DLBCL) 환자 12명에게 ALLO-501A를 투여한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과 완전관해(CR)가 모두 67%로 확인됐다.

ALLO-501은 DLBCL과 여포성 림프종(FL)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DLBCL 환자들의 경구 ORR은 62%, CR은 46%였다. FL 환자에게선 ORR 75%, CR 50%가 확인됐다. 6개월 후 CR이 유지되는 DLBCL 환자 비율은 36%였다. 알로진 관계자는 “자가 CAR-T에서 보고된 무사건생존기간(EFS)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BCMA off-the-shelf CAR-T인 ALLO-715는 재발성·불응성 다발성골수종(MM)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ORR 62%, 아주 좋은 부분 반응(VGPR+) 비율은 39%였다. 시판된 BCMA 자가 CAR-T인 아베크마의 MM 환자 대상 임상 결과는 ORR 72%, VGPR 54%, CR 33%였다.

환자의 피를 채취해 외부에서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고 환자 체내에서 CAR-T가 생성되도록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대규모 투자금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미국 면역세포치료제 기업 우모자바이오파마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2억1000만 달러(약 2498억 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체외에서 유전자를 조작하고 배양하는 대신 환자 체내에서 CAR-T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비보벡(VivoVec)’ 기술과 CAR-T가 암을 인지하도록 하는 튜머태그(Tumor Tag) 등 플랫폼 기술을 갖췄다. CAR 유전자를 전달하는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체내에 주입해 체내에서 CAR-T가 직접 생산하도록 하는 식이다. 환자 개인별로 맞춤형 치료제를 제조해야 하는 자가 CAR-T의 한계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장점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후보물질로는 소아 골육종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UB-TT170, 혈액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UB-VV100 등이 있으며 전임상 진행 중이다.
조절T세포
소노마바이오테라퓨틱스는 지난해 8월 시리즈 B투자로 2억6500만 달러(약 3032억 원)를 끌어모았다. CAR 기술을 조절T세포(Treg)에 접목한 CAR-Treg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신약 벤처기업이다. 글로벌 바이오 투자그룹인 앨리브리지그룹이 주도했으며, 미래에셋과 NS인베스트 등 국내 투자자도 참여했다.

조절T세포 발달 및 기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FOXP3 인자를 발견한 연구자인 알렉산더 루덴스키와 프레드 램즈델이 이 회사의 공동설립자다. 제약업계에서는 FOXP3를 조절T세포의 바이오마커로 사용하거나 표적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영향력 있는 발견을 한 셈이다.

주력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CAR-Treg인 ‘SBT-77-7101’이다. 적응증은 류머티즘 관절염이며 올해 중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후보물질로는 1형 당뇨병 치료제인 ‘SBT-11-5301’이 있다. 조절T세포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조율된 효과T세포(Teff)로 설계했다. 단독 또는 CAR-Treg와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연내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T셀 인게이저
T세포와 암세포를 연결하는 이중항체인 ‘T셀 인게이저’ 분야에서도 빅딜이 나왔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지난 12월 T셀 인게이저 및 사이토카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미국 신약 개발사 아뮤닉스파마슈티컬스를 최대 12억2500만 달러(약 1조4600억 원)에 인수했다. 아뮤닉스가 보유한 후보물질 ‘AMX-818’은 ‘HER2’를 표적하는 T세포 인게이저다. 현재 전임상 단계며, 내년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T셀 인게이저 기반 항체치료제 개발사 제눅스테라퓨틱스는 지난해 6월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공모자금으로 1억 달러를 유치했다. 전립선암에서 주로 발견되는 ‘PSMA’ 단백질을 표적하는 T셀 인게이저 ‘PSMA-TRACTr’의 개발진도가 가장 빠르다.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예정이다. 하반기엔 대장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T셀 인게이저 ‘EGFR-TRACTr’의 IND를 신청할 계획이다. 표피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표적으로 한다.


감마-델타 T세포
지난 12월엔 동종 치료가 가능한 차세대 T세포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감마-델타(gamma-delta) T세포치료제에 대한 인간 대상 최초의 임상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세포치료제 개발업체인 애디셋바이오는 비호지킨 림프종(NHL) 환자에 대한 감마델타 T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을 완료한 환자 4명 중 3명이 반응을 보였으며(ORR 75%), 이 중 2명에게서 완전관해(CR 50%)가 확인됐다. 투여환자는 CAR-T 등 다양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NHL 환자군으로 했다.

투여 용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임상으로 디자인됐으며, 가장 낮은 용량 수준으로 등록한 첫 환자 2명은 임상기간 28일을 채우지 못해 평가에서 누락됐다. CR이 확인된 환자 2명 중 1명은 이전에 BMS의 CAR-T치료제 ‘브레얀지’를 투여받은 환자였다. 다른 1명은 다른 환자보다 3배 이상 많은 감마-델타 세포를 투여받은 환자였다. 연구에 등록되는 환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음에 따라 ORR이나 완전관해율은 앞으로 낮아질 수 있다.

지난해 10월엔 일본 제약사 다케다가 감마-델타 T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영국 신약 벤처 감마델타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감마델타테라퓨틱스가 AML 환자 대상 임상에서 첫 환자 투여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성사된 딜이다.

다케다는 2017년 일찌감치 감마델타테라퓨틱스에 최대 1억 달러를 지원하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업계에서는 다케다제약이 감마델타테라퓨틱스의 가능성을 보고 아예 인수 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관련 거래는 내년 1분기에 완료될 전망이다.

감마델타테라퓨틱스는 지난해 8월부터 AML 환자를 대상으로 동종 감마-델타 T세포치료제 ‘GDX012’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