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서울 약대정원 55%가 여대…男 "기회 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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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제 부활' 약대 입시 성차별 논란
'인서울' 약대정원 55%가 여대
같은 점수라도 男 기회 적어
"여성 할당제냐" 반발 잇따라
女단체 "여대 노하우 인정해야"
여대 약대 경쟁률 7.5대1 낮아
남녀공학 삼육·계명대는 40대1
'학부제 부활' 약대 입시 성차별 논란
'인서울' 약대정원 55%가 여대
같은 점수라도 男 기회 적어
"여성 할당제냐" 반발 잇따라
女단체 "여대 노하우 인정해야"
여대 약대 경쟁률 7.5대1 낮아
남녀공학 삼육·계명대는 40대1
2022학년도 약학대학 입시를 둘러싸고 인터넷 공간에서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14년 만에 학부 모집으로 전환한 약학대학의 경쟁률이 수백 대 1까지 치솟은 가운데 ‘인서울 약대’의 정원 절반 이상이 여대에 배정돼 있기 때문이다.
약대를 지망하는 남학생들은 “사실상 여성할당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여성단체 등에선 “여대가 축적해온 경험과 지식자산을 인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올해 약대 정원이 대학입시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까닭은 취업난 속에서 약학계열 지원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뿐 아니라 대학 재학생, 직장인까지 약대 입시에 뛰어들었다.
올해 6년 학부제로 전환한 약대의 정시 경쟁률은 10.7 대 1로 의대(7.2 대 1), 치의대(6.5 대 1)를 넘어섰다. 5명을 뽑는 성균관대 약대의 논술전형 경쟁률은 666.4 대 1이었고, 동국대 약대 논술전형의 경쟁률도 583.5 대 1로 나타났다.
약대 입시는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큰 문제로 떠올랐다. 인터넷 입시카페 등에선 “남자란 이유로 지원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누구나 선망하는 약학계열에 여학생만 입학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는 등의 주장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여대 약대 교수는 “건국 초기 여대들을 중심으로 약학교육이 이뤄졌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여대 약대를 남녀공학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여대의 자율성과 역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남성들의 약사 진출 기회 확대가 필요하면 약사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비(非)약대 졸업자로 확대하면 된다”며 “약사 면허의 구조적 문제를 젠더 문제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여대 약대에 과다한 입학 정원을 배정한 것은 위헌’이란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는 2020년 7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남녀공학 약대에서도 재적 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평균 50%에 이르러 여대 약대 존재만으로 남성의 약대 입학 가능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약대가 학부제로 전환됐고 약대 졸업 이후 진로도 바이오산업 등으로 다양해졌기 때문에 판결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입시업체 대표는 “과거에 약대는 간호대처럼 여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곳이란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취업난 등으로 남학생 지원이 크게 늘고 있다”며 “실제 남녀공학 약대의 경쟁률은 여대 경쟁률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남학생들이 피해의식을 가질 만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순천대 제주대 삼육대 계명대 등의 정시 경쟁률은 40 대 1 이상을 기록했지만 여대의 약대 평균 경쟁률은 7.5 대 1에 그쳤다.
최세영/최만수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약대를 지망하는 남학생들은 “사실상 여성할당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여성단체 등에선 “여대가 축적해온 경험과 지식자산을 인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대의 자율성·역사 인정해야”
17일 종로학원 등 입시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대학의 2022학년도 약대 정원(수시+정시모집)은 총 578명이다. 이 중 이화여대(120명), 숙명여대(80명), 덕성여대(80명), 동덕여대(40명) 등 여대 정원이 320명으로 55.3%를 차지한다. 국내 37개 약대 정원 중 4개 여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7.6%다.올해 약대 정원이 대학입시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까닭은 취업난 속에서 약학계열 지원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뿐 아니라 대학 재학생, 직장인까지 약대 입시에 뛰어들었다.
올해 6년 학부제로 전환한 약대의 정시 경쟁률은 10.7 대 1로 의대(7.2 대 1), 치의대(6.5 대 1)를 넘어섰다. 5명을 뽑는 성균관대 약대의 논술전형 경쟁률은 666.4 대 1이었고, 동국대 약대 논술전형의 경쟁률도 583.5 대 1로 나타났다.
약대 입시는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큰 문제로 떠올랐다. 인터넷 입시카페 등에선 “남자란 이유로 지원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누구나 선망하는 약학계열에 여학생만 입학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는 등의 주장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여대 약대 교수는 “건국 초기 여대들을 중심으로 약학교육이 이뤄졌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여대 약대를 남녀공학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여대의 자율성과 역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남성들의 약사 진출 기회 확대가 필요하면 약사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비(非)약대 졸업자로 확대하면 된다”며 “약사 면허의 구조적 문제를 젠더 문제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남녀공학 경쟁률 여대보다 높아
지금의 약대 정원은 교육부의 ‘2019학년도 대학 보건·의료계열 학생 정원 조정 계획’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전체 정원을 정하면 교육부가 각 대학의 과거 정원, 지역, 교육 여건 등을 감안해 배분하는 방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의 약대 정원은 20년 전 정한 기본계획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과거에도 ‘여대 약대에 과다한 입학 정원을 배정한 것은 위헌’이란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는 2020년 7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남녀공학 약대에서도 재적 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평균 50%에 이르러 여대 약대 존재만으로 남성의 약대 입학 가능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약대가 학부제로 전환됐고 약대 졸업 이후 진로도 바이오산업 등으로 다양해졌기 때문에 판결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입시업체 대표는 “과거에 약대는 간호대처럼 여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곳이란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취업난 등으로 남학생 지원이 크게 늘고 있다”며 “실제 남녀공학 약대의 경쟁률은 여대 경쟁률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남학생들이 피해의식을 가질 만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순천대 제주대 삼육대 계명대 등의 정시 경쟁률은 40 대 1 이상을 기록했지만 여대의 약대 평균 경쟁률은 7.5 대 1에 그쳤다.
최세영/최만수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