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실망스러운 실적 예측에 급락한 LG생활건강을 둘러싸고 공정공시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한국거래소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이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4분기 실적 내용을 미리 전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은 "4분기 전체 실적에 대한 가이드 제공은 없었다"고 17일 해명공시를 했다. 거래소는 이 내용을 토대로 공정공시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일부 증권사는 장 개시 전 LG생활건강이 작년 4분기에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며 목표 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이날 LG생활건강 주가는 13% 넘게 하락해 10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조3000억원이 날아갔다.

통상 상장사들은 실적을 발표하기 전에 '결산실적 공시예고' 등의 안내공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매출액, 영업손익, 당기순손익 등에 대한 전망 또는 예측은 그 사실과 내용을 거래소에 먼저 신고해야 한다. 업계에선 LG생활건강이 일부 증권사 연구원들에게 4분기 실적 내용을 미리 전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공시의무를 위반하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거래소가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서자 LG생활건강은 해명공시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4분기 전체 실적(매출, 영업이익)에 대한 가이드 제공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면세점 채널에 한해 당사 가격 정책에 따라 12월 면세점 매출이 일시적으로 거의 일어나지 않았음을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이 LG생활건강의 주요 화장품에 대한 가격 할인율을 높여달라고 요구했고,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우려한 LG생활건강이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게 실적 악화로 이어진 바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토대로 공시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공시위반에 해당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