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도 정책 유연성 보이는데 …
중국 재정부가 지난달 31일 외국인 보조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제도를 내년 말까지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에 주재하는 외국인이 본사로부터 받는 주택·교육 보조금에 대해 올해부터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던 당초 계획을 연기한 것이다. 비과세 제도가 폐지됐을 경우 중국 주재원들은 많게는 연간 수천만원의 세금 부담을 추가로 떠안아야 했다.

이보다 며칠 앞서 중국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도 허가했다. SK하이닉스는 7개국으로부터 경쟁제한 심사를 받았고 중국의 결정만 남아 있었다.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득이 될 거래를 반대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정책 실패로 성장률 하락

중국 정부가 2022년 새해를 눈앞에 두고 내린 이 같은 결정은 그만큼 중국의 사정이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비과세 제도 폐지는 ‘중국인과 외국인에게 동등하게 과세한다’는 원칙 아래 2018년부터 예고한 정책이었다. 10년 넘게 적자재정을 이어온 중국 정부가 세수 확대 기회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았다.

중국이 주재원 가족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고 입국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격리 정책을 지속하자 많은 외국 기업이 중국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던 참이었다. 중국은 결국 외국 기업을 붙잡기 위해 비과세를 연장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인수 허가는 미국과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내린 조치로 해석된다. 근본적으로는 중국 경제에 대한 외국 기업의 기여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진단이다.

17일 발표된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 작년 전체 경제 성장률은 8.1%로 시장 예상인 8%를 소폭 웃돌았다. 하지만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18.9%에서 2분기 7.9%, 3분기 4.9%로 떨어지더니 4분기에는 4.0%로 추락했다.

아집에 빠진 지도자는 피해야

중국의 경기 둔화는 상당 부분 지도부의 정책에 따른 결과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침체와 전력난이다. 중국은 투기를 잡겠다며 GDP의 28%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을 전방위로 규제했다. 그 여파는 수많은 연관산업에 번졌고 내수 경기는 더 얼어붙었다.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맞추느라 지방정부는 석탄 채굴을 중단시켰다. 이는 전국적 전력난과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도부의 섣부른 정책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이 떠오른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노동 친화 정책은 수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원칙 없는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더 뛰게 했다.

그래서 중국 지도부의 유연한 대응이 더욱 이목을 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관련 대출 정책의 상당 부분을 규제 이전으로 되돌렸다. 동시에 신축 주택의 4분의 1이 넘는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들어가 수요 확대에 대비했다.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대 아젠다 중 하나인 기후변화 대응도 수정하고 있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도 수십 년 만에 개편해 시장 원리를 따르도록 했다.

한국의 대통령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대선 후보들은 자신의 철학과 이념을 담은 실험적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이번에는 경제가 파탄나는데도 실험만 일삼는 지도자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