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불 웨이팅 취소하거나 차액 내라" 요구
소비자 불만 거세 "한국 고객 봉이냐…불매하겠다"
이달 초 크리스찬 디올 매장을 방문해 '디올레이디' 가방을 주문 예약해놓은 김모 씨(39)는 최근 매장으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당시 매장에 원하는 가방의 재고가 없던 터라 미리 값을 지불하고 제품이 입고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최근 셀러(매장 직원)으로부터 일방적 취소 공지를 전달받았다.
결제하던 당시에는 미리 가격을 내고 대기하라고 은근히 부추기던 매장 직원이 태도를 싹 바꿨다.
김 씨는 "일방적 대기 취소에 대해 항의하니 에르메스·샤넬 등 다른 브랜드도 대기 예약을 안 받아준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애시당초 '완불 웨이팅'은 왜 받아준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반나절 줄까지 서며 결제한 건 전부 헛수고가 됐다"고 푸념했다.
디올이 오는 18일 가격 인상을 앞두고 미리 물건 값을 결제한 고객들을 구매 대기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디올은 매장에 재고가 없어 물건을 사지 못할 경우 미리 결제를 하고 웨이팅(구매 대기)을 걸 수 있도록 해왔다. 이 경우 가격이 인상돼도 기존 가격에 제품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해왔지만, 인상 계획이 결정되자 돌연 태도를 바꿔 일방적 결제 취소 조치를 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올은 고객들에게 오는 18일 전 완불 웨이팅을 취소하거나 이후에 인상분을 추가 납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완불 웨이팅이란 당장 물건을 못 사도 미리 결제 해놓으면 가격이 인상돼도 기존 가격에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재고가 제한된 명품 매장에서 흔히 이뤄지는 행위다.
디올도 매장에 재고가 없는 경우 먼저 제품값을 결제를 받은 뒤 구매 모델, 결제일, 대략적 제품 수령 날짜 등이 적힌 '완불(예약)증'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근 고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대기 취소 안내 통보를 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디올의 가격인상으로 인해 완불 웨이팅 고객의 경우 17일까지 제품 입고가 되지 않으면 결제를 취소해야만 한다. 재고가 확보되는 경우도 이날까지 제품을 찾아가지 않으면 결제는 자동 취소된다. 가격 인상 이전에 제품 결제를 했더라도 해당 상품을 가격인상 시행 시점전까지 받지 못하면 결제는 일방적으로 취소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날까지 매장을 방문해 결제 취소 조치를 하지 못할 경우 결제 금액을 그대로 환불받기도 어렵다. 완불 웨이팅 취소는 본인이 결제 수단을 갖고 해당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만약 이날까지 매장에 들르기 어려워 인상 후 취소 조치를 할 경우, 기존 결제금액은 현금 환불이 아닌 디올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디올 크레딧'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지했다.
최대 한 달 넘게 상품 입고를 기다리던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디올로부터 완불 웨이팅 취소 공지를 받은 박유진 씨(35)는 "지난달 가방을 구매하고도 입고가 안 돼 한 달 넘게 기다렸는데 취소 관련 안내 문자를 받았다"며 "혹시 환불 못받을까봐 지난 주말 부랴부랴 매장을 방문했더니 인상 전 미리 물건을 사려는 이들과 결제 취소를 하러 온 이들이 뒤엉켜 난장판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줄을 선 지 몇 시간 만에 매장에 들러 취소하고 나왔다. 일방적 취소 통보로 소비자들이 허비한 시간과 돈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명품업계에 따르면 디올은 이번 인상을 통해 인기 제품인 레이디 디올백 등을 최대 20% 가까이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몇몇 제품은 100만원 이상씩 값이 뛸 수 있다.
디올의 이같은 갑질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매운동까지 거론되자 업체 측은 완불 웨이팅 고객에 대한 안내 지침을 재검토하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디올의 이같은 행태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 소비자가 봉이냐" "다시는 디올에서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디올은 앞서 2019년 2월에도 일부 품목 가격을 인상하면서 완불 웨이팅 고객에게 차액을 요구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