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갑자기 폭락한 기술주, 특별한 이유가 없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월 13일 김현석의 뉴욕 증시 요약>
★ 나스닥 2021년 5월 이후 최대 낙폭, 2.51%↓
★ 별 이유는 없었다. 경제 지표는 예상과 비슷했다
★ 관심은 4분기 어닝시즌으로
13일(현지시간) 아침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시장 예상과 비슷했습니다.
12월 공급자물가(PPI)는 전년 대비 9.7% 올라 2010년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전월 대비로는 0.2% 오르는 데 그쳐 11월(1.0% 상승)이나 시장 예상(0.4% 상승)보다 낮았습니다. 지난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 가격지수가 낮아진 것처럼 도매물가 압력이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된 것입니다. 하지만 워낙 수치가 높아서 안정되려면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는 "PPI가 아주 높은 수준이지만, 이 수치가 아마도 거의 정점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전주(~8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이전보다 2만3000건 증가한 23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20만 건)보다 많은 것으로 오미크론 변이 확산의 영향이 나타나면서 6주 만에 처음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21만8000건)을 넘어선 것이죠. 리즈 영 소파이 투자전략 헤드는 "팬데믹 이전 평균과 비슷한 데다 더 중요한 건 계속 청구 건수는 155만9000건으로 팬데믹 이전보다 많이 적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두 지표 모두 미 중앙은행(Fed)이 긴축에 나설 수 있는 상황임을 뒷받침했습니다. 하지만 Fed가 올해 네 번가량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예상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준금리를 올려도 증시는 버틸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UBS는 "Fed의 긴축이 가까워짐에 따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1.73%에서 향후 몇 개월 동안 약 2%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도 "금리가 오르겠지만 주식 랠리를 위태롭게 할 수익률의 급격한 상승은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이 1분기에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 기저 효과가 시작되고 공급망 혼란이 완화되면서 둔화할 것이란 주장입니다.
블랙록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장 보이뱅 블랙록투자연구소 소장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5bp 오르면서 올해를 시작했다. 하지만 장기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전히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이 낮다는 얘기지요.
보이뱅 소장은 "Fed가 오는 3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더라도 향후 3년간 예상되는 금리 인상 폭은 Fed가 매파적으로 전환하기 전에 예상되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보인 반응 가운데 가장 차분한 것으로 위험 자산에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지난주 공개된) 12월 FOMC 회의록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건 대차대조표를 더 빨리 축소하려는 계획이었다"라면서 "이는 투자자들이 앞으로 장기 채권에 대해 더 많은 이자를 요구하기 시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보다는 채권에 더 나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보이뱅 소장은 결론적으로 "모든 관심이 기준금리에 쏠려있지만, 논쟁의 중심은 아마도 채권의 기간 프리미엄이 올라갈 것이란 것"이라면서 "이는 채권에 비해 주식을 선호하는 우리의 입장을 더욱 강력히 뒷받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돈이 주식으로 몰릴 것이란 주장입니다. LPL파이낸셜은 1962년부터 10년물 국채 금리가 1% 이상 상승했던 과거 열 네 번의 기간을 분석해보면 세 번만 제외하고 열 한 번은 S&P500 지수가 상승했습니다. 오를 확률이 78.6%인 셈입니다. 그리고 평균 상승 폭은 무려 17.3%에 달합니다.
