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지난 11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지 사흘 만이자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북한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제재가 “명백한 도발”이라고 주장한 지 8시간여 만에 도발을 감행했다.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긴장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14시41분경과 14시52분경 북한 평안북도 의주 일대에서 동북쪽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두 발의 발사체를 탐지했다”며 “비행거리는 약 430㎞, 고도는 약 36㎞로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군은 미사일 속도를 마하 6 안팎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한·미 정보당국이 관련 징후를 포착해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 또는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종류 모두 고체연료를 사용해 10~15분이면 발사를 준비할 수 있고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가 가능해 터널 등에 숨어 있다가 기습 발사한 뒤 재빨리 은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2019년부터 발사한 여러 형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북한이 보름도 안 되는 기간 세 차례나 무력도발에 나선 것은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해인 2019년 후 처음이다. 북한은 2019년 8월 한 달에만 2·6·10·16·24일 등 다섯 차례에 걸쳐 방사포와 일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특히 이례적으로 낮 시간대에 미사일을 쏜 것은 발사체 기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무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도발은 북한이 미국의 신규 대북 제재를 겨냥해 “기어코 이런 식의 대결적인 자세를 취해나간다면 우리는 더욱 강력하고도 분명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외무성의 경고성 담화를 내놓은 지 8시간여 만에 이뤄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주로 이른 아침 시간대에 신형 무기를 발사해온 점에 비춰볼 때 이날 발사는 예정된 게 아니라 미국의 대북 단독제재에 대한 반발을 보여주기 위해 갑자기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에 미국이 ‘제재 카드’를 꺼내고 북한이 이에 다시 반발하며 2018년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 이전의 미·북 악순환 구도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향후 ‘핵심 5대 과업’으로 지정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 고강도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