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친환경 제품 통합 브랜드 ‘렛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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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탄소배출 순증가를 ‘0’으로
탈탄소 위기→ESG로 브랜드 가치↑
고객사와의 공동 브랜딩 추진
탄소배출 순증가를 ‘0’으로
탈탄소 위기→ESG로 브랜드 가치↑
고객사와의 공동 브랜딩 추진
2022년 새해에도 국내 기업들에게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다.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탈탄소’ 흐름에 발맞춰 기업들은 친환경 경영 전략을 세우고 세부적인 계획을 실행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업종으로 꼽히는 화학기업들은 ESG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1947년 창립된 국내 대표 화학기업 LG화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친환경 시대에 화학기업에게 있어 ESG란 무엇일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그 고민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친환경 제품 통합 브랜드 ‘렛제로(LET Zero)’다. Let(하게 두다)과 Zero(0)의 조합어로 환경에 해로운 요소나 탄소배출 순증가를 ‘0’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LG화학이 친환경 제품 브랜딩을 시작하고 또 소비자들에게 알리기까지 어떤 마케팅 전략을 짰을까.
상황 1 탈탄소 흐름 가속화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은 세계적인 메가 트랜드다. 유럽, 일본 등 28개국에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에 대한 세금(탄소세)을 물리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국제무역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무역에서 교역상대국에 탄소세를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소세 부과 최대 피해국인 중국, 러시아 등은 EU에 보복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 제품 양은 연간 4억4000t으로 추정된다. 이에 플라스틱 재활용·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규제는 LG화학 입장에서는 큰 위기나 다름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군에 속했기 때문에 사업 전략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우선 업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성장’과 ‘RE100’을 선언했다. 2050 탄소중립 성장이란 2019년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었다. RE100이란 전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100%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ESG기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사업 전략에도 큰 변화를 줬다. 지난해 7월에는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10조원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는 바이오·재활용·신재생 에너지 소재 등에 3조원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ESG는 LG화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요구를 만족시키며, 블루오션과 같은 시장까지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영진의 철학이 LG화학의 사업 방향과 브랜딩 전략의 근간이 됐다는 설명이다.
상황 2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필요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함에 따라 LG화학의 신제품 출시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PCR(재생 플라스틱) 소재, 옥수수 등으로 만들어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 소재, 폐식용유 등 재생 가능한 식물성 원료로 만든 바이오 소재 등 다양한 신제품이 연달아 출시됐다.
신제품이 출시되다 보니 브랜딩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 간 거래(B2B) 산업이지만 친환경 제품은 마케팅 관점의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고객들에게 기존 제품과의 차별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재활용·생분해·바이오라는 세 특징을 담은 친환경 통합 브랜드 론칭을 추진했다. 브랜드에 제품군이 추구하는 가치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면서도 회사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담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7월 19일 탄생한 것이 바로 렛제로다. 인류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와 지구를 만들겠다는 LG화학의 의지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 브랜드의 필요성에 대한 전사적인 공감대 및 지지속에 네이밍과 디자인, 론칭, 프로모션 캠페인까지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안에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황 3 B2B 기업의 브랜드 알리기
렛제로 브랜드를 선보인 이후 LG화학은 고객사와의 소통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브랜드를 소개하는 영상과 자료, 제품의 친환경성을 입증할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고객들에게 렛제로 제품군을 알리려 애썼다.
특히 LG화학은 고객사의 고객인 소비자들에게 해당 제품이 환경을 생각한 제품이라는 점을 알리려 노력했다. LG화학의 친환경 소재가 사용된 제품에는 렛제로 로고를 인증마크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렛제로 로고가 외부 포장재에 적용된 첫 사례는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제품인 ‘로얄보타닉 테라피 치약’이었다. 치약 용기에 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화석원료 대신 바이오 원료를 사용해 기존 제품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가량 줄였다”며 “포장재와 제품에 새겨진 렛제로 인증마크가 환경을 고려해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버스정류장 ‘스마트쉘터’에도 렛제로 로고를 넣었다. 스마트쉘터는 대기질 측정, 공기 정화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교통 서비스다. 스마트쉘터 화면에는 ‘이 스크린은 재활용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작됐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폴리카보네이트란 보안성과 내구성을 강화한 플라스틱 소재를 뜻한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적인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MZ세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고객사에서 공동 브랜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렛제로 인증마크가 새겨진 소비재 제품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시대 변화에 대한 포용력으로 브랜드 유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자’고 결심했다. 이에 2020년 ‘화학’이 아닌 ‘과학’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류의 삶에 과학을 연결한다’는 새로운 비전을 수립했다.
