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딜’이 유럽연합(EU) 반대로 무산되면서 항공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EU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 조건으로 슬롯(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을 내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보다 더 깐깐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의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M&A) 심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나올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EU 당국이 이달 말 한국 공정위의 최종 결정을 지켜본 뒤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두 회사가 장거리 노선 운항을 축소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하는 내용을 담은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상정했으며 이달 말 전원회의를 열어 이를 의결할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필수 신고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EU와 미국, 일본, 중국 총 5곳이다. 총 9개국 중 터키, 대만, 태국, 베트남 4개 국가에선 승인을 받았다. 다만 최근 EU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까다로워지고 있는 EU 경쟁당국의 심사 추세를 고려할 때 EU가 한국 공정위보다 엄격한 조건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캐나다 1위 항공사 에어캐나다는 3위 에어트랜샛과의 합병을 추진하다 EU 경쟁당국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자진 철회했다. EU 경쟁당국은 양사의 캐나다~유럽 중복 노선이 30여 개에 달해 경쟁제한성이 높다고 봤다. 공정위도 비슷한 이유로 두 회사의 슬롯 및 운수권 재배분을 조건으로 걸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중복 직항 노선은 4개에 불과하다. 캐나다와 달리 한국은 유럽으로 띄우는 항공편 자체가 적어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조선산업과 달리 항공산업은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규모가 미미하다. 2020년 국제선 여객수송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세계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EU 경쟁당국에 제출한 설명 자료에서도 독과점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