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 관리, 이젠 男의 일!
‘도련님 호사헐 제 옥골선풍 고운 얼굴 분세수(粉洗手) 정이하야 긴 머리 곱게 따 갑사(甲紗)댕기 듸렸네.’

춘향가에서 글공부를 하다 말고 놀러 나갈 채비를 하는 이몽룡을 묘사한 구절이다. 여기서 ‘분세수’는 얼굴을 하얗게 만드는 화장을 뜻한다. 물에 적신 쌀가루를 얼굴에 바른 뒤 잿물로 씻어내는 것이다. 이몽룡은 왜 분세수를 했을까. 조선시대에는 흰 얼굴이 양반의 상징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아름다움을 향한 조선시대 남성들의 욕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요즘 남자들도 다르지 않다. 외모를 가꾸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남성용 색조 화장품, 남성만을 위한 미용실인 바버숍이 등장한 지는 꽤 됐다. 최근에는 남성 전용 네일숍, 남성을 겨냥한 피부과 시술 상품 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30대 럭비남’이 이런 소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일숍 찾는 남성들…30대 고객 6배 증가

네일숍은 여성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많다. 매니큐어와 장식물로 손발톱을 예쁘게 꾸미는 곳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하지만 네일숍에서 이런 꾸미기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손발톱을 보기 좋게 다듬고 각질을 제거해 말끔히 정돈해 준다. 깔끔한 성격의 남성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2017년 남성을 위한 네일숍이 처음 등장했다. 서울 논현동의 남성 전용 네일숍 DK옴므다. 이곳을 찾아가 기본 손발관리 서비스를 선택하자 직원이 푹신한 가죽 소파로 안내했다. 소파에 앉아 아로마 입욕제를 녹인 물에 발을 담갔다. 감미로운 재즈음악까지 곁들이니 묵은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었다.

직원 두 명이 각각 손과 발을 맡았다. 손발톱을 깎아 길이를 조절하고 모양을 다듬었다. 손발톱 주변의 큐티클(각질)을 제거한 뒤 영양제를 뿌렸다. 차량에 광택을 내듯 손톱 표면을 윤기 있게 만들었다. 소금 스크럽(각질 제거제) 등을 사용해 발바닥 각질도 말끔히 없앴다. 마지막으로 발바닥 팩을 하고 풋크림을 발라 마무리했다.

정갈해진 손과 발을 보니 만족스러웠다. 목욕탕에서 세신을 받고 나온 것처럼 개운했다. 샐리 DK옴므 원장은 “기존에는 무좀 내성발톱 등으로 고민하는 40~50대 남성 고객이 대부분이었다”며 “2년 전부터 젊은 남성들이 늘기 시작했고 특히 30대 고객이 여섯 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용 서비스를 받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남성 전용 공간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 잠원동 더리버사이드호텔에 있는 남성 전용 스파 ‘더메디스파’가 대표적이다. 몸속 독소와 노폐물 배출을 돕는 수기관리(마사지) 서비스가 인기다. 1인용 고급 소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인 릴렉스룸을 비롯해 노천탕, 레스토랑, 미팅룸 등을 갖추고 있어 사업을 하는 젊은 남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젠 피부과에서도 ‘큰손’…150만원대 미용 시술 인기

럭비남은 피부과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전에 남성들은 피부과에서 주로 제모와 모공 치료를 받았지만, 요즘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리프팅 보톡스 필러 등 미용 시술을 적극적으로 받는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피부과에서 남성들이 가장 많이 받는 시술은 ‘울쎄라’다. 초음파를 활용해 볼과 턱 등 얼굴의 전체적인 선을 팽팽하게 잡아주는 시술이다. 팔자주름을 개선해주고 턱선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인모드’도 많이 받는다. 고주파 열을 사용해 피부 속 콜라겐을 재생시켜 준다. 이 밖에 콜라겐 재생유도물질을 피부에 침투시키는 ‘스킨부스터’, 고주파를 사용해 피부 탄력과 피부결을 개선하는 ‘써마지’가 인기 시술로 꼽힌다. 시술 가격은 울쎄라와 써마지가 150만~250만원대로 가장 비싸다. 인모드와 스킨부스터는 각각 25만~40만원, 25만~50만원이다. 피부과를 찾는 남성의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아이디피부과에 따르면 지난해 내원한 남성 가운데 30대가 3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31.4%)와 40대(19.8%) 순이었다. 아이디병원 관계자는 “30대 남성들이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추세”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