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대한항공 보잉 787-9여객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보잉 787-9여객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항공·해운 등 수송 분야의 온실가스는 대부분 석유 기반 연료 사용에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항공사와 해운 선사의 온실가스 감축에는 탄소를 덜 배출하는 대체 연료가 필수적이다. 항공사 모임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감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전체 감축분의 65%를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SAF) 사용을 통해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선사들이 소속된 국제해사기구(IMO)도 지속 가능한 연료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비행기나 선박은 폭발적인 추진력으로 무거운 동체를 띄워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비행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배출량의 2~3%를 차지하며, 2050년에는 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수송 분야는 지속 가능한 연료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지속 가능한 항공유 ‘SAF’ 혼합 의무화

동식물의 바이오매스나 폐기물 등을 활용해 생산하는 지속 가능한 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SAF)가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SAF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자원이 아닌 대체 원료로 생산해 항공기 엔진을 변경하지 않고 기존 내연기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항공유를 일컬으며 일반 항공유 대비 최대 80%까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SAF 원료는 크게 폐식용유나 미세 조류 등 동식물성 지방, 나무 같은 목질계 식물, 사탕수수·옥수수처럼 당이나 전분 등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30년까지 SAF 생산량을 2030년까지 연간 30억 갤런, 2050년까지 연간 350억 갤런으로 늘리겠다는 ‘SAF 그랜드 챌린지’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EU 집행위원회는 ‘ReFuel EU Aviation’ 이니셔티브를 통해 2025년부터 목적지와 관계없이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 혼합 사용을 의무화했다. EU에 따르면 SAF 혼합 비율은 2025년 2%, 2030년 5%, 2035년 20%, 2040년 32%, 2050년 63%로 초기에는 낮은 비율로 혼합하지만 점차 비율 증가 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항공사들도 SAF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2011년 네덜란드항공이 SAF를 처음 사용한 이후 45개 이상의 항공사가 SAF를 통한 비행을 시험했다. 석유업체인 브리티시 패트롤리엄(BP), 쉘 등의 적극적 참여로 지난해에만 SAF가 1억 리터를 생산했다. 비행기 엔진업체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10월 SAF 100%로 B747을 미국 애리조나에서 시범 운용했고,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도 지난해 12월 B737 맥스 기종으로 100% SAF를 사용해 시카고에서 워싱턴DC까지 상업 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와 보잉도 SAF 연구에 한창이다. 에어버스는 2025년 SAF 3000만 리터 규모의 상업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며, 보잉도 2030년까지 자사의 모든 여객기를 100% SAF로 운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친환경 대체 연료 찾는 항공·해운사


대한항공도 SAF 사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7년 시카고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SAF를 사용한 바 있으며, 유럽에서 2025년부터 적용하는 SAF 의무화도 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DP) 제출 자료에서 “2025년 EU 출발 항공편에 SAF 의무 비중 2%가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338만7152달러(약 4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2020년 기준 EU 지역 연료 소모량이 전체 중 8% 정도이며, SAF가 보통의 연료보다 3배 정도 비싸다고 가정한 계산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 현대오일뱅크와 바이오 항공유 제조 및 사용 기반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협력 중이고, 지난해 9월에는 SK에너지로부터 제주와 청주 출발 국내선 항공편의 1개월 소요분 탄소중립 항공유를 구매하기로 했다. 탄소중립 항공유란 항공유 생산과정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산정한 후 해당 양만큼 탄소배출권으로 상쇄해 실질적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 항공유다. 바이오 항공유는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3배가량 높고 생산이 제한적이기에 제도적 인센티브 및 생산·급유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에 지속 가능한 항공유 도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 유관부처 및 업계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효율 제품 도입과 가동 시간 조정 등을 통한 절감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도입한 10대의 에어버스 A220-300 항공기에 최신 엔진을 장착해 동급 항공기 대비 좌석당 탄소배출량을 약 25% 감축했다. 2020년 해당 항공기의 국내선 운항 횟수를 20% 증편하며 국내선 운항 거리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8.32% 감소했다. 다른 동급 항공기보다 연료 효율이 25% 높고, 탄소배출량은 25% 낮은 보잉 B787-10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그단스크'. 사진=HMM 제공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그단스크'. 사진=HMM 제공
선박 연료도 온실가스 배출량 제한

해운업체들도 기존에 주로 쓰던 벙커C유 대신 선박용 대체 연료를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 중유다. 지속 가능 항공유처럼 동물성 혹은 식물성 유지나 알코올을 반응시켜 만든 지방 등을 원료로 한다. 아직 100% 바이오 중유로 운항하는 선박은 없으며, 중유에 바이오 디젤을 30~40% 정도 혼합해 사용한다. 한국 대표 선사인 HMM은 바이오에너지협회 등과 협력해 이 같은 바이오 중유를 선박 발전기에 넣어 활용하는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IMO의 환경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선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IMO는 ‘IMO 2050’을 통해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5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2013년 질소산화물 규제에 이어 2020년 황산화물(SOx)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율을 기존 3.5%에서 0.5% 미만으로 낮추도록 했다.

이에 따라 HMM은 황산화물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를 선박의 75%에 설치했으며, 저유황유 사용으로 배출 규제를 이행할 예정이다. 연료분사 밸브를 슬라이딩 타입으로 변경하고 엔진 제어장치를 설치해 연료 효율을 증가시켰다. 일부 새 선박의 경우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선택적 촉매 감소 기술(SCR)을 탑재했다. 최근 EU에서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해운 분야를 포함시키며 친환경 연료의 의무 사용을 규정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항공사처럼 선사들도 온실가스가 적고 연료 효율이 좋은 친환경 선박(그린십)을 들여오고 있다. IMO에 따르면, 화석연료 사용 기준값 대비 온실가스를 15~30% 감축하는 선박을 친환경 선박이라 부른다. HMM은 지난해부터 에너지 효율이 좋은 2만4000TEU급·1만6000TEU급 초대형선 20척을 들여와 연료 사용을 효율화하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LNG 추진선 및 메탄올 추진선뿐 아니라 차세대 에너지인 암모니아 추진선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해운사, 조선사, 설계사 등 국내 6개 업체가 모여 국가 내 컨소시엄을 만들고 암모니아 추진선을 만들기 위한 암모니아 컨소시엄을 마련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현재 바이오 중유와 암모니아선 연구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며 “친환경 연료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