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약국에 비치된 모든 약 포장지에 5만원 가격표가 붙어 있다. / 사진=뉴스1
대전의 한 약국에 비치된 모든 약 포장지에 5만원 가격표가 붙어 있다. / 사진=뉴스1
대한약사회가 마스크 등을 5만 원에 팔고 소비자의 환불 요구를 거절해 논란을 빚은 대전의 약사 A 씨의 약사 면허 취소를 보건복지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17일 대한약사회는 약사윤리위원회에서 정관 및 약사 윤리 규정, 약사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A 씨의 행태를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리회에 참여한 위원들은 A 씨가 마스크 한 장을 5만 원에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고객의 착오를 이용해 이익을 취득하고 복잡한 환불 절차를 만들어 사실상 고객을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의 비상식적인 행위는 주민 건강에 지대한 책임을 지는 약국 약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판단했다"고 의견을 모았다.

A씨는 윤리회에 참석해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5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대기업의 횡포를 알리기 위해 그들로부터 배운 대로 똑같이 했다" 등 기존 주장을 반복했으나 결국 약국을 당분간 운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24일 대전 유성구에서 약국을 연 A 약사는 마스크, 반창고, 숙취해소제, 두통약 등을 개당 5만 원에 판매해 논란이 됐다.

한 민원인은 "마스크 1장을 사기 위해 약사에게 카드를 건넸는데 5만 원이 결제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민원인은 "숙취해소제 3병을 사려고 했는데 약사가 15만 원을 결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 씨는 "법대로 하라"며 소비자들의 환불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문약을 취급하지 않아 일반약에서 마진을 남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약국이 일반약의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판매할 수 있는 '판매자가격표시제'를 지킨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A 씨는 2019년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면서 여성 마네킹의 하체를 전시하고 '마약·성욕 약', '사카린·마약 밀수 전문' 등의 문구를 약국에 써 붙였다가 윤리위에 회부된 적도 있다. 당시엔 약사회가 '정상적인 약사 직무수행이 가능하다는 의학적 판단이 있기 전까지 약사 자격을 정지해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했으나, 15일간 자격정지 처분만 받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