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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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복권 판매액이 6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목돈을 노리는 이른바 '한탕주의'가 확산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복권기금의 사회적 역할 등이 강조되며 복권 구입을 기부로 여기는 문화가 확산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5조975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5조4152억원에 비해 10.3% 증가했다.

복권 판매액이 6조원에 육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또 등 온라인복권, 인쇄복권, 연금복권, 전자복권 등의 판매가 일제히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등 당첨금을 월 500만원(20년간 지급)에서 월 700만원으로 크게 높인 연금복권의 판매가 29.2% 늘어나면서 전체 판매액 증가를 견인했다.

복권 당첨금을 지급한 후 복권기금에 적립되는 수익금은 2조4291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약 2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판매액 대비 적립금 비율은 40.7%였다.

복권 판매액과 수익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복권 판매액은 4조2000억원, 수익금은 1조7000억원이었다. 작년 실적과 비교하면 판매액은 43.9%, 수익금은 42.9% 증가한 것이다.

복권 판매가 증가한 것은 경기 불황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복권 등 사행산업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경기불황과 복권 판매액 간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이후 경마장과 카지노가 문을 닫는 등 다른 사행산업 판매액이 줄어들면서 상대적 호황을 누린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사행산업 매출액 중 복권 판매액 비중은 지난 2017년 19.1%에서 2020년 42.1%로 크게 뛰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복권을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기부행위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난 점'도 복권 판매 증가 이유로 강조했다. 복권 판매 수익금을 저소득층 주거안정 및 장학사업에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복권을 사면 기부를 하는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행산업인 복권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복권위원회가 지난해 10월부터 국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26.5%만이 '좋은일·공익사업에 사용돼서 좋다'고 응답했다. 39.2%는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답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