또 직전 여덟 번의 기준금리 인상 주기를 분석하면 Fed가 금리를 처음 올린 뒤 직후 3개월간 S&P500 지수는 네 번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6개월을 따지면 여섯 번 상승했고 12개월 동안을 보면 모든 경우 지수가 다 올랐습니다. 처음에는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가는 오른다는 겁니다. LPL파이낸셜의 라이언 디트릭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금리가 상승한다는 건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둔화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러한 이유로 수익률이 높아지면 주식은 꽤 좋은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주요 지수는 0.2~0.4%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주가가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빅테크를 포함해 나스닥의 기술주들이 무차별적으로 떨어졌습니다. 오후 3시가 넘자 나스닥은 2% 넘게 하락했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무려 2.51%나 급락한 채 사흘간의 반등을 마무리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4.2%, 아마존은 2.4%, 테슬라는 6.8% 떨어졌고 엔비디아가 5.1% 내리는 등 TSMC의 기대를 넘는 실적 발표에 장 초반 상승했던 반도체주도 급락했습니다. S&P500 지수는 1.42%, 다우는 0.49% 떨어졌습니다. 뭔가 큰일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 오전 10시에 상원에서 Fed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에 대한 부의장 인준청문회가 열렸지만 특별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FOMC가 올해 몇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자산 매입이 종료되자마자 즉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모두 예상되던 수준입니다. 이날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도 통화정책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다루는 데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라며 올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화정책을 중립에 가깝게 조정해야 한다"면서 "Fed 정책 입안자들은 올해 금리가 두, 세, 네 번 인상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브레이너드, 에번스와 같은 Fed 내의 비둘기파들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나선 게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화정책 전환은 지난주 12월 FOMC 회의록이 공개된 뒤 투자자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 후반 연 1.69%까지 내리는 등 안정된 흐름을 보였습니다. 어제 10년물에 이어 이날 30년물까지 재무부 입찰도 별 탈 없이 진행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날 주가 하락을 촉발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지난 사흘간 주가 반등에도 '많이 내렸다'는 이유 외에 별다른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이날 하락도 기술적 요인으로 해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올해 들어 헤지펀드와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수했고, 기관투자자는 주식을 매도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고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에 대한 확신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개인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 설문에서 강세장을 예상하는 답변은 25%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또 헤지펀드는 수시로 롱숏을 오갑니다. 어닝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도 중단됐기 때문에 뚜렷한 매수세력이 없는 셈입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투자자 대부분의 확신 수준이 낮게 유지되고 있다"라면서 "S&P500 지수가 지난 두 달처럼 4700위로 가면 흔들리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S&P500 지수는 67포인트 내려 4659로 마감했습니다. 기술주는 지난 사흘간 강하게 반등했지만, 따져보면 그 기반은 약해 보입니다. 찰스 슈왑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나스닥 지수는 3% 하락했지만, 구성 종목 가운데 연고점에서 10% 이상 떨어진 주식은 43%에 달합니다. 1% 하락한 S&P500 지수에서 10% 이상 떨어진 종목이 15%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면 밑에서 기술주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금융, 에너지 등 경기순환주들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기에도 조금은 부담스럽습니다. S&P 에너지 섹터는 전날까지 14% 상승했으며 대형 은행은 12% 올랐습니다. 단기에 크게 오른 것입니다. 마침 JP모간,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들은 14일 아침 4분기 실적을 공개합니다. 어닝시즌은 통상 JP모간 등 금융주로 시작해 월마트 등 유통주로 끝나지요.
금리는 주식 시장의 멀티풀(배수)과 관련이 큽니다. 금리 상승으로 멀티풀이 압박을 받는다면, 기업 어닝이 늘어나야 주가가 유지되거나 오를 수 있습니다.
