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대우조선 ‘빅딜’ 무산…조선株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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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완화 기대했지만…빅3 체제 유지될 듯
“올해도 선박 발주 시장 호황"
"선별 수주로 수익성 개선될 것”
“올해도 선박 발주 시장 호황"
"선별 수주로 수익성 개선될 것”
3년을 끌어온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승인으로 결국 무산됐다. 이미 EU의 불승인 가능성이 외신 보도를 통해 전해져왔지만, 우리 주식 시장에서 조선사들의 주가는 크게 요동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무산된 기업 인수·합병(M&A)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삼성중공업의 주가가 가장 크게 빠졌다. 한국 조선업계가 빅3 체제에서 빅2로 재편돼 경쟁 강도가 완화되면 그 수혜가 삼성중공업에도 미칠 것으로 예상돼왔던 탓이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미 지난 12일 AFP통신이 이를 예고한 바 있었다.
다만 주식 시장에서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 관련 계열사들과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지난 12~13일 2거래일 동안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각각 1.00%와 1.40% 하락했고, 대우조선해양은 0.40% 올랐다.
오히려 삼성중공업의 낙폭이 2.22%로 가장 컸다. 주식 시장 참여자들은 조선업 재편이 무산되면 삼성중공업이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일단 현대중공업그룹은 아쉬울 게 없다. 대우조선해양을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한 뒤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빅딜이 무산되면 그만큼의 현금을 아낄 수 있어서다.
대우조선해양은 재무적 위험이 커지기는 했지만, 당장은 문제가 생겨도 산업은행의 보호를 받게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치는 ‘조선업 빅딜’ 방안은 2019년 1월 발표됐다. 2016년 조선업 위기를 봉합하는 마지막 퍼즐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된 대우조선해양을 민영화하는 작업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을 민영화하면 국내 조선업계의 지형을 빅3(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체제에서 빅2(현대중공업그룹·삼성중공업) 체제로 재편된다. 한국 조선사들끼리의 과잉 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터였다.
한국의 대형 조선사 3곳은 업황이 나빠질 때마다 ‘저가 수주’ 경쟁을 벌여왔다. 기술력의 차이가 크지 않아, 발주사에 차별점으로 내세울 게 가격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6년의 조선업 위기 역시 해양플랜트 경험도 많지 않던 한국 조선업계가 저가 수주 경쟁에서 비롯됐다. 산업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힐 뻔한 일을 겪고도, 국내 조선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수주 절벽 사태를 맞자 2020년 하반기부터 다시 저가 수주 경쟁을 벌였다.
조선사들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도크(선박 건조 공간)를 놀리는 것보다 저가에라도 수주해 고정비 부담이라도 더는 게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조선업황이 나빠지면 어김없이 ‘저가 수주’ 논란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EU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하려는 것도 ‘가격 경쟁을 계속 하라’는 취지다. 신조 가격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발주할만한 선주사들은 유럽 지역에 많이 자리잡고 있는데,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쳐지면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특히 LNG 운반선 분야는 한국 조선업계가 발주된 건조 물량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현재도 선박을 발주하려는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3개 뿐인 상황이다.
실제 한국 조선사들이 2020년 4분기 글로벌 LNG 운반선 발주 시장을 휩쓸기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선가는 상승 곡선을 타더니, 국내 조선사들이 향후 2~3년치 일감을 모두 확보한 뒤부터는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신조선가 지수는 작년 말 154.18포인트였다. 2009년 5월의 156.58포인트 이후 최고치이며, 작년 초와 비교하면 27포인트가 오른 수준이다.
