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에서 전운이 가장 짙게 감돌고 있는 곳은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움직임에 위기를 느낀 러시아가 작년말부터 10만 정예 병력으로 우크라이나 국경 삼면을 에워 싸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제네바에서 7시간 동안 협상테이블에 앉았으나 결렬돼 상황은 더욱 불투명해 졌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세는 이처럼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으나, 이 나라의 권력 지도를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2019년 4월 권좌에 오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출신 이다. 그는 ‘국민의 종’이라는 정치 풍자 드라마에서 대통령이 되는 고교 교사역을 맡았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실제로 대통령이 됐다. 드라마 이름과 같은 정당명에 드라마속 캐릭터을 연상케하는 선거 전략으로 7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소련연방 해체로 독립된 이후 30년간 부패와 무능 정권에 넌더리가 난 국민들이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그에게서 오히려 신선함을 느꼈던 덕이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정부 주요 요직과 보좌관 자리에 자신이 속했던 엔터테인먼트 회사 출신과 일가친척들을 앉히는 코미디 같은 정실인사를 해왔다. 최측근인 대통령궁실장은 영화제작사 대표, 국가안보보좌관과 국가정보국장은 코미디 감독, 수석보좌관은 극작가 출신인 식이다. 이런 사람들만 30명이 넘는다. 국가 안보의 핵심인 국방부와 외교부의 요직에 장군과 외교관은 없고 연예게 출신들만 득실거리는 지경이다. 외신에서는 “한편의 호러 코미디물을 보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터키의 독재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학계나 금융 시장에서 코미디언으로 통한다. 시장 원리와 정반대의 황당한 돈키호테식 통화정책으로 터키 리라화를 비트코인만도 못한 투기자산 신세로 추락시킨 탓이다.

미국 암호화폐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기준 리라의 90일 변동성은 65%로 61%를 기록한 비트코인을 앞질렀다. 법정화폐인 리라화가 투기성 자산에 가까운 비트코인보다 더 위험하다는 뜻이다.

터키는 물가 급등과 화폐 가치 폭락으로 경제가 도탄에 빠졌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새 36.08% 올랐다. 20년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식료품비와 교통비는 각각 43.8%와 53.6%씩 폭등했다.

터키의 경제난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중앙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가 부채질을 했다. 작년 9월 19%였던 금리는 4개월 연속 인하돼 14%까지 떨어졌다.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는 것이 경제 상식인데 정반대의 코미디 같은 통화정책을 편 탓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면서, 자신에게 반기를 든 중앙은행 총재를 2년새 3명이나 갈아 치웠다. 그는 금리가 높으면 서민들이 고통을 입는다는 약자 보호론까지 들이댔다. 급격한 금리 인하로 해외 자본이 빠져 나가면서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1년새 45%나 급락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가 급등으로 국민 불만이 고조되자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달래기에 나섰다. 전년 대비 50%나 올려 주겠다는 것이다. 그래봐야 물가와 환율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마이너스 인데도 서민 생활을 챙기는 것이라며 생색을 낸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지도자를 잘 못 뽑으면 이런 비극을 겪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참신한 이미지에 매료돼 대통령을 뽑았으나 그의 무능한 인사 정책으로 준전시 상태에서 아마추어들에게 나라를 맡긴 꼴이 됐다. 터키는 정치가 경제를 집어 삼키는 포퓰리즘으로 망국의 길로 가고 있다. 대선 55일을 앞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나라 밖 풍경이다.

윤성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