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은 블랙바 스테이크하우스 대표(왼쪽)가 영국 영화 킹스맨을 테마로 꾸민 바에서 위스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장동은 블랙바 스테이크하우스 대표(왼쪽)가 영국 영화 킹스맨을 테마로 꾸민 바에서 위스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서울 대치동 글래드호텔 지하 1층 블랙바 스테이크하우스는 입구부터 남달랐다. 문 앞에 세워진 의문의 만년필을 옆으로 기울이자 자동문이 스르륵 열렸다. 매장으로 들어서자 1900년대 중반 영국 저택의 인테리어를 재현한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장동은 블랙바 스테이크하우스 대표(48)는 “블랙바는 나만의 안식처를 원하는 3040 남성을 위한 매장”이라며 “영화 킹스맨 콘셉트의 고급스러우면서도 비밀스러운 인테리어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바는 퇴근 후 지친 영혼을 달래고 싶은 ‘럭비남’의 성지다. 이곳을 찾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3040 남성이다.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국내 유수의 대기업 등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이들이다. 장 대표는 “가격을 조금 더 지급하더라도 자신을 위한 확실한 보상을 원하는 이들이 블랙바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처럼 혼자 바 테이블에 앉아 위스키 한 잔 시켜 놓고 생각을 정리하러 오는 이도 적지 않다.

장 대표는 “업무시간 내내 여러 사람에게 시달린 이들은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기보단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며 “이들은 바 테이블 한쪽 구석에서 고독을 즐긴 후 떠난다”고 전했다.

블랙바에 오는 럭비남은 취향도 남다르다. 글렌피딕이나 맥켈란처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몰트위스키를 찾는 이들은 소수다. 장 대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몰트위스키를 한 잔씩 맛보며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거나, 그날 기분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풍미를 담은 위스키를 주문하는 이가 많다”며 “단골손님 중엔 위스키 지식이 직원보다 더 깊고 넓은 이도 있다”고 했다.

위스키에 입문하고 싶은 초보 럭비남은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장 대표는 일단 “숙성 연도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그는 “연산이 오래된 위스키가 모두에게 무조건 좋은 술은 아니다”며 “자신이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과 함께 먹는지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는 위스키에 입문하는 것을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박종관/최진석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