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7% 물가에도 안도…불러드 "봄부터 자산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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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김현석의 뉴욕 증시 포인트>
★ 주가 올랐다/ S&P500 0.28% 상승
★ 소비자물가 높게 나왔지만, 시장을 놀라게 하진 않았다
★ S&P500, 4700대 저항 구간에 진입했다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2일(현지시간) 아침 발표됐습니다. 시장 예상처럼 헤드라인 수치가 1982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가 나오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75% 수준에서 1.71%까지 떨어지고, 달러도 ICE달러인덱스 기준 95.6에서 95.2로 급락했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의 주요 지수도 0.4~0.8% 플러스로 출발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가 7%대까지 나왔지만,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었다. 혹시라도 더 높게 나올 가능성에 베팅했던 게 일부 되돌려지면서 금리와 달러가 하락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중요한 물가 지표가 높게 나온 뒤 시장이 안도하는 일은 최근 반복되고 있습니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최근 여섯 차례 CPI 발표 때 다섯 차례 10년물 금리가 하락했습니다.
CPI에 대한 월가의 분석을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① 헤드라인 수치는 기록적이다
12월 CPI는 전년 대비 7.0%, 전월 대비 0.5% 올랐습니다.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5%, 전월 대비 0.6% 상승했습니다.
② 시장을 놀라게 하지는 않았다
시장 예상치는 7.0~7.1% 수준이었습니다. 결과는 시장 예상과 부합했습니다. 이는 일부에 남아있던 우려(깜짝 놀랄 수치가 나올 수 있다)를 해소시켰습니다.
③ 몇 달 내로 정점을 찍을 수 있다
물가가 7%까지 치솟은 데는 '일시적 요인'이 많은 걸 차지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중고차와 신차 가격입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공급 제한이 이어지면서 신차는 전월 대비 1.0%, 전년 대비 11.8%나 올랐고 중고차는 3.5%, 37.3%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너지 등에선 정점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로는 29.3% 올랐지만 전월 대비로는 0.4% 하락했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0.5% 떨어졌지요. 10월 0.6%, 11월 0.4% 올랐던 서비스는 0.3% 증가로 완만해졌습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경제학자는 "12월의 7.0% 증가가 정점은 아니지만 1월과 2월에 약 7.2%를 기록한 뒤 3월부터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는 9월께 물가는 4.5%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전월 대비 CPI 물가는 지난 10월 0.9%, 11월 0.8% 올랐었습니다. 이달에는 0.5% 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데 진전을 보인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 말이 맞기는 하지만, 한 달 만에 0.5% 오른 건 정말 많이 오른 겁니다.
④ 정점을 찍었다고 금세 2%대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요소에만 머물지 않고 많은 부분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및 팬데믹 관련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기타 항목의 물가도 최근 석 달 연속 전월 대비 0.3%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월가가 주목하는 주거비(shelter)는 전월 대비 0.5%, 1년 전보다 4.1% 증가했습니다. CPI의 23.5%를 구성하는 소유자의 등가 임대료(OER)도 전년 대비 0.4%, 3.8% 상승했습니다. 주거비는 통상 12~18개월 늦게 반영됩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케이스·실러 미국 주택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19.1% 폭등한 것을 고려하면 이제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학자들은 2022년 주거비 상승이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의 브라이언 채파타 칼럼니스트는 "CPI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을 감안할 때 주거비가 계속해서 전월 대비 0.5% 이상 증가하는 건 굉장히 큰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여름까지 주거비는 6~7%로 치솟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자동차 가격 등은 좀 길게 보면 하락하면서 정상화될 것이다. 하지만 임금이나 주거비는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안정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주 공개된 12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팬데믹 이전 평균 인상률인 약 3%를 훨씬 웃도는 것입니다. 다만 아직 '나선형 폭등'(Spiral)이라고 부르는 연속적인 물가 앙등이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월가 금융사 대부분은 여전히 상반기, 늦어도 올해 중반께부터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치고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최고투자책임자( CIO)는 "CPI가 수십 년 내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우리는 앞으로 몇 달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지 않으며 봄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WSJ의 경제학자 설문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CPI가 둔화하면서 올해 말께는 3%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날 Fed가 발표한 베이지북에서도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단서가 나왔습니다. Fed는 "기업들은 대부분 고객에게 부과되는 가격이 탄탄하게 증가했다고 보고했지만, 일부에서는 가격 인상이 최근 몇 달 동안 경험한 강력한 속도보다 약간 둔화하였다고 언급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물가가 둔화할 것으로 믿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팬데믹이 가라앉으면서 공급망이 점차 정상을 찾으리라는 기대입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급격히 재확산되고 있지만,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신규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뉴욕 등 동부 지역에서는 정점 징후가 뚜렷합니다. 또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미국 제조업체가 재료에 대해 지불한 가격은 지난달 하락했습니다. JP모간은 이날 보고서에서 12월 PMI와 관련해 "공급망 제약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수요 정상화 예상입니다. 