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 또는 사업장' 개념…논란 부르는 고용부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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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노동법을 보다 보면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법률용어를 흔히 발견하게 된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장 핵심적인 조문인 제4조에서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의미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는 사업과 사업장의 개념을 '사업'을 중심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해석론에 의하면, 사업은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며, 사업장은 장소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사업의 하부조직을 의미한다. '사업'이라는 용어는 다른 실체로부터 구별되는 독립체인 'entity' 의 의미를 가지고, 사업장은 원칙적으로는 장소적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의 사업 또는 사업장 개념은 이와 같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기본적으로 장소적 개념인 사업장을 규율단위로 한다. 이러한 산업안전보건법 규율단위에 entitiy인 '사업'이 차지하는 자리는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사업은 entity가 아니라 business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제조업, 건설업은 제조업을 하는 회사, 건설업을 하는 회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제조업, 건설업이라는 업태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업 또는 사업장, 특히 제4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4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기업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체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장’이라는 장소적 개념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장소적 개념인 사업장을 기본적인 적용단위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 규율체계를 전사(全社)적으로 확대한 법이고, 법령이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안전보건을 확보하고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는 자는 특정 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 요인에 대한 통제가능성이 있는 자, 즉 장소적 통제가 가능한 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관련해서 기존 '사업 또는 사업장' 개념에 얽매여 경직된 해석을 하고 있다. 즉,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대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을 기업체 그 자체로 해석하면서, 제4조의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의 의미에 대해 하나의 사업 목적 하에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조직, 인력, 예산 등에 대한 결정을 총괄하여 행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해석하는 경우 제4조는 특정 기업이 다른 기업의 조직, 인력, 예산을 조직적으로 통제하는 경우에만 적용되게 된다.
이 해석론의 문제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신의 사업장에 대해 제4조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관 또는 법인과 사업 또는 사업장은 그 용어의 상이함으로 인해 동일한 주체라고 해석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관 또는 법인은 자신이 조직, 인력, 예산을 통제하는 다른 기업체(사업 또는 사업장) 종사자에 대해서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여야 하지만, 막상 자신의 종사자나 자신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내협력업체의 종사자에 대해서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제4조의 적용가능성을 엉뚱한 방향으로 부당하게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모회사가 자신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자회사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담할 수도 있다. 가맹본부가 자신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가맹점사업주의 사업장에 대하여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해석론이 부당하다는 점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위에서 본 제4조의 적용영역이 협소해지는 문제를 제5조에 대한 해석론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즉, 제5조의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를, “중대재해 발생 원인을 살펴 해당 시설이나 장비 그리고 장소에 관한 소유권, 임차권, 그 밖에 사실상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위험에 대한 제어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 제5조를 장소적 통제가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조문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이 해석의 문제점은 제5조의 '책임'이라는 용어를 아무런 의미 없는 문언으로 만든다는 점에 있다. 기업체가 시설, 장비, 장소에 관한 소유권, 임차권, 그 밖에 사실상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그 기업체가 해당 장소 등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근거는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해당 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책임을 부담한다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소유권, 임차권, 사실상의 지배력으로부터 당연히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제5조의 책임은 법령에 그러한 책임이 규정되어 있거나, 계약을 통해 책임을 인수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오히려 제5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해석론은 제4조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제4조와 제5조는 모두 장소적 통제를 의미하되, 제4조는 사실상 해당 장소(사업 또는 사업장)을 통제하는 경우(사실상 통제), 제5조는 해당 장소에 대해 통제한 규범적 책임이 있는 경우(규범적 통제)에 적용되는 조문으로 보아야 한다. 최근 중대시민재해에 관한 해설서는 발표한 다른 부처의 경우도 제9조 제1, 2항에 규정된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의 의미를 장소적 통제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중대재해대응센터장/변호사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의미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는 사업과 사업장의 개념을 '사업'을 중심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해석론에 의하면, 사업은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며, 사업장은 장소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사업의 하부조직을 의미한다. '사업'이라는 용어는 다른 실체로부터 구별되는 독립체인 'entity' 의 의미를 가지고, 사업장은 원칙적으로는 장소적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의 사업 또는 사업장 개념은 이와 같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기본적으로 장소적 개념인 사업장을 규율단위로 한다. 이러한 산업안전보건법 규율단위에 entitiy인 '사업'이 차지하는 자리는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사업은 entity가 아니라 business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제조업, 건설업은 제조업을 하는 회사, 건설업을 하는 회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제조업, 건설업이라는 업태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업 또는 사업장, 특히 제4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4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기업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체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장’이라는 장소적 개념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장소적 개념인 사업장을 기본적인 적용단위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 규율체계를 전사(全社)적으로 확대한 법이고, 법령이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안전보건을 확보하고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는 자는 특정 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 요인에 대한 통제가능성이 있는 자, 즉 장소적 통제가 가능한 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관련해서 기존 '사업 또는 사업장' 개념에 얽매여 경직된 해석을 하고 있다. 즉,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대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을 기업체 그 자체로 해석하면서, 제4조의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의 의미에 대해 하나의 사업 목적 하에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조직, 인력, 예산 등에 대한 결정을 총괄하여 행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해석하는 경우 제4조는 특정 기업이 다른 기업의 조직, 인력, 예산을 조직적으로 통제하는 경우에만 적용되게 된다.
이 해석론의 문제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신의 사업장에 대해 제4조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관 또는 법인과 사업 또는 사업장은 그 용어의 상이함으로 인해 동일한 주체라고 해석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관 또는 법인은 자신이 조직, 인력, 예산을 통제하는 다른 기업체(사업 또는 사업장) 종사자에 대해서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여야 하지만, 막상 자신의 종사자나 자신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내협력업체의 종사자에 대해서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제4조의 적용가능성을 엉뚱한 방향으로 부당하게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모회사가 자신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자회사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담할 수도 있다. 가맹본부가 자신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가맹점사업주의 사업장에 대하여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해석론이 부당하다는 점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위에서 본 제4조의 적용영역이 협소해지는 문제를 제5조에 대한 해석론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즉, 제5조의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를, “중대재해 발생 원인을 살펴 해당 시설이나 장비 그리고 장소에 관한 소유권, 임차권, 그 밖에 사실상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위험에 대한 제어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 제5조를 장소적 통제가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조문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이 해석의 문제점은 제5조의 '책임'이라는 용어를 아무런 의미 없는 문언으로 만든다는 점에 있다. 기업체가 시설, 장비, 장소에 관한 소유권, 임차권, 그 밖에 사실상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그 기업체가 해당 장소 등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근거는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해당 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책임을 부담한다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소유권, 임차권, 사실상의 지배력으로부터 당연히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제5조의 책임은 법령에 그러한 책임이 규정되어 있거나, 계약을 통해 책임을 인수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오히려 제5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해석론은 제4조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제4조와 제5조는 모두 장소적 통제를 의미하되, 제4조는 사실상 해당 장소(사업 또는 사업장)을 통제하는 경우(사실상 통제), 제5조는 해당 장소에 대해 통제한 규범적 책임이 있는 경우(규범적 통제)에 적용되는 조문으로 보아야 한다. 최근 중대시민재해에 관한 해설서는 발표한 다른 부처의 경우도 제9조 제1, 2항에 규정된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의 의미를 장소적 통제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중대재해대응센터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