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가 12일(현지시간) “미 중앙은행(Fed)이 어떤 조치를 취하든 한 번 뛴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손 교수는 이날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병 밖으로 빠져나온 인플레이션 지니(알라딘에 나오는 램프의 요정)가 되돌아갈 수 없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7.0% 급등했다. 1982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시장 전망과는 대체로 일치했지만 전달(6.8%)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전체 CPI에서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달 대비 0.4%, 전년 동기보다 4.1% 각각 올라 2007년 2월 이후 가장 많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29.3% 뛰었으나 전달보다는 0.4% 하락했다.

손 교수는 “에너지 비용이 조금 하락(전달 대비)했으나 식품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저소득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물가 상승세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2월 7.0%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2월 7.0%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그는 “공급 병목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겠지만 (정부 및 의회의) 경기 부양자금 배포 및 Fed의 유동성 확대 조치로 촉발된 과잉 수요는 수개월간 추가적인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 교수는 “상당수 식당 및 소매점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일시적으로 이익을 줄이는 쪽을 선택했다”며 “하지만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에) 조만간 높아진 비용을 소매 가격에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주거비가 뛰고 있는 게 커다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임차료 등 주거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속성을 갖고 있어 인플레이션의 더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임금과 물가의 소용돌이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이 소용돌이는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고 했다.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이 물가를 자극하고, 물가가 뛰니 임금을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란 얘기다.

그는 “인건비를 올리는 기업들은 큰 부담없이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에 전가하고 있다”며 “노동력 부족 현상이 금방 해소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한꺼번에 은퇴한 반면 젊은 세대는 과거와 다른 태도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젊은층은 높은 임금과 유연한 근무시간 이상을 원하고 있다”며 “팬데믹(대유행)과 관계없이 미국의 노동 인구는 크게 감소해왔다”고 말했다.

1980년대만 해도 노동 인구가 매년 1.6%씩 늘었으나 지난 10년간은 제로(0)에 가까웠다고 손 교수는 설명했다.

손 교수는 “물가 대책과 관련해 Fed는 이미 시장에 한참 뒤처져 있다(behind the curve)”며 “Fed가 테이퍼링(채권 매입 감축)을 하고 금리를 올리더라도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그는 “인플레이션은 알콜 중독과 같다는 노벨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술을 마실 때(유동성 확대)는 좋은 영향이 먼저 찾아오고 나쁜 영향이 뒤늦게 오지만 술을 끊으면(유동성 회수) 고통이 먼저 닥치고 나중에서야 치유가 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나 대차대조표 축소 등 본격적인 긴축에 나설 경우 시장 고통이 먼저 찾아올 것이란 진단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