12월 CPI를 보면 근원 상품 물가는 전년 대비 10.69% 올랐지만, 근원 서비스물가는 3.68%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해 서비스(외식 등) 수요가 줄고 대신 상품 수요는 폭등한 탓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2019년에 비해 40%나 늘어난 소비자들의 상품 수요가 계속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구재 가격의 하락은 2022년 말까지 인플레이션을 더 낮추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CPI는 전반적으로 이런 월가의 뷰를 확인시켜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오는 3월 Fed가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올리리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수치이기도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7%이고 실업률이 3.9%인 상황에서 Fed가 긴축으로 선회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릭 리더 CIO는 "우리는 Fed가 곧(아마도 3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LPL파이낸셜은 "Fed는 이르면 3월에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긴축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어할 수 있다. 우리는 주식 시장이 역사적으로, 일반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처음 몇 번의 금리 인상을 쉽게 흡수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과연 Fed도 같은 생각일까요? 이날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WSJ 인터뷰에서 "12월 CPI 수치는 예상에 부합했다. 물가 압력은 개인소비지출(PCE) 기준으로 올해를 지나면서 3%대로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올해 FOMC 투표권자인 그는 그렇게 되려면 통화정책에서 좀 더 매파적인 경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블러드 총재는 "올해 세 번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믿었지만 사실 지금은 네 차례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올해 상반기에 몇 차례 금리를 인상한다면 장기적으로 더 많이 인상하지 않을 수 있다"라면서 3월 인상을 주장했습니다.
불러드는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해서도 "내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더 빨리 자산매입을 종료했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과 함께 봄에 대차대조표의 수동적 감축을 허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수동적 감축은 보유 채권이 만기를 맞으면 재투자하지 않고 그냥 상환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그는 "대차대조표 축소의 장기적 경로에 대해 논의하는 것에는 여전히 열려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내일 상원 인증청문회에 서는 Fed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는 이날 공개한 사전연설문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우리의 통화정책은 모두를 위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2%대로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저런 일이 벌어지는 와중에 S&P500 지수는 어느새 다시 4700대에 도달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거의 두 달 가량 머물렀던 그 구간입니다. 기술적으로 많은 매물이 쌓여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S&P500 지수는 지난 4일 4800을 돌파해 사상 최고 기록(4818.62)을 세우기도 했지만 이후 급락했었습니다. 이날 S&P500 지수는 한 때 4748까지 올랐지만 결국 0.28% 오른 4726.35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은 이날 0.23% 상승해 15188.39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스닥은 200일 이동평균선에서 반등하기 시작한 뒤 이날 100일 이동평균선(15277) 부근을 터치한 뒤 상승 폭을 줄였습니다.
다우는 한때 200포인트까지 올랐지만,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장 후반 다시 상승해 0.11%(38.3포인트) 오른 채 마감했습니다.
파월 의장 청문회 출석에 이어 12월 CPI도 나왔습니다. 그새 10년물 금리는 1.7%대가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이제 올해 거의 네 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단기에 금리가 추가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BCA리서치는 "최근 주식시장의 매도세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국채 수익률이 이런 빠른 속도로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금리 상승세는 작년 말 Fed의 매파적 전환에 대한 지연된 대응이었다는 겁니다. BCA리서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올해 말 2~2.25% 범위에서 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이런 수준의 수익률은 주식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는 14일부터는 4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됩니다. 목요일 델타항공, 그리고 금요일 JP모간과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금융주가 4분기 실적을 공개합니다. 이에 따라 실적으로 관심이 조금씩 옮겨가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는 S&P500 기업의 이익이 4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날 월가의 금융사 제프리스는 예상보다 적은 매출과 이익을 공개했습니다. 4분기 채권 트레이딩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겁니다. 그 여파로 주가는 9.3%나 폭락했습니다. 주가가 떨어진 건 제프리스뿐만이 아닙니다. 사업모델이 비슷한 골드만삭스는 3.18%, 모건스탠리는 2.74% 하락했습니다. 블랙록의 러스 코스테리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대를 헤쳐나가는 법'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업 이익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금리 상승으로 주식의 밸류에이션 확장이 어려워지면 이익이 시장을 주도한다"라며 "핵심은 상승하는 물가를 활용해 가격을 높일 수 있는(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산업과 주식을 찾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때 상대 성과가 가장 좋은 섹터는 경기순환 업종, 특히 에너지, 소재, 산업주”라고 밝혔습니다. 금융주는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금리가 상승할 때 금융주가 아웃퍼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시간이 흐르면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코스테리히 PM은 “인플레이션은 더 넓은 시장에 역풍이 될 수 있지만 올바른 주식에는 순풍이 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 주가 올랐다/ S&P500 0.28% 상승
★ 소비자물가 높게 나왔지만, 시장을 놀라게 하진 않았다
★ S&P500, 4700대 저항 구간에 진입했다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2일(현지시간) 아침 발표됐습니다. 시장 예상처럼 헤드라인 수치가 1982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가 나오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75% 수준에서 1.71%까지 떨어지고, 달러도 ICE달러인덱스 기준 95.6에서 95.2로 급락했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의 주요 지수도 0.4~0.8% 플러스로 출발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가 7%대까지 나왔지만,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었다. 혹시라도 더 높게 나올 가능성에 베팅했던 게 일부 되돌려지면서 금리와 달러가 하락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중요한 물가 지표가 높게 나온 뒤 시장이 안도하는 일은 최근 반복되고 있습니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최근 여섯 차례 CPI 발표 때 다섯 차례 10년물 금리가 하락했습니다.
