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업체가 잇달아 대규모 수출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K방산’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70억달러(약 8조3500억원)로 당초 예상치(50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방산업체들은 중동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 굵직한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어 올해 수주액이 100억달러(약 12조원)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천궁 4조 수출…K방산, 올해 100억弗 뚫는다

천궁 UAE에 4조 수출 ‘잭팟’

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는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방산업체 TTI와 국산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천궁Ⅱ 수출계약을 맺었다. UAE 국방부가 천궁Ⅱ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후속 계약이다. 총계약 규모는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로 알려졌다. 국산 단일무기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17일 각각 2조6000억원, 1조3000억원에 천궁Ⅱ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천궁 4조 수출…K방산, 올해 100억弗 뚫는다
천궁Ⅱ는 주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활용돼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불린다. LIG넥스원이 2012년부터 5년간 개발해 2018년 양산에 들어갔으며, 2020년 11월 우리 군에 인도했다. 최대 속도는 마하 5로, 초속 5㎞로 낙하하는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길이는 4m, 무게는 400㎏, 미사일 한 발 가격은 15억원에 달한다.

천궁Ⅱ는 사격통제소, 다기능레이더, 3대의 발사대 차량 등으로 1개 포대가 구성된다.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 차량은 한화디펜스가 개발했다. UAE 수출 과정에서도 LIG넥스원뿐 아니라 이들 기업이 ‘원팀’을 꾸려 수주전에 나섰다. 김지찬 LIG넥스원 사장뿐만 아니라 어성철 한화시스템 사장, 손재일 한화디펜스 사장도 UAE 현지에서 방위사업청과 함께 수주전을 적극 지원했다.

성장세 가파른 K방산

K방산 수출은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방사청에 따르면 방산 수출액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연 30억달러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작년 말 호주 정부와 체결한 1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계약 등 굵직한 수주가 이어지면서 작년 수출액이 70억달러로 급증했다.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수입액을 넘어섰다는 게 방사청의 설명이다.

방산업계는 K방산의 성공 배경으로 △가격 대비 성능 △철저한 사후서비스(AS) △적극적인 수주전 등을 꼽는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우수한 성능의 무기라도 가격이 비싸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천궁처럼 수십 년을 사용해야 하는 무기체계는 구입 가격외에 AS비용도 만만찮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방산업계는 올해 K방산 수출액이 100억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집트와도 K-9 자주포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다. K-9 자주포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디펜스가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강은호 방사청장은 두바이 현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순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에서도 방산 관련 일정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강 청장은 UAE 외 다른 국가와도 천궁Ⅱ 수출계약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디펜스가 K21 장갑차를 개량해 만든 AS-21 레드백은 호주 육군이 발주한 사업을 따내기 위해 독일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최대 270억호주달러(23조원) 규모인 이 사업 승자는 올 상반기 결정된다. KAI는 콜롬비아를 비롯한 중남미 시장을 대상으로 FA50 경공격기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중남미 각국 정부가 도입하려는 경공격기는 총 60여 대, 30억달러 규모다. 현대로템도 자체 개발한 K2 흑표 전차를 앞세워 노르웨이 차세대 전차사업 수주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강경민/남정민/송영찬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