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고에는 '560자', 입찰 앞둔 아파트에는 '870자' 사과문
붕괴 사고 이튿날 짧은 입장문 후 공식사과 없어…광주 시민들 분노
붕괴에는 찔끔, 재건축 입찰에는 자필 사과한 현대산업개발
붕괴 사고와 관련해 '부실 사과'로 질타를 받은 HDC 현대산업개발 측이 입찰 참여를 앞둔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장문의 자필사과문을 보내 도마 위에 올랐다.

16일 현대산업개발과 해당 입주민들에 따르면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현대아파트지구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자필사과문을 보냈다.

지난 15일 관양동 현대아파트 곳곳에 현대산업개발의 입찰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 여러장이 걸리자, 현대산업개발도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자필사과문도 전달했다.

유 대표이사는 사과문에서 "광주 사고 수습을 위해 집중하고 있어 조합원님께 서면으로 먼저 사과 말씀드린다"며 "이러한 중대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회사 안전 관리 및 현장 운영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재건축에 대해 "세계적인 구조설계사와 함께 구조적 안정성을 최우선 목표로 했고 명품 설계를 완성했다.

1985년 저희가 준공한 관양현대의 제2의 탄생도 맡겨달라"며 입찰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유 대표이사의 이날 사과문은 수기 글씨 879자로 종이를 빼곡히 채웠다.

하지만 이날 자필 사과문은 지난 12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에서 내놓은 569자 분량의 짧은 입장문과는 대조적이어서 재건축 조합원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광주시민들로부터는 분노를 자아냈다.

조합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과문을 접한 한 주민은 "진심을 다해 사과해야 할 데는 따로 있는데 시공사 선정에 탈락할 것 같으니 손글씨로 구구절절 쓴 것 아니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붕괴 사고 후 추가 사고가 우려돼 영업을 못 하게 된 주민들과 광주시민들은 대형사고를 낸 책임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분노했다.

붕괴에는 찔끔, 재건축 입찰에는 자필 사과한 현대산업개발
홍석선 화정 아이파크 공사현장 피해대책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은 시장과 만나는 자리에서 피해 상인들에게 형식적인 사과를 한 게 전부였고 대책 논의도 없었다"며 "실종자 가족들도 회사의 수습 방식을 답답해하는데 본인들의 추후 사업 준비만 우선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근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윤모(36)씨는 "현대산업개발이 붕괴 사고 후 대형로펌을 선임했다는 보도를 봤는데 기업 윤리나 진정성이 의심되는 행보가 계속돼 매우 실망스럽다"고 혀를 찼다.

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직후 광주 사고 현장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대표이사가 지나가다가 우리의 항의에 억지로 '죄송하다.

빨리 수습하겠다'고만 했을 뿐 정식으로 사과 한번 한 적 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대표이사가 12일 자정이 다 돼서야 광주에 도착했고, 오전 10시 한 장짜리 사과문 발표가 전부였다"며 "언제까지 어처구니없는 건설 현장 참사가 반복돼 시민 생명이 위협받아야 하는지 분노스럽고 답답하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자필 사과문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다음 달 초 시공사를 결정하는 조합원 총회를 앞둬 빨리 우리의 상황과 사과의 뜻을 전달드리고자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현장들에도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내고 있다"며 "광주 붕괴 사고 수습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