투자자 관심도 어닝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개장 전 기대를 넘는 실적을 발표한 델타항공은 이날 2.12% 상승하면서 항공주 전반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KB홈의 경우 좋은 실적을 발표한 뒤 16.52%나 폭등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전략가는 "앞으로 몇 주 동안 투자자들은 금리, 통화정책 이런 것보다 훨씬 더 미시적인 개별 주식 이야기에 촛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과연 4분기 어닝시즌은 뉴욕 증시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시장에선 S&P500 기업들의 4분기 이익이 20% 이상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리피니티브는 22.4%, 팩트셋은 21.7% 각각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매우 뛰어난 것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4분기 39%, 2021년 49% 증가(추정)에는 못 미칩니다. CNBC의 밥 바사니 주식평론가는 기업 이익에 영향을 주는 △수요 △마진 △통화정책 등 세 가지 요인 가운데 마진과 통화정책은 올해 심각한 역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마진의 경우 지난해 기록적 수준인 13%에 달했습니다.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에 직면했지만, 가격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높은 마진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콘퍼런스보드가 9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 CEO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에서 절반 이상이 2023년 중반까지 가격 압력이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서브라메니언 전략가는 "임금 압박이 높아지면서 기업 이익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인건비는 미국 기업의 총비용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서브라메니언은 올해도 기록적 마진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통화정책의 경우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매출 증가 폭을 제한하게 됩니다. 이날 미국의 주택금융공사 격인 프레디맥은 주택 모기지 이자율이 지난주 3.22%에서 이번 주 3.45%로 높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팬데믹 발생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1년 전에는 2.79%였습니다. 블룸버그의 브라이언 채파타 칼럼니스트는 "5개월간 0.7% 상승은 주택구매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경기 부양책 후퇴로 하반기에는 소비자들이 뒤로 물러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사니 평론가는 올해 기업 이익에 대해 몇 가지 조기 경고 신호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선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실적 추정치를 더 높이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에는 기업들에 대한 월가의 이익 추정치가 계속 높아졌지만, 이번 4분기 추정치의 경우 지난 몇 달 동안 22% 수준에서 변동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실적을 내놓고 있는 기업들이 종전처럼 월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선 이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습니다. 전날까지 20개 기업이 4분기 실적을 보고했는데, 매출이 월가 추정보다 13% 많게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그 이전 분기에는 추정치보다 20% 이상 많은 매출을 신고했었습니다.
바사니는 "2022년 기업 이익은 역사적 평균과 비슷한 한 자릿수 중후반 수준이 될 것"이라며 "2021년 49% 이익 성장이 비정상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한 자릿수 중후반의 이익 성장도 좋은 것입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전략가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올해 말 S&P500 지수의 목표가를 5100으로 설정했다. 이는 전적으로 약 8%의 기업 이익 성장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 나스닥 2021년 5월 이후 최대 낙폭, 2.51%↓
★ 별 이유는 없었다. 경제 지표는 예상과 비슷했다
★ 관심은 4분기 어닝시즌으로
13일(현지시간) 아침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시장 예상과 비슷했습니다.
12월 공급자물가(PPI)는 전년 대비 9.7% 올라 2010년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전월 대비로는 0.2% 오르는 데 그쳐 11월(1.0% 상승)이나 시장 예상(0.4% 상승)보다 낮았습니다. 지난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 가격지수가 낮아진 것처럼 도매물가 압력이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된 것입니다. 하지만 워낙 수치가 높아서 안정되려면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는 "PPI가 아주 높은 수준이지만, 이 수치가 아마도 거의 정점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전주(~8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이전보다 2만3000건 증가한 23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20만 건)보다 많은 것으로 오미크론 변이 확산의 영향이 나타나면서 6주 만에 처음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21만8000건)을 넘어선 것이죠. 리즈 영 소파이 투자전략 헤드는 "팬데믹 이전 평균과 비슷한 데다 더 중요한 건 계속 청구 건수는 155만9000건으로 팬데믹 이전보다 많이 적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두 지표 모두 미 중앙은행(Fed)이 긴축에 나설 수 있는 상황임을 뒷받침했습니다. 하지만 Fed가 올해 네 번가량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예상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준금리를 올려도 증시는 버틸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UBS는 "Fed의 긴축이 가까워짐에 따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1.73%에서 향후 몇 개월 동안 약 2%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도 "금리가 오르겠지만 주식 랠리를 위태롭게 할 수익률의 급격한 상승은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이 1분기에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 기저 효과가 시작되고 공급망 혼란이 완화되면서 둔화할 것이란 주장입니다.
블랙록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장 보이뱅 블랙록투자연구소 소장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5bp 오르면서 올해를 시작했다. 하지만 장기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전히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이 낮다는 얘기지요.
