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임금 인플레 휘말린 JP모간…6% 폭락
<1월14일 뉴욕 증시 요약>
★나스닥, 하락하다 반등 0.59%↑
★은행 실적, 좋았지만 좋지 않았다
★경제지표 줄줄이 악화=오미크론+인플레이션

은행들은 인건비 등 비용 증가로 이익이 감소했습니다. 뜨거웠어야 할 연말 쇼핑철 소매판매는 대폭 감소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고 공장 생산도 둔화됐습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며 소비자 심리도 악화됐습니다.

14일(현지시간) 쏟아진 경제지표와 은행들 실적은 미국 경제가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코로나 재확산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일시적?) 타격을 받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0.7% 마이너스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장 후반 나스닥 기술주들이 반등하면서 나스닥은 0.59% 상승했고 S&P500 지수도 0.08% 강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은행주 급락세 속에 다우 지수만 0.56%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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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나온 경제지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12월 소매판매

12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9% 감소한 6268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인 0.1% 감소를 매우 큰 폭으로 밑돌았습니다. 11월 소매판매도 애초 0.3% 증가에서 0.2% 증가로 증가 폭이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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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이 8.7% 감소했으며, 13개 소매 카테고리 중 10개에서 소매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자제품은 2.9%, 가구 및 가정용품은 5.5% 감소했습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소매판매는 소비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나온 뒤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나우는 작년 4분기 성장률 추정치를 6.8%에서 5.0%로 낮췄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4분기와 작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투자전략헤드는 소매판매 급감의 원인으로 △오미크론 확산 △높은 물가 △사전에 이뤄진 연말 쇼핑(10월 1.8% 증가, 11월 0.2% 증가) 등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룰루레몬 등 몇몇 소매업체는 최근 오미크론 급증과 공급망 혼란 탓에 연말연시 판매가 위축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의 영향은 일시적일 것입니다. 이미 뉴욕 등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신규 감염자 증가세가 꺾어지고 있으므로, 두세 달가량 부정적 영향을 주는 데 그칠 것입니다. (1월 소매판매도 좋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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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물건값이 치솟아 소매판매가 줄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미국인들의 실질 소득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감소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아동세액공제)는 지난달 종료됐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소매판매를 분석해보면 레스토랑과 바 판매는 0.8% 줄어든 반면 온라인 쇼핑은 8.7%나 감소했다"라면서 "상품 부족과 높은 인플레이션 영향이 가장 크고 오미크론 영향은 그보다 덜 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소매판매는 팬데믹 이전 추세에 비해선 14% 높은 편입니다. 물론 높아진 물가를 고려하면 2% 정도밖에 높지 않지만요.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는 "전반적으로 수치가 매우 좋지 않지만, 미국 가계가 잉여저축액 2조7000억 달러(4.3개월 치 소매판매액과 맞먹는)를 가진 것을 감안하면 돈이 모자라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꺾이면 소매판매가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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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소매판매 감소로 인해 경제 성장이 느려지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3월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높고, 오미크론 변이가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수 있으므로 Fed는 3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12월 산업생산

12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1% 감소했습니다. 월가 예상 0.2% 증가를 밑돌았습니다. 자동차와 부품 생산이 1.3% 줄어든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12월 산업생산은 작년 동기보다는 3.7% 높습니다. 또 11월 수치는 기존 0.5% 증가에서 0.7% 증가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 1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미시간 대학의 1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68.8로 나와 예상치(70.0)나 전월(70.6)보다 크게 낮게 나왔습니다. 이는 10년 내 최저치였던 작년 11월 67.4와 거의 비슷합니다.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이코노미스트는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가 이런 내림세에 이바지했지만, 인플레이션 상승 때문이기도 하다"며 "소비자의 4분의 3 정도가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실업보다 인플레이션을 꼽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소비자들의 단기(12개월)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4.9%로 전월(4.8%)보다 또 증가했습니다. 장기(5년) 기대치도 3.1%로 전월(2.9%)보다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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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그동안 소비자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잘 묶여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러면 그 기대가 자꾸 올라가고 있는 겁니다. 3.1%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들 경제지표보다 더 빨리 발표된 JP모간,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은행의 실적은 대부분 월가 예상을 충족시켰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은행주 매도로 대응했습니다.

