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오토플러스 생산본부장 인터뷰.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박종호 오토플러스 생산본부장 인터뷰.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중고차를 신차처럼 '소비자 맞춤형 주문'으로 판매하는 국내 중고차 플랫폼이 있다. 보통 중고차 업체들은 판매자로부터 차량을 인수해 성능 점검과 사설 인증을 받고 매매 마진을 붙여 최종 차값을 결정하는데, 안전·주행과 직접 관련이 없는 개선 항목은 소비자들에게 수리 여부를 선택하도록 해 구매 부담을 줄이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자동차 전문 유통·관리기업 '오토플러스'의 생산·기획을 책임지고 있는 박종호 생산본부장(53·사진)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오토플러스의 중고차 상품화 공장 'ATC(AUTOPLUS Trust Center)'가 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ATC는 국내에서 유일한 직영 중고차 상품화 공장이다. 이곳에선 월 400여대의 중고차가 검사, 정비를 거쳐 판매 가능한 상품으로 재탄생한다. 일반 정비소에 차량을 맡기는 사업 구조로는 매번 수리할 곳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언제든 입맛대로 정비 가능한 공장이 있다면 중고차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문이 가능하다"고 박 본부장은 설명했다.

ATC를 비롯해 ATC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상품화 과정은 '20년 현대맨' 박 본부장의 작품. 그는 현대차 정비·기획 부문에서 약 7년간 근무하다 2001년 현대캐피탈로 이직했다. 당시 현대캐피탈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리스 사업의 차량 유지·관리 시스템 토대를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완성차 시장에서 축적된 그만의 노하우는 중고차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박종호 오토플러스 생산본부장 인터뷰.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박종호 오토플러스 생산본부장 인터뷰.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그는 "신차와 달리 단순히 '좋다' 혹은 '나쁘다' 등 정성적 평가만 이뤄지는 중고차에 대한 평가가 정량화돼야 한다"고 봤다. 객관적 지표만이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내놓은 게 중고차 검사 프로그램 'AQI'다. 260개에 이르는 AQI의 검사 항목은 모두 박 본부장이 고심해서 내놓은 결과물이다. 전기차부터 고성능차까지 모든 차량의 검사가 가능할 정도로 세분화됐다. 차량의 실내 냄새를 1~5등급으로 나누는 시스템도 그의 아이디어다.

박 본부장은 "통일된 검사 기준이 생기니 중고차 품질에 대한 수치화가 가능해지고, 가격 책정도 쉬워졌다"고 전했다. 모든 차량의 진단 결과는 68쪽 짜리 보고서로 소비자에게 가감없이 공개된다. 차량 결함 상태를 드러내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정보의 투명성'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박 본부장은 "그래야 소비자들이 비대면으로 중고차를 구매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토플러스의 또 다른 무기는 자체 정보기술(IT) 인력이다. 100% 비대면 거래를 지향하는 만큼 온라인상에서 차량 정보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도 중요해서다. '어떤 정보'가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질 지 고민했던 건 유통 분야 베테랑들이었다. 신차와 비교해 중고차의 품질·가격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도 이들이 아이디어를 냈다.

박 본부장은 "온라인 페이지는 유통과 IT 인력의 합작품이다. 온라인 사이트를 제대로 만들려면 우리 사업과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필요한데 외부 인력을 활용해선 한계가 있다. 전담 인력이 있기에 이 정도 수준으로 시스템 구축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품화 절차는 해외 최고 권위 품질 인증기관 'TÜV SÜD(티유브이슈드)'의 인증을 획득했을 정도로 혁신적이라 평가를 받았다. 인증 진행 당시 티유브이슈드 관계자는 "유럽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시설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 아시아에서 이런 체계적 프로세스를 갖추고 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정말 훌륭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티유브이슈드'는 담당 직원들이 한 주간 공장에 머물며 모든 작업 과정을 감독·평가할 정도로 인증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람보르기니 인증중고차 센터, 포르쉐 정비 센터 정도가 해당 인증을 받았다. 국내에서 중고차 정비 프로세스로 '티유브이슈드' 인증을 받은 업체는 오토플러스가 유일하다.

티유브이슈드 인증을 추진한 것도 박 본부장이었다. 그는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많은 만큼 무엇보다 객관적 기준으로 ATC의 차별화된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티유브이슈드 인증은 매년 재인증을 거쳐야 갱신된다. 올해도 오토플러스는 인증을 준비 중이다. 박 본부장은 "통상 재인증 절차는 인증 신청, 신청 접수, 심사 범위 정의, 방문 일정 확정, 현장 방문 및 실사 순으로 진행된다"며 "지난해 인증 당시 요청받은 부분들에 대한 이행 및 준수 여부에 대해 중점적으로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재인증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천=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