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 12일 오후 4시53분
LG엔솔 1株라도 더…기관들 1京 베팅 [마켓인사이트]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이 12일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경원 이상의 주문액을 기록한 것이다. 대한민국 상장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한 수요예측에 1700곳 이상의 기관투자가가 참여했다. 수요예측은 상장하려는 기업이 공모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거치는 절차다. 기관투자가들이 희망 공모가격 범위 안에서 원하는 가격과 수량을 적어내면 이를 취합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신청 수량을 토대로 공모주를 배정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체 공모 주식의 75%인 2550만 주를 대상으로 주문을 받았다. 공모가 상단(30만원) 기준 7조6500억원 규모다. 이 회사는 희망 공모가격을 25만7000~30만원으로 제시했는데, 거의 모든 기관투자가가 신청 가능한 최대 수량과 30만원 이상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투자가들이 주문한 금액을 모두 더하면 1경1500조원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납부된 금액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에 조(兆) 단위를 넘어 경(京) 단위의 투자 주문이 몰려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들도 배정 물량의 수십 배 이상 주문을 넣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며 “성장성이 큰 배터리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수익성과 안정성이 동시에 보장된 대형 공모를 모두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엔솔, 경쟁률 1000 대 1 돌파 유력…IPO 올해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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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는 성장 잠재력이 크고 핵심 기술을 가진 대형 공모기업에 대규모 투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코로나19 백신 생산업체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공모 당시 기관들로부터 수백조원 이상의 주문액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다.

LG엔솔 1株라도 더…기관들 1京 베팅 [마켓인사이트]
투자은행(IB)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의 최종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 대 1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공모주를 1주라도 더 많이 받기 위해 최대 한도로 공모주를 신청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자기자본 10억원인 소규모 투자 운용사들도 최대 신청 수량인 7조6500억원의 주문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관의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중도 60%를 넘어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체 기관 배정 물량의 절반 이상을 해외 기관에 배정할 계획이다. 국내보다 해외 기관에 더 많은 주식을 주겠다는 의미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를 유치하고 주가 제고를 위해 공모주 배정 비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엔솔 1株라도 더…기관들 1京 베팅 [마켓인사이트]
수요예측 흥행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가를 희망가격의 최상단인 30만원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경쟁률과 확약 신청 비율은 14일 공시한다.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청약은 오는 18~19일 진행한다. 이어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70조2000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데뷔와 동시에 국내 시총 3위 기업에 오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후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된 후 상한가)에 성공하면, 시가총액은 182조원으로 불어난다. 이 경우 상장 첫날 주가는 78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 공모주 투자자는 1주당 48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직원들도 많게는 수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사주 배정물량은 전체 공모물량의 20%인 680만 주로 공모가 상단 기준 2조여원어치다. 전체 임직원 수는 9000여 명으로 근속연수와 직급에 따라 1인당 600~1400주를 차등 배정받았다. 우리사주 1000주를 받았다면 4억8000만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우리사주는 상장 후 1년간 팔 수 없다.

한편 이날 일반청약을 마감한 자동차 용품 제조업체 오토앤에도 4조57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26만 명이 청약하면서 청약 경쟁률은 2396 대 1로 집계됐다. 비례배정 경쟁률은 4800 대 1에 육박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