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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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가격은 뛰었는데 소비자가격은 그대로네?"
‘4캔 만원’에 묶어 파는 맥주를 즐겨 찾는 회사원 박재들 씨(36)는 최근 편의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그새 맥주 행사가가 올라 만원에 4캔짜리 맥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럼 한 캔 가격은 얼마나 인상됐는지 궁금해진 박 씨는 소비자가격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이네켄·칭따오 등 행사가가 오른 수입맥주 대부분이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유가 궁금해진 박 씨는 편의점 직원에게 “소비자 가격은 변동이 없는데 왜 행사가는 뛰었느냐”라고 물었지만 “본사 방침”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최근 하이네켄·칭따오 등 주요 수입맥주, 수제맥주들 소비자가격이 변동 없지만 올랐다고 체감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4캔 만원’ 할인행사를 축소하고 묶음판매 행사 가격을 ‘4캔 1만1000원’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맥주업체들은 왜 실제 맥주값이 인상되지도 않았는데 행사가를 올린 걸까.

12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맥주 칭따오는 다음달부터 편의점에서 4캔(500㎖ 기준)에 1만원 하던 행사 가격을 1만1000원으로 올린다. 수입맥주 행사가격 인상은 지난달 초 업계 1위 하이네켄코리아가 편의점 4캔 행사 가격을 1만1000원으로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어 지난달 말 오비맥주가 수입·판매하는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등도 4캔에 1만1000원으로 가격이 상향 조정됐다.

이어 수제맥주 업계 1위 제주맥주도 다음달 1일부터 4캔에 1만원이었던 편의점 행사 가격을 4캔에 1만10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 대부분 한 캔당 소비자가는 3500원~4000원으로 기존 가격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맥주들의 편의점 소비자가격은 인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맥주.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맥주. /연합뉴스
행사가만 올리는 이유는 대다수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행사 제품으로 맥주를 소비하고 있어서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4캔 묶음 행사 맥주는 전체 판매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굳이 소비자가격을 인상하지 않아도 행사가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맥주업체들이 공급가를 올리고 있어 그에 맞춰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면서도 “특히 편의점에서는 4캔 묶음 판매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 캔 당 판매가를 올리면 소비자 반발만 유도할 뿐, 이익 증대 효과는 거의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수입맥주나 수제맥주의 공급가(세금 포함)가 500㎖ 캔 제품 기준 대략 1200~1800원 가량 되는 것으로 본다. 소비자들은 수입맥주 한 캔에 4000원짜리 제품을 4캔에 1만원이나 1만1000원 행사를 통해 1캔당 2500~2750원에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출고가의 2배가량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셈이다.

조만간 4캔에 1만원짜리 맥주는 편의점에서 모습을 감출 가능성이 높다. 수입맥주, 수제맥주에 이어 국내 라거 맥주업체들까지 공급가 조정을 고려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을 1ℓ당 855.2원으로 20.8원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에도 주세가 오르며 업체들은 맥주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