보이뱅 소장은 "Fed가 오는 3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더라도 향후 3년간 예상되는 금리 인상 폭은 Fed가 매파적으로 전환하기 전에 예상되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보인 반응 가운데 가장 차분한 것으로 위험 자산에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지난주 공개된) 12월 FOMC 회의록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건 대차대조표를 더 빨리 축소하려는 계획이었다"라면서 "이는 투자자들이 앞으로 장기 채권에 대해 더 많은 이자를 요구하기 시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보다는 채권에 더 나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보이뱅 소장은 결론적으로 "모든 관심이 기준금리에 쏠려있지만, 논쟁의 중심은 아마도 채권의 기간 프리미엄이 올라갈 것이란 것"이라면서 "이는 채권에 비해 주식을 선호하는 우리의 입장을 더욱 강력히 뒷받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돈이 주식으로 몰릴 것이란 주장입니다. LPL파이낸셜은 1962년부터 10년물 국채 금리가 1% 이상 상승했던 과거 열 네 번의 기간을 분석해보면 세 번만 제외하고 열 한 번은 S&P500 지수가 상승했습니다. 오를 확률이 78.6%인 셈입니다. 그리고 평균 상승 폭은 무려 17.3%에 달합니다.
또 직전 여덟 번의 기준금리 인상 주기를 분석하면 Fed가 금리를 처음 올린 뒤 직후 3개월간 S&P500 지수는 네 번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6개월을 따지면 여섯 번 상승했고 12개월 동안을 보면 모든 경우 지수가 다 올랐습니다. 처음에는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가는 오른다는 겁니다. LPL파이낸셜의 라이언 디트릭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금리가 상승한다는 건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둔화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러한 이유로 수익률이 높아지면 주식은 꽤 좋은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주요 지수는 0.2~0.4%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주가가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빅테크를 포함해 나스닥의 기술주들이 무차별적으로 떨어졌습니다. 오후 3시가 넘자 나스닥은 2% 넘게 하락했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무려 2.51%나 급락한 채 사흘간의 반등을 마무리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4.2%, 아마존은 2.4%, 테슬라는 6.8% 떨어졌고 엔비디아가 5.1% 내리는 등 TSMC의 기대를 넘는 실적 발표에 장 초반 상승했던 반도체주도 급락했습니다. S&P500 지수는 1.42%, 다우는 0.49% 떨어졌습니다. 뭔가 큰일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 오전 10시에 상원에서 Fed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에 대한 부의장 인준청문회가 열렸지만 특별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FOMC가 올해 몇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자산 매입이 종료되자마자 즉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모두 예상되던 수준입니다. 이날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도 통화정책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다루는 데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라며 올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화정책을 중립에 가깝게 조정해야 한다"면서 "Fed 정책 입안자들은 올해 금리가 두, 세, 네 번 인상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브레이너드, 에번스와 같은 Fed 내의 비둘기파들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나선 게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화정책 전환은 지난주 12월 FOMC 회의록이 공개된 뒤 투자자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 후반 연 1.69%까지 내리는 등 안정된 흐름을 보였습니다. 어제 10년물에 이어 이날 30년물까지 재무부 입찰도 별 탈 없이 진행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날 주가 하락을 촉발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지난 사흘간 주가 반등에도 '많이 내렸다'는 이유 외에 별다른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이날 하락도 기술적 요인으로 해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올해 들어 헤지펀드와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수했고, 기관투자자는 주식을 매도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고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에 대한 확신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개인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 설문에서 강세장을 예상하는 답변은 25%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또 헤지펀드는 수시로 롱숏을 오갑니다. 어닝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도 중단됐기 때문에 뚜렷한 매수세력이 없는 셈입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투자자 대부분의 확신 수준이 낮게 유지되고 있다"라면서 "S&P500 지수가 지난 두 달처럼 4700위로 가면 흔들리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S&P500 지수는 67포인트 내려 4659로 마감했습니다. 기술주는 지난 사흘간 강하게 반등했지만, 따져보면 그 기반은 약해 보입니다. 찰스 슈왑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나스닥 지수는 3% 하락했지만, 구성 종목 가운데 연고점에서 10% 이상 떨어진 주식은 43%에 달합니다. 1% 하락한 S&P500 지수에서 10% 이상 떨어진 종목이 15%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면 밑에서 기술주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금융, 에너지 등 경기순환주들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기에도 조금은 부담스럽습니다. S&P 에너지 섹터는 전날까지 14% 상승했으며 대형 은행은 12% 올랐습니다. 단기에 크게 오른 것입니다. 마침 JP모간,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들은 14일 아침 4분기 실적을 공개합니다. 어닝시즌은 통상 JP모간 등 금융주로 시작해 월마트 등 유통주로 끝나지요.
