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팩토가 임상시험 중인 신약후보물질 ‘백토서팁’의 투여량을 줄이는 내용의 임상계획 변경안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것은 작년 5~6월께였다. 임상 2상에 참여한 환자 가운데 2명이 간 독성 등으로 인해 사망한 탓이었다. 하지만 식약처 산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변경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투여량을 줄이면 독성 문제가 해결된다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임상시험을 계속하는 건 윤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임상 변경안 불허…메드팩토 주가 27% 급락
이런 사실이 공개되자 메드팩토 주가는 13일 하루 만에 27.54% 빠졌다. “백토서팁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한 영향이었다. 하지만 바이오업계에서는 “백토서팁 임상 중 일부만 어그러졌는데 투자자들이 공포에 사로잡힌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백토서팁으로 진행 중인 여러 임상 가운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차 요법에서만 문제가 됐을 뿐 대장암, 데스모이드종양 등 다른 임상은 별문제가 없어서다. 메드팩토 관계자는 “백토서팁 때문에 사망했다는 인과관계가 규명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백토서팁은 ‘TGF베타 저해제’로 불린다. TGF베타는 암세포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방어하는 물질이다. 백토서팁은 이런 TGF베타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식으로 암을 사멸시키는 치료제다. 메드팩토는 백토서팁이 다른 항암제와 함께 투여됐을 때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여러 암을 대상으로 병용 투여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첫 사망 환자는 간 독성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상반기에 투약한 두 번째 사망 환자는 심각한 피부 독성을 앓았다.

메드팩토 관계자는 “백토서팁이 면역반응을 과하게 일으켰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라며 “기존 1일 2회 300㎎ 용법을 1일 2회 200㎎ 용법으로 줄이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다른 면역항암제와 병용 투여한 임상에서 같은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없었다는 게 메드팩토가 제시하는 근거다. 하지만 허가당국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메드팩토 관계자는 “허가당국을 납득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만들어 변경계획서를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