2021년에는 ESG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전환하며 창사 이래 가장 혁신적인 변화에 나섰다. 중장기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바탕으로 변화를 이어온 끝에 친환경 브랜드인 렛제로도 론칭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가 강력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회사의 전략이 일관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요구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깊이있게 읽어내야 한다”며 “렛제로가 고객사와 공동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B2B기업이라고 고객사만 보고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것이 아니라 고객사의 고객도 회사의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시야를 넓혔다는 취지다.
남정민 기자
□ 천성용 단국대 교수
과거 삼성자산운용에서 “당신의 자산 누가 운용합니까?”라는 광고 메시지를 내보낸 적이 있다. 이 광고는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실제로 판매하는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었다.
이 광고 메시지에 설득된 소비자들이 삼성자산운용 펀드를 찾게 되면,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과 증권회사들 역시 삼성자산운용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는 이와 같은 프로모션 전략을 “Pull strategy”라고 부른다.
Pull strategy의 대표적 사례로 과거 “Intel Inside”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사실 컴퓨터 전문가가 아닌 이상 CPU를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이미 CPU가 장착된 컴퓨터를 살 뿐이다.
그런데 인텔은 자사의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서 컴퓨터 제조회사가 아닌,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광고를 만들었다. 심지어 컴퓨터 제조회사의 광고에서 “Intel Inside” 마크를 보여줄 경우 해당 회사 TV 광고비의 50%, 인쇄 광고비의 2/3까지 지원해주었다. 결과적으로 인텔의 브랜드 이미지는 강화되었고, 소비자들은 인텔의 CPU가 장착된 컴퓨터를 더욱 찾게 되었다.
LG화학의 렛제로 캠페인 역시 Pull strategy 관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LG화학이 생산한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는 매우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은 “렛제로 브랜드”를 만들어 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플라스틱 소재, 친환경 제품 포장재 등을 최종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렛제로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소비자들은 렛제로 인증 마크가 포함된 제품을 더욱 찾게 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LG화학의 ESG 관련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앞의 사례처럼 더 많은 비즈니스 고객들이 LG화학의 제품을 찾게 만드는 결정적 유인이 될 것이다.
이제 LG화학은 렛제로 캠페인의 메시지를 최종 소비자에게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단지 ESG 추구라는 ‘사회적 바람직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ESG 관련 제품을 선택하는지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각 제품군에서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평가 기준”, “평가 방법”을 LG화학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변경시켜야 한다.
또한, 렛제로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렛제로 인증은 결국 LG화학을 중심으로 일종의 “ESG 제품 구매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캠페인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와 기업이 많아질수록 렛제로 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다시 말해, 렛제로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과 사용자 기반을 초기에 적극적으로 확보함으로써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가 대세다. 2010년대는 ‘디지털’이 추세였다면, 2020년대는 지속가능성과 순환 경제가 초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업의 자발적 책임감을 강조했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는 달리 ESG는 단기적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ESG가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부상이다. 특히 MZ세대는 가치 소비를 자연스러운 규범으로 여긴다.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ESG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가치 소비가 상류계급의 새로운 문화자본을 상징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기 위해 명품 소비보다 유기농 식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등장에 자극받은 기업들은 가치 소비와 ‘구별짓기’를 연결하는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가치 소비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가치 소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소비자들과 구별짓기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LG화학은 친환경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사의 전략을 담아 친환경 제품 통합 브랜드 ‘렛제로’를 출시했다. 그리고 LG화학의 친환경 소재가 사용된 제품에는 렛제로 로고를 인증마크 형태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친환경 가치와 구별짓기를 연결시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ESG 마케팅에서 기업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서둘러 ESG 흐름을 따라가려다 ‘착한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자칫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실수나 잘못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가 ESG 관점에서 갖는 가치를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제시해야 팩트 검증에 엄격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렛제로’ 인증마크가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환경에 해로운 요소나 탄소배출 순증가를 ‘0’으로 하겠다”는 브랜드의 약속을 잊지 말자.