CPI에 대한 월가의 분석을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① 헤드라인 수치는 기록적이다
12월 CPI는 전년 대비 7.0%, 전월 대비 0.5% 올랐습니다.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5%, 전월 대비 0.6% 상승했습니다.
② 시장을 놀라게 하지는 않았다
시장 예상치는 7.0~7.1% 수준이었습니다. 결과는 시장 예상과 부합했습니다. 이는 일부에 남아있던 우려(깜짝 놀랄 수치가 나올 수 있다)를 해소시켰습니다.
③ 몇 달 내로 정점을 찍을 수 있다
물가가 7%까지 치솟은 데는 '일시적 요인'이 많은 걸 차지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중고차와 신차 가격입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공급 제한이 이어지면서 신차는 전월 대비 1.0%, 전년 대비 11.8%나 올랐고 중고차는 3.5%, 37.3%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너지 등에선 정점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로는 29.3% 올랐지만 전월 대비로는 0.4% 하락했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0.5% 떨어졌지요. 10월 0.6%, 11월 0.4% 올랐던 서비스는 0.3% 증가로 완만해졌습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경제학자는 "12월의 7.0% 증가가 정점은 아니지만 1월과 2월에 약 7.2%를 기록한 뒤 3월부터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는 9월께 물가는 4.5%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전월 대비 CPI 물가는 지난 10월 0.9%, 11월 0.8% 올랐었습니다. 이달에는 0.5% 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데 진전을 보인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 말이 맞기는 하지만, 한 달 만에 0.5% 오른 건 정말 많이 오른 겁니다.
④ 정점을 찍었다고 금세 2%대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요소에만 머물지 않고 많은 부분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및 팬데믹 관련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기타 항목의 물가도 최근 석 달 연속 전월 대비 0.3%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월가가 주목하는 주거비(shelter)는 전월 대비 0.5%, 1년 전보다 4.1% 증가했습니다. CPI의 23.5%를 구성하는 소유자의 등가 임대료(OER)도 전년 대비 0.4%, 3.8% 상승했습니다. 주거비는 통상 12~18개월 늦게 반영됩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케이스·실러 미국 주택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19.1% 폭등한 것을 고려하면 이제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학자들은 2022년 주거비 상승이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의 브라이언 채파타 칼럼니스트는 "CPI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을 감안할 때 주거비가 계속해서 전월 대비 0.5% 이상 증가하는 건 굉장히 큰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여름까지 주거비는 6~7%로 치솟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자동차 가격 등은 좀 길게 보면 하락하면서 정상화될 것이다. 하지만 임금이나 주거비는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안정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주 공개된 12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팬데믹 이전 평균 인상률인 약 3%를 훨씬 웃도는 것입니다. 다만 아직 '나선형 폭등'(Spiral)이라고 부르는 연속적인 물가 앙등이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월가 금융사 대부분은 여전히 상반기, 늦어도 올해 중반께부터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치고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최고투자책임자( CIO)는 "CPI가 수십 년 내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우리는 앞으로 몇 달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지 않으며 봄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WSJ의 경제학자 설문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CPI가 둔화하면서 올해 말께는 3%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날 Fed가 발표한 베이지북에서도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단서가 나왔습니다. Fed는 "기업들은 대부분 고객에게 부과되는 가격이 탄탄하게 증가했다고 보고했지만, 일부에서는 가격 인상이 최근 몇 달 동안 경험한 강력한 속도보다 약간 둔화하였다고 언급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물가가 둔화할 것으로 믿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팬데믹이 가라앉으면서 공급망이 점차 정상을 찾으리라는 기대입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급격히 재확산되고 있지만,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신규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뉴욕 등 동부 지역에서는 정점 징후가 뚜렷합니다. 또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미국 제조업체가 재료에 대해 지불한 가격은 지난달 하락했습니다. JP모간은 이날 보고서에서 12월 PMI와 관련해 "공급망 제약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수요 정상화 예상입니다. 12월 CPI를 보면 근원 상품 물가는 전년 대비 10.69% 올랐지만, 근원 서비스물가는 3.68%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해 서비스(외식 등) 수요가 줄고 대신 상품 수요는 폭등한 탓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2019년에 비해 40%나 늘어난 소비자들의 상품 수요가 계속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구재 가격의 하락은 2022년 말까지 인플레이션을 더 낮추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CPI는 전반적으로 이런 월가의 뷰를 확인시켜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오는 3월 Fed가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올리리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수치이기도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7%이고 실업률이 3.9%인 상황에서 Fed가 긴축으로 선회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릭 리더 CIO는 "우리는 Fed가 곧(아마도 3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LPL파이낸셜은 "Fed는 이르면 3월에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긴축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어할 수 있다. 