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서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하면서 특정 지원자를 뽑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한 전직 서대문구 공무원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수사 대상에 올랐던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기소조차 되지 않아 법원이 이례적으로 검찰에 의문을 제기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지방공무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전 서대문구 환경국장 황모씨(64)에게 지난 12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황씨는 2015년 7급 상당의 대우를 받는 ‘다’급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지원자 A씨를 뽑기 위해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지원자 5명 중 2등 점수를 받자, 1등의 점수는 낮추고 A씨의 점수는 만점으로 높인 것이다.

서대문구 정책보좌관 서모씨(54)는 면접을 앞두고 황씨에게 “자신의 지인 A씨를 잘 부탁한다”며 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황씨, 서씨와 함께 수사를 받은 문 구청장만 기소하지 않은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문 구청장은 다른 두 피고인과 함께 2020년 초부터 경찰 수사를 받았고, 세 명 모두 혐의가 일정 부분 인정돼 그해 8월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문 구청장이 황씨에게 “‘임용 시험에 대해 서씨와 상의해 조치하라’, ‘서씨와 상의했느냐’라고 한 말이 A씨를 채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문 구청장을 불기소했다. 법원은 “(검찰이) 구청장의 발언은 채용 지시로 볼 수 없다고 평가절하하면서 서씨의 부탁은 황씨가 부담을 느낄 만한 영향력 행사라고 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