전통적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업종으로 꼽히는 화학기업들은 ESG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1947년 창립된 국내 대표 화학기업 LG화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친환경 시대에 화학기업에게 있어 ESG란 무엇일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그 고민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친환경 제품 통합 브랜드 ‘렛제로(LET Zero)’다. Let(하게 두다)과 Zero(0)의 조합어로 환경에 해로운 요소나 탄소배출 순증가를 ‘0’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LG화학이 친환경 제품 브랜딩을 시작하고 또 소비자들에게 알리기까지 어떤 마케팅 전략을 짰을까.
상황 1 탈탄소 흐름 가속화
도전 1 친환경 포트폴리오 강화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은 세계적인 메가 트랜드다. 유럽, 일본 등 28개국에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에 대한 세금(탄소세)을 물리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국제무역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무역에서 교역상대국에 탄소세를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소세 부과 최대 피해국인 중국, 러시아 등은 EU에 보복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 제품 양은 연간 4억4000t으로 추정된다. 이에 플라스틱 재활용·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규제는 LG화학 입장에서는 큰 위기나 다름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군에 속했기 때문에 사업 전략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우선 업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성장’과 ‘RE100’을 선언했다. 2050 탄소중립 성장이란 2019년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었다. RE100이란 전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100%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ESG기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사업 전략에도 큰 변화를 줬다. 지난해 7월에는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10조원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는 바이오·재활용·신재생 에너지 소재 등에 3조원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ESG는 LG화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요구를 만족시키며, 블루오션과 같은 시장까지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영진의 철학이 LG화학의 사업 방향과 브랜딩 전략의 근간이 됐다는 설명이다.
상황 2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필요
도전 2 친환경 통합 브렌드 ‘렛제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함에 따라 LG화학의 신제품 출시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PCR(재생 플라스틱) 소재, 옥수수 등으로 만들어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 소재, 폐식용유 등 재생 가능한 식물성 원료로 만든 바이오 소재 등 다양한 신제품이 연달아 출시됐다.신제품이 출시되다 보니 브랜딩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 간 거래(B2B) 산업이지만 친환경 제품은 마케팅 관점의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고객들에게 기존 제품과의 차별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재활용·생분해·바이오라는 세 특징을 담은 친환경 통합 브랜드 론칭을 추진했다. 브랜드에 제품군이 추구하는 가치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면서도 회사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담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7월 19일 탄생한 것이 바로 렛제로다. 인류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와 지구를 만들겠다는 LG화학의 의지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 브랜드의 필요성에 대한 전사적인 공감대 및 지지속에 네이밍과 디자인, 론칭, 프로모션 캠페인까지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안에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황 3 B2B 기업의 브랜드 알리기
도전 3 고객사와의 공동 브랜딩 추진
렛제로 브랜드를 선보인 이후 LG화학은 고객사와의 소통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브랜드를 소개하는 영상과 자료, 제품의 친환경성을 입증할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고객들에게 렛제로 제품군을 알리려 애썼다.특히 LG화학은 고객사의 고객인 소비자들에게 해당 제품이 환경을 생각한 제품이라는 점을 알리려 노력했다. LG화학의 친환경 소재가 사용된 제품에는 렛제로 로고를 인증마크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렛제로 로고가 외부 포장재에 적용된 첫 사례는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제품인 ‘로얄보타닉 테라피 치약’이었다. 치약 용기에 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화석원료 대신 바이오 원료를 사용해 기존 제품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가량 줄였다”며 “포장재와 제품에 새겨진 렛제로 인증마크가 환경을 고려해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버스정류장 ‘스마트쉘터’에도 렛제로 로고를 넣었다. 스마트쉘터는 대기질 측정, 공기 정화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교통 서비스다. 스마트쉘터 화면에는 ‘이 스크린은 재활용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작됐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폴리카보네이트란 보안성과 내구성을 강화한 플라스틱 소재를 뜻한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적인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MZ세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고객사에서 공동 브랜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렛제로 인증마크가 새겨진 소비재 제품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LG화학은 74년에 달하는 업력으로 ‘화학업계 전통 강자’라는 브랜드 유산을 갖고 있다. ESG라는 메가 트렌드 속에서 이러한 브랜드 유산은 LG화학에 위기이자 기회였다.LG화학은 ‘시대 변화에 대한 포용력으로 브랜드 유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자’고 결심했다. 이에 2020년 ‘화학’이 아닌 ‘과학’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류의 삶에 과학을 연결한다’는 새로운 비전을 수립했다.
