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적자의 주범으로 꼽히는 과잉 진료 등 보험 사기를 뿌리뽑기 위해 범(汎)정부 대책기구를 신설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2016년에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제정돼 시행 중이지만 오히려 보험 사기가 늘어나고 재정 악화가 심화되는 등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인, 보험 종사자 등 보험업 관계자가 가담하는 지능형 사기가 급증해 선량한 일반 소비자의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제출된 관련 법안조차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정치권에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정부 기구에서 보험 사기 근절”

年 1조 보험사기 막는 범정부기구 만든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6일 밝혔다.

개정안은 수사기관·금융당국·건강보험공단·보험업권 등 보험사기 유관 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범정부 대책기구를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또 공·민영보험의 정보를 교류해 일명 ‘사무장병원’을 근절하자는 내용 등도 담겼다.

이는 최근 보험 사기 범죄가 날로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윤 의원 측 설명이다. 전문 브로커 조직이 병·의원에 멀쩡한 환자를 보낸 뒤 진료비의 10~30%를 수수료로 가져가거나, 10~20대 젊은 층이 SNS 등에서 공범을 모집해 조직적으로 충돌 사고를 일으키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 의원은 “보험사나 관계 기관의 단편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범정부 대책기구를 통해 관련 기관의 총력 대응을 이끌어내야만 사무장병원 등 현행법으로는 대처가 어려운 사각지대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는 입법 성과 낼까

문제는 이전에도 보험 사기 근절을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8개 법안이 제출됐으나 모두 자동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도 지난해까지 4개 법안이 발의돼 국회 정무위에 계류돼 있다.

특히 2020년 말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은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함께 참여해 기존에 거론되던 보험 사기 근절 방안이 총망라됐지만 여전히 정무위에 발이 묶여 있다. 구체적으로는 △보험 사기에 가담한 업계 관계자 가중 처벌 △금융위원회의 (건강보험공단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 부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차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 기준 마련 △보험 사기범의 부당 보험금 환수 및 해당 보험 계약 해지 등이다. 그러나 의료계가 “보험 관련 종사자를 가중 처벌하는 것은 이중 규제이자 기본권 침해”라며 반발해 논의가 중단됐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국회가 보험 사기 관련 법안 논의에 속도를 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보험 사기가 늘어날수록 보험 적자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보험료가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측 주장이다.

보험연구원과 서울대가 2019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보험 사기로 인한 민영 보험과 국민건강 보험의 누수 추정액은 각각 6조1500억원, 1조원에 달했다. 손해보험업계의 2020년 손해율은 130.5%로, 보험료를 100만원 받으면 보험금으로 130만원을 지출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