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 계열사인 헝다자동차가 전기차 양산을 시작했다. 헝다차는 그룹 차원에서 수조원을 투입한 회사로, 헝다 몰락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14일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헝다차는 전날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톈진공장에서 최근 양산을 시작한 전기자동차 헝츠5 1호차 출고식 영상을 올렸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헝츠5는 헝다차의 첫 양산차로, 한 번 충전으로 약 700㎞를 주행할 수 있다.

가격은 20만위안(약 3700만원) 아래에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신생 전기차 기업 웨이라이(NIO), 샤오펑, 리샹의 중형 SUV 가격대가 30만위안 안팎이라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은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이미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수백개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후발 주자인 헝다차의 순항 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기업의 디폴트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한 것도 시장 안착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쉬자인 헝다 회장은 2019년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의 자본금으로 헝다차를 설립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헝다차는 2022년 50만대, 2025년 1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가 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양산 시점은 당초 약속했던 시점인 2020년 하반기, 2021년 8월 등에서 두세 차례 연기했다.

헝다차의 2020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년 동안 전기차에 474억위안(약 8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업계에선 그룹 차원에서 투입한 자금이 294억위안(약 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모기업인 헝다가 자금난에 휘청이면서 헝다차 역시 작년 협력업체와 일부 임직원들에게 대금과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경영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한때 시장에서는 헝다가 새로 전기차 사업에 진출한 샤오미 등에 헝다차를 매각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쉬 회장은 지난해 11월 회사 내부 회의에서 향후 10년 안에 헝다를 전기차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변화시키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면서 헝다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홍콩증시 상장사인 헝다차(00708)의 주가는 모기업 헝다와 마찬가지로 최근 널뛰기를 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전일 대비 3.3% 오른 4.03홍콩달러로 마감하며 2달 반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더니 양산차 동영상을 공개한 13일에는 14% 폭락했다. 이어 이날은 장중 8%가량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헝다차는 아직까지 차를 한 대도 못 팔았음에도 한때는 중국 자동차 시가총액 1위를 달렸다. 최고점인 지난해 4월 시총은 6741억홍콩달러(약 103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모기업 유동성 위기와 함께 주가가 급락해 최근 시총은 고점 대비 90% 이상 줄어든 400억홍콩달러대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