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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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이 아토피 등 피부염 환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보습제 MD크림(Medical Device, 점착성투명창상피복재)의 실손의료보험 청구 불가 지침을 철회했다. 한 달 전 보험사기 사례 증가 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 중단 결정을 내렸지만, 가입자와 환자들의 반발에 조치를 변경한 것이다. 현대해상이 MD크림 관련 보험금 지급 불가 지침을 수정한 데 따라 손해보험업계 전체로 관련 움직임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 10일 청구 건을 기점으로 MD크림의 실손보험금 청구에 대한 지급 거부 지침을 철회했다. 대신 보험금 지급 기준을 상향하기로 했다. 앞으로 통원 환자의 경우 의료진 직접 처치 확인 사례에 한해서 의료기관 내원 1회당 1개의 MD크림 사용을 인정하게 된다. 입원 환자의 경우 입원 기간 내 사용 개수를 확인한 뒤 보험금이 지급된다. 단, 보습제 사용 다발자(제품 용법 및 환부 고려)는 과잉치료 여부 등 의료자문 시행 후 보험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MD크림을 실제 사용하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 등 실수요자의 반발이 거세진 데 따라, 가입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침을 변경했다"며 "새로 도입된 조치는 크림 재판매 등 불법 행위를 제한하는 데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은 지난 3일 MD크림의 실손보험금 청구에 대한 지급 거부를 결정한 바 있다. 관련 보험금 청구액이 빠른 속도로 불어난 탓이다. MD크림은 2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그간 병·의원에서 비급여 처방을 받으면 실손보험을 통한 실비 처리가 진행됐다.
서울 내 한 대학병원 본관 모습. 사진=뉴스1
서울 내 한 대학병원 본관 모습. 사진=뉴스1
그러나 일부 가입자의 보험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들은 MD크림을 대량으로 처방받은 후 실손보험을 통해 비용 일부를 돌려받고 온라인 중고 마켓 플랫폼에 재판매했다. 이러한 불법 행위 때문에 관련 보험금 지급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현대해상의 MD크림 보험금 지급액은 3년 새 4배 이상 불어났다. 2018년 48억원에 그쳤던 보험금 지급액은 2019년 105억원, 2020년에는 169억원까지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23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2019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MD크림 관련 보험금 지급 거부 결정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화상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 보습제에 대한 보험금 지급 여부를 다툰 재판에서 '입·통원의 제 비용은 의사가 주체가 되는 의료행위로부터 발생한 비용만 의미한다'고 판결했다.

MD크림에 대한 실손보험금 청구 불가 결정이 내려지자 실수요자 사이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났다. 대다수의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이 MD크림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경제적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견돼서다. 또 일부 가입자의 보험사기 및 도덕적 해이로 일어난 현상에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청와대 청원까지 나왔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우리 아이들 아토피 질환 로션 실비청구 도와주세요'라는 글은 일주일 만에 약 1만5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가입자들과 환자들의 호소에 현대해상은 한 달여 만에 백기를 들었다. 현대해상이 전체 가입자에 MD크림 관련 보험금 지급을 중단하는 강력 조치를 철회함에 따라 손보업계 전체로 관련 움직임이 확산할 전망이다.

DB손해보험은 지난 5일 MD크림의 실손보험금 청구를 1회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안내를 가입자에 전달한 상태다. DB손보는 이번 주 내로 MD크림의 실손보험금 청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가입자에 대한 일괄적인 보험금 지급 거부가 아닌 청구 기준 상향 조치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화재 또한 MD크림의 실손보험금 청구에 대한 지급 여부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실손보험의 보장 구조는 포괄적이다. 당초 예외 사항에 MD크림이 포함된 것이 아니고, 치료 목적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보장해주는 것이 맞다"며 "남용되는 부분에 대해 엄격하게 보험금 지급 기준을 마련할 필요는 있으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모든 가입자에 MD크림 보장을 배제하는 조치가 이뤄진 것은 실손보험의 원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