금리는 주식 시장의 멀티풀(배수)과 관련이 큽니다. 금리 상승으로 멀티풀이 압박을 받는다면, 기업 어닝이 늘어나야 주가가 유지되거나 오를 수 있습니다.
투자자 관심도 어닝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개장 전 기대를 넘는 실적을 발표한 델타항공은 이날 2.12% 상승하면서 항공주 전반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KB홈의 경우 좋은 실적을 발표한 뒤 16.52%나 폭등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전략가는 "앞으로 몇 주 동안 투자자들은 금리, 통화정책 이런 것보다 훨씬 더 미시적인 개별 주식 이야기에 촛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과연 4분기 어닝시즌은 뉴욕 증시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시장에선 S&P500 기업들의 4분기 이익이 20% 이상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리피니티브는 22.4%, 팩트셋은 21.7% 각각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매우 뛰어난 것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4분기 39%, 2021년 49% 증가(추정)에는 못 미칩니다. CNBC의 밥 바사니 주식평론가는 기업 이익에 영향을 주는 △수요 △마진 △통화정책 등 세 가지 요인 가운데 마진과 통화정책은 올해 심각한 역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마진의 경우 지난해 기록적 수준인 13%에 달했습니다.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에 직면했지만, 가격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높은 마진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콘퍼런스보드가 9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 CEO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에서 절반 이상이 2023년 중반까지 가격 압력이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서브라메니언 전략가는 "임금 압박이 높아지면서 기업 이익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인건비는 미국 기업의 총비용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서브라메니언은 올해도 기록적 마진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통화정책의 경우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매출 증가 폭을 제한하게 됩니다. 이날 미국의 주택금융공사 격인 프레디맥은 주택 모기지 이자율이 지난주 3.22%에서 이번 주 3.45%로 높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팬데믹 발생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1년 전에는 2.79%였습니다. 블룸버그의 브라이언 채파타 칼럼니스트는 "5개월간 0.7% 상승은 주택구매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경기 부양책 후퇴로 하반기에는 소비자들이 뒤로 물러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사니 평론가는 올해 기업 이익에 대해 몇 가지 조기 경고 신호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선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실적 추정치를 더 높이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에는 기업들에 대한 월가의 이익 추정치가 계속 높아졌지만, 이번 4분기 추정치의 경우 지난 몇 달 동안 22% 수준에서 변동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실적을 내놓고 있는 기업들이 종전처럼 월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선 이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습니다. 전날까지 20개 기업이 4분기 실적을 보고했는데, 매출이 월가 추정보다 13% 많게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그 이전 분기에는 추정치보다 20% 이상 많은 매출을 신고했었습니다.
바사니는 "2022년 기업 이익은 역사적 평균과 비슷한 한 자릿수 중후반 수준이 될 것"이라며 "2021년 49% 이익 성장이 비정상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한 자릿수 중후반의 이익 성장도 좋은 것입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전략가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올해 말 S&P500 지수의 목표가를 5100으로 설정했다. 이는 전적으로 약 8%의 기업 이익 성장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