먼저 이들의 이익이 월가 추정치는 넘었지만, 그 넘어선 정도는 2021년 4개 분기 중 가장 적었습니다. JP모간의 경우 4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예상치를 10.5% 넘었는데, 1분기는 48%, 2분기는 18%, 3분기는 25% 상회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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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의 실적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① 인건비 증가가 실적 부담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03억5000만 달러로 예상 299억 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주당순이익(EPS)도 3.33달러로 예상치 3.01달러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년 동기보다 14% 줄어든 수치이며, 지난 7개 분기 중 가장 적습니다. 게다가 JP모간은 4분기에 대손충당금 18억 달러를 환입했는데, 이를 제외하면 EPS는 2.86달러에 그칩니다. 이제 더 환입할 대손충당금도 거의 없죠.

매출은 괜찮았고 4분기 순이자마진은 금리 상승으로 전분기보다 0.01%포인트 오른 1.63%로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익은 왜 별로였을까요. 비용, 특히 인건비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4분기 비이자 비용은 11% 증가한 179억 달러(월가 추정치 176억3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주로 직원 보상 증가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② 이익 증가 쉽지 않다

제러미 바넘 CFO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35억 달러 투자로 인해 비용이 올해 작년(710억 달러)보다 8% 늘어난 77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1~2년 동안 역풍이 순풍을 능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목표보다 약간 낮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빡빡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더 많은 임금을 줘야 하는지' 묻자 "노동시장이 빡빡한 것은 사실이다. 약간의 임금 인플레이션이 있다. 최고의 인재를 뽑고 성과에 따라 경쟁력 있는 급여를 주는 건 중요하다"라고 답했습니다.

JP모간 같은 초대형 기업마저 높아진 임금 탓에 이익이 줄어든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놀랐습니다. 주가가 이날 6% 넘게 폭락한 이유입니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마요 금융 애널리스트는 이날 JP모간에 대한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습니다. 목표주가도 210달러에서 180달러로 떨어뜨렸습니다. 마요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역사적 수준의 비용 증가가 올해 이후 누그러질 것이란 보장이 없다"라며 2022~2025년 연간 이익 추정치를 약 15% 낮췄습니다.

이는 JP모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증시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JP모간의 비용 증가 가이던스는 매우 중요한 거시경제 뉴스다. 이는 임금 인플레이션이 기업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비용이 예상보다 더 많이 증가한다면 이는 EPS 추정에 역풍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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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뿐이 아닙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전날까지 4분기 실적을 보고한 20개 S&P500 기업 중 60%인 12개가 인건비 상승, 인력 부족이 매출이나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구겐하임파트너스는 이날 디즈니에 대한 투자등급을 낮췄습니다.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겁니다. 디즈니 주가는 2.25% 떨어졌습니다.

③ 미국 경제, 여전히 강하다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오미크론 변이, 인플레이션, 공급망 병목 현상과 관련된 역풍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계속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대출은 계속 건전하며 예외적으로 낮은 순상각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평균 예금계좌 잔액은 17% 증가했고, 소매금융 분야에서는 20%나 늘었습니다. 또 고객들의 투자자산은 22%나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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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 회장은 "소비자들의 상태는 정말 좋다"라면서 "소비자들은 대차대조표에 2조 달러가 더 있는 데다 집값이 오르고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일자리는 풍부하고 임금도 오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④ 금리 앞으로 더 오른다

다이먼 회장은 기준금리에 대해 "네 차례 이상 인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여섯 차례, 혹은 일곱 차례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리 인상이) 어떤 면에서 부드럽거나 달콤할 수 있고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모든 생각은 실수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이먼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미 국채 금리는 크게 뛰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날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이 여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금리 경로는 하반기 인플레이션에 달려있고, 만약 여전히 높으면 네 차례 혹은 다섯 차례 인상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한 게 불안을 자극한 상태였습니다. 비둘기파들이 모두 긴축으로 전향한 데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언급하는 인상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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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연 1.708% 수준이던 10년물 금리는 이날 1.774%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1.7%대에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 1.8%를 넘으면 2%까지는 별다른 저항선이 없다. 1월 말 FOMC가 다가오면 또다시 뛸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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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자산운용의 휴 김버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주식 시장은 채권 시장에서 계속 신호를 받을 것"이라며 "분명해지고 있는 것은 Fed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고 광범위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주는 (다행히) Fed 인사들이 입을 다뭅니다. 오는 25~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블랙아웃 기간이 내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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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관심은 본격적으로 기업 실적에 쏠릴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금융사뿐 아니라 P&G, 유나이티드항공 등 많은 기업이 실적 발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인건비 등 인플레이션이 올해 실적에 미칠 영향을 주시할 겁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제조업지수, 기존주택판매,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 경제지표도 나옵니다. 오미크론 등의 영향으로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은 마틴 루터킹의 날로 시장이 열리지 않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