우리는 주식 시장이 역사적으로, 일반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처음 몇 번의 금리 인상을 쉽게 흡수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과연 Fed도 같은 생각일까요? 이날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WSJ 인터뷰에서 "12월 CPI 수치는 예상에 부합했다. 물가 압력은 개인소비지출(PCE) 기준으로 올해를 지나면서 3%대로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올해 FOMC 투표권자인 그는 그렇게 되려면 통화정책에서 좀 더 매파적인 경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블러드 총재는 "올해 세 번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믿었지만 사실 지금은 네 차례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올해 상반기에 몇 차례 금리를 인상한다면 장기적으로 더 많이 인상하지 않을 수 있다"라면서 3월 인상을 주장했습니다.
불러드는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해서도 "내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더 빨리 자산매입을 종료했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과 함께 봄에 대차대조표의 수동적 감축을 허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수동적 감축은 보유 채권이 만기를 맞으면 재투자하지 않고 그냥 상환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그는 "대차대조표 축소의 장기적 경로에 대해 논의하는 것에는 여전히 열려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내일 상원 인증청문회에 서는 Fed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는 이날 공개한 사전연설문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우리의 통화정책은 모두를 위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2%대로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저런 일이 벌어지는 와중에 S&P500 지수는 어느새 다시 4700대에 도달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거의 두 달 가량 머물렀던 그 구간입니다. 기술적으로 많은 매물이 쌓여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S&P500 지수는 지난 4일 4800을 돌파해 사상 최고 기록(4818.62)을 세우기도 했지만 이후 급락했었습니다. 이날 S&P500 지수는 한 때 4748까지 올랐지만 결국 0.28% 오른 4726.35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은 이날 0.23% 상승해 15188.39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스닥은 200일 이동평균선에서 반등하기 시작한 뒤 이날 100일 이동평균선(15277) 부근을 터치한 뒤 상승 폭을 줄였습니다.
다우는 한때 200포인트까지 올랐지만,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장 후반 다시 상승해 0.11%(38.3포인트) 오른 채 마감했습니다.
파월 의장 청문회 출석에 이어 12월 CPI도 나왔습니다. 그새 10년물 금리는 1.7%대가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이제 올해 거의 네 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단기에 금리가 추가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BCA리서치는 "최근 주식시장의 매도세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국채 수익률이 이런 빠른 속도로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금리 상승세는 작년 말 Fed의 매파적 전환에 대한 지연된 대응이었다는 겁니다. BCA리서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올해 말 2~2.25% 범위에서 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이런 수준의 수익률은 주식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는 14일부터는 4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됩니다. 목요일 델타항공, 그리고 금요일 JP모간과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금융주가 4분기 실적을 공개합니다. 이에 따라 실적으로 관심이 조금씩 옮겨가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는 S&P500 기업의 이익이 4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날 월가의 금융사 제프리스는 예상보다 적은 매출과 이익을 공개했습니다. 4분기 채권 트레이딩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겁니다. 그 여파로 주가는 9.3%나 폭락했습니다. 주가가 떨어진 건 제프리스뿐만이 아닙니다. 사업모델이 비슷한 골드만삭스는 3.18%, 모건스탠리는 2.74% 하락했습니다. 블랙록의 러스 코스테리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대를 헤쳐나가는 법'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업 이익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금리 상승으로 주식의 밸류에이션 확장이 어려워지면 이익이 시장을 주도한다"라며 "핵심은 상승하는 물가를 활용해 가격을 높일 수 있는(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산업과 주식을 찾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때 상대 성과가 가장 좋은 섹터는 경기순환 업종, 특히 에너지, 소재, 산업주”라고 밝혔습니다. 금융주는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금리가 상승할 때 금융주가 아웃퍼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시간이 흐르면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코스테리히 PM은 “인플레이션은 더 넓은 시장에 역풍이 될 수 있지만 올바른 주식에는 순풍이 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