증권가에서 보는 조선 섹터에 대한 전망은 조선업 빅딜의 무산과는 별개로 나쁘지 않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선박 발주량 개선 추세는 2020년 말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견조한 해운 운임과 중고선가의 상승, 주요 선종에서 여전히 낮은 선복량 대비 수주잔고 비율 등은 올해도 상선 발주 전망을 밝게 한다”며 “우상향하는 신조선가 움직임 아래 선별 수주로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최근의 조선산업 여건이 (조선업 빅딜을 발표한) 2019년 당시보다 개선돼 EU의 불승인 결정이 우리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관계기관은 조선산업 여건 개선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오히려 무산된 기업 인수·합병(M&A)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삼성중공업의 주가가 가장 크게 빠졌다. 한국 조선업계가 빅3 체제에서 빅2로 재편돼 경쟁 강도가 완화되면 그 수혜가 삼성중공업에도 미칠 것으로 예상돼왔던 탓이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미 지난 12일 AFP통신이 이를 예고한 바 있었다.
다만 주식 시장에서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 관련 계열사들과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지난 12~13일 2거래일 동안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각각 1.00%와 1.40% 하락했고, 대우조선해양은 0.40% 올랐다.
오히려 삼성중공업의 낙폭이 2.22%로 가장 컸다. 주식 시장 참여자들은 조선업 재편이 무산되면 삼성중공업이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일단 현대중공업그룹은 아쉬울 게 없다. 대우조선해양을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한 뒤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빅딜이 무산되면 그만큼의 현금을 아낄 수 있어서다.
대우조선해양은 재무적 위험이 커지기는 했지만, 당장은 문제가 생겨도 산업은행의 보호를 받게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치는 ‘조선업 빅딜’ 방안은 2019년 1월 발표됐다. 2016년 조선업 위기를 봉합하는 마지막 퍼즐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된 대우조선해양을 민영화하는 작업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을 민영화하면 국내 조선업계의 지형을 빅3(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체제에서 빅2(현대중공업그룹·삼성중공업) 체제로 재편된다. 한국 조선사들끼리의 과잉 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터였다.
한국의 대형 조선사 3곳은 업황이 나빠질 때마다 ‘저가 수주’ 경쟁을 벌여왔다. 기술력의 차이가 크지 않아, 발주사에 차별점으로 내세울 게 가격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6년의 조선업 위기 역시 해양플랜트 경험도 많지 않던 한국 조선업계가 저가 수주 경쟁에서 비롯됐다. 산업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힐 뻔한 일을 겪고도, 국내 조선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수주 절벽 사태를 맞자 2020년 하반기부터 다시 저가 수주 경쟁을 벌였다.
조선사들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도크(선박 건조 공간)를 놀리는 것보다 저가에라도 수주해 고정비 부담이라도 더는 게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조선업황이 나빠지면 어김없이 ‘저가 수주’ 논란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EU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하려는 것도 ‘가격 경쟁을 계속 하라’는 취지다. 신조 가격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발주할만한 선주사들은 유럽 지역에 많이 자리잡고 있는데,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쳐지면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특히 LNG 운반선 분야는 한국 조선업계가 발주된 건조 물량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현재도 선박을 발주하려는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3개 뿐인 상황이다.
실제 한국 조선사들이 2020년 4분기 글로벌 LNG 운반선 발주 시장을 휩쓸기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선가는 상승 곡선을 타더니, 국내 조선사들이 향후 2~3년치 일감을 모두 확보한 뒤부터는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신조선가 지수는 작년 말 154.18포인트였다. 2009년 5월의 156.58포인트 이후 최고치이며, 작년 초와 비교하면 27포인트가 오른 수준이다.
증권가에서 보는 조선 섹터에 대한 전망은 조선업 빅딜의 무산과는 별개로 나쁘지 않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선박 발주량 개선 추세는 2020년 말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견조한 해운 운임과 중고선가의 상승, 주요 선종에서 여전히 낮은 선복량 대비 수주잔고 비율 등은 올해도 상선 발주 전망을 밝게 한다”며 “우상향하는 신조선가 움직임 아래 선별 수주로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최근의 조선산업 여건이 (조선업 빅딜을 발표한) 2019년 당시보다 개선돼 EU의 불승인 결정이 우리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관계기관은 조선산업 여건 개선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