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40여년 전 도입한 동성애 남성 헌혈 금지를 해제하면서 미국에서도 성소수자 헌혈 규제를 폐지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동성애 남성 헌혈 40년만에 허용…"미국도 허용하라"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은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더는 정당화되지 않는 한 가지 불평등을 끝내려 한다"며 동성애 남성들도 3월부터 자유롭게 헌혈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월 16일부터는 남성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성적 지향성과 관계없이 헌혈 전 위험한 성적 행위에 관한 설문 조사를 한 뒤 헌혈할 수 있게 된다.

프랑스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확산하기 시작했지만 전염 과정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던 1983년 남성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의 헌혈을 금지했다.

이후 2016년에는 헌혈 전 1년간 성적 금욕생활을 한 경우 헌혈을 할 수 있게 허용했고 2019년에는 헌혈 전 금욕생활 요구 기간을 4개월로 줄였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성소수자단체 중 하나인 LGBT단체연합(Inter-LGBT)은 남성 동성애자 헌혈 금지 해제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이 단체 마티외 카티퐁-바셰트 대변인은 "헌혈을 원하는 동성애자에게 4개월간의 금욕을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이고 차별의 한 형태로 인식돼왔다"며 "보건 안전 체계는 존중해야 하지만 그것이 성적 지향성에 기반을 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성소수자(LGBTQ+) 단체들도 성소수자에 대한 헌혈 규제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83년 남성 동성자 헌혈을 평생 금지했다가 2015년 1년 이상 다른 남성과 성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에 한 해 헌혈을 허용하는 것으로 규정을 완화했다.

일부 여성 헌혈자에게도 그들의 남성 파트너에게 다른 남성 파트너가 있을 경우 같은 금욕 기간이 적용됐다.

FDA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혈액이 부족해지자 이들에게 적용하는 금욕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다.

그러나 성소수자단체 '휴먼 라이츠 캠페인'은 "FDA의 현재 정책 역시 같은 위험을 안고 있는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며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웹사이트에서 "남성 동성애자들은 자신들이 보호기구 없이 성행위를 하는 것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단지 성소수자 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에 헌혈 전 금욕 기간을 부과받고 있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