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왼쪽)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왼쪽)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거둬들인 국세가 예상보다 40조원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기준으론 초과 세수 규모가 60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11월까지 국세수입이 323조4000억원으로 파악됐다고 13일 발표했다. 2021년 본예산을 확정한 때인 2020년 말 추산액 282조7000억원에 비해 40조7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7월 2차 추경 편성 때와 비교하면 9조1000억원 많다.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수가 이미 기재부의 2차 추경 편성 때 예상을 넘어섰다. 소득세는 집값 상승과 증시 호조 등에 따라 7조1000억원이 더 걷혔으며 진도율은 107.2%에 이르렀다.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지난해 12월 세수는 2020년 12월 17조7000억원보다 증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예산 대비로 60조원가량의 세수 오차가 발생한 것이란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세수 추계에 오차가 발생한 것은 아쉽지만 기업 실적, 수출입, 고용 등 경제가 활성화된 결과”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여력을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초과 세수를 활용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두번이나 수정하고도 본예산과 오차율 20% 넘어
양도·근로소득세 20조 더 걷혀…"기재부 어떻게 믿나" 신뢰 추락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기준으로 10조원 조금 넘는 세수가 들어올 것 같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밝힌 2021년 세수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두 달 만에 무참히 빗나갔다. 이후 기재부는 지난해 국세수입 전망을 두 번이나 수정했고 초과세수(세수 오차) 규모는 2차 추경 기준 30조원, 2021년 본예산 기준으로는 60조원 안팎까지 불어났다.

황당한 기재부의 세수 전망

판판이 틀린 기재부 세수 전망…더 걷힌 세금으로 '선거용 추경' 편성
13일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세수입은 323조4000억원이었다. 7월 2차 추경 때 예상한 세입 314조3000억원보다 9조1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11월까지 당초 한 해 목표했던 세금을 다 걷고도 9조1000억원이 남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다음달 집계되는 지난해 12월 세수는 고스란히 연간 초과세수로 잡히게 된다.

기재부는 12월 국세수입이 전년 동월 17조7000억원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1월까지 초과세수 9조1000억원을 더하면 최소 26조8000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12월 국세수입은 20조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재부 안팎의 분석이다.

당초 5조1000억원으로 예상했던 지난해분 종합부동산세가 고지액 기준 8조6000억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연납으로 올해 들어올 세액을 제외한 대부분이 12월 세입에 잡힌다.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도 예상보다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2차 추경안 대비 초과세수는 3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가 두 달 전 제시한 초과세수 예상치 19조원보다 10조원 이상 많다.

초과세수가 30조원이라고 가정할 때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3000억원이다. 282조7000억원인 2021년 본예산 대비 61조6000억원 많다. 본예산과 실제 세수 증감치를 비교한 오차율은 21.7%에 이르러 역대 최고치다. 역대 세수 오차율은 10%를 넘은 적이 없으며 2018년 9.5%가 이전까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관가에서조차 “저런 기재부를 믿고 어떻게 예산을 짜고 집행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돈 더 풀어라” 빌미로

이 같은 세수 추계 오차의 원인은 예상보다 빨랐던 지난해 경제 회복에 있다. 기업 및 소비가 호조를 나타내며 1~11월 법인세는 전년 동기 대비 14조7000억원, 부가가치세는 6조1000억원 더 걷혔다. 강화된 세제에 자산시장 호황이 겹치며 양도소득세와 근로소득세 등 소득세도 20조2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7월 2차 추경안 편성과 11월 초과세수 전망치 발표 등 지난해 하반기에도 두 차례 기존 예상을 수정할 기회가 정부에 있었다. 홍 부총리를 비롯한 기재부 당국자들이 책임을 피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는 고스란히 여당의 돈풀기 압박으로 이어졌다. 2차 추경안 대비 10조원 이상의 국세수입이 예상된 지난해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연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 추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세수가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국회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한 지난달 말에는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50조원 추경론이 나왔다. “예상보다 더 걷힌 돈을 써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주장에 홍 부총리는 “초과세수가 많지 않다”고 맞섰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세입에 무너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세수 추계에 오차가 발생한 것은 아쉽지만 기업 실적, 수출입, 고용 등 경제가 활성화한 결과”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여력을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초과 세수를 활용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관가에선 문 대통령이 3월 대선 전 추경 편성을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수가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전체 나라 살림살이는 여전히 적자다. 지난해 1~11월 총지출은 546조3000억원으로 국세수입과 세외수입, 기금수입을 합한 총수입 523조9000억원보다 22조4000억원 많았다. 기금수입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77조원 적자였다.

김소현/임도원/노경목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