2021년에는 ESG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전환하며 창사 이래 가장 혁신적인 변화에 나섰다. 중장기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바탕으로 변화를 이어온 끝에 친환경 브랜드인 렛제로도 론칭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가 강력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회사의 전략이 일관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요구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깊이있게 읽어내야 한다”며 “렛제로가 고객사와 공동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B2B기업이라고 고객사만 보고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것이 아니라 고객사의 고객도 회사의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시야를 넓혔다는 취지다.
남정민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과거 삼성자산운용에서 “당신의 자산 누가 운용합니까?”라는 광고 메시지를 내보낸 적이 있다. 이 광고는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실제로 판매하는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었다.
이 광고 메시지에 설득된 소비자들이 삼성자산운용 펀드를 찾게 되면,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과 증권회사들 역시 삼성자산운용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는 이와 같은 프로모션 전략을 “Pull strategy”라고 부른다.
Pull strategy의 대표적 사례로 과거 “Intel Inside”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사실 컴퓨터 전문가가 아닌 이상 CPU를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이미 CPU가 장착된 컴퓨터를 살 뿐이다.
그런데 인텔은 자사의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서 컴퓨터 제조회사가 아닌,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광고를 만들었다. 심지어 컴퓨터 제조회사의 광고에서 “Intel Inside” 마크를 보여줄 경우 해당 회사 TV 광고비의 50%, 인쇄 광고비의 2/3까지 지원해주었다. 결과적으로 인텔의 브랜드 이미지는 강화되었고, 소비자들은 인텔의 CPU가 장착된 컴퓨터를 더욱 찾게 되었다.
LG화학의 렛제로 캠페인 역시 Pull strategy 관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LG화학이 생산한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는 매우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은 “렛제로 브랜드”를 만들어 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플라스틱 소재, 친환경 제품 포장재 등을 최종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렛제로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소비자들은 렛제로 인증 마크가 포함된 제품을 더욱 찾게 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LG화학의 ESG 관련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앞의 사례처럼 더 많은 비즈니스 고객들이 LG화학의 제품을 찾게 만드는 결정적 유인이 될 것이다.
이제 LG화학은 렛제로 캠페인의 메시지를 최종 소비자에게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단지 ESG 추구라는 ‘사회적 바람직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ESG 관련 제품을 선택하는지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각 제품군에서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평가 기준”, “평가 방법”을 LG화학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변경시켜야 한다.
또한, 렛제로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렛제로 인증은 결국 LG화학을 중심으로 일종의 “ESG 제품 구매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캠페인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와 기업이 많아질수록 렛제로 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다시 말해, 렛제로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과 사용자 기반을 초기에 적극적으로 확보함으로써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가 대세다. 2010년대는 ‘디지털’이 추세였다면, 2020년대는 지속가능성과 순환 경제가 초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업의 자발적 책임감을 강조했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는 달리 ESG는 단기적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ESG가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부상이다. 특히 MZ세대는 가치 소비를 자연스러운 규범으로 여긴다.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ESG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가치 소비가 상류계급의 새로운 문화자본을 상징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기 위해 명품 소비보다 유기농 식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등장에 자극받은 기업들은 가치 소비와 ‘구별짓기’를 연결하는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가치 소비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가치 소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소비자들과 구별짓기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LG화학은 친환경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사의 전략을 담아 친환경 제품 통합 브랜드 ‘렛제로’를 출시했다. 그리고 LG화학의 친환경 소재가 사용된 제품에는 렛제로 로고를 인증마크 형태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친환경 가치와 구별짓기를 연결시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ESG 마케팅에서 기업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서둘러 ESG 흐름을 따라가려다 ‘착한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자칫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실수나 잘못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가 ESG 관점에서 갖는 가치를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제시해야 팩트 검증에 엄격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렛제로’ 인증마크가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환경에 해로운 요소나 탄소배출 순증가를 ‘0’으로 하겠다”는 브랜드의 약속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