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청춘예찬과 쪽수의 경제학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

고(故) 민태원 작가의 ‘청춘예찬’에 나오는 너무나 유명한 구절이다. 그러나 지금 청춘 세대들은 희망이 없는 세대로 불리고 있어 너무나 안타깝다. 현재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 화두가 난무하고 있지만, 그 으뜸으로 세대갈등이 이미 폭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출생자 수는 1960년생 전후인 베이비붐 세대 때 100만 명에 달했다가 1990년대에 60만 명대, 2020년대인 지금은 30만 명 이하로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또한 현재 생존해 있는 인구의 세대별 구성을 살펴보면 MZ세대인 20~30대와 고령 인구인 60대 이상은 각각 약 25%로 비슷하다.

세대별 인구수와 노동시장성과(고용과 임금)의 관계는 어떨까. 이른바 ‘쪽수의 경제학’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통상 인구보너스(population bonus)라 하여 전체 인구에서 일하는 인구 비중이 높고, 생계를 책임져야 할 고령층 인구가 적은 사회는 저축과 투자 그리고 소비가 늘어 경제가 성장한다. 그러나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이 시기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인구보너스 이후 경제나 제도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양의 자원을 동일 세대가 나누어 가져야 한다면 당연히 인구수가 많은 세대가 불리할 것이다. 그러나 특정 인구집단이 자신들의 쪽수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바꾼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즉 세대 간 교섭력, 쪽수가 세대 간의 자원 배분을 바꿀 수 있다.

인구보너스 이후 세대갈등의 원인은 1990년대 독일 등 선진국에서 사회보장제도의 암묵적 전제였던 ‘세대 간 연대’ 즉 일자리와 연금이라는 세대 간 자원 배분 문제였다. 독일은 제도개혁을 통해 세대갈등을 잘 관리한 국가에 속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세대 간 연대의 문제가 발생한 지 오래됐지만 언제부터인지 개혁이 완전히 실종되고 있다. 특히 2016년 전후 국가 아젠다에서 노동시장과 연금개혁이 사라졌다. 개혁에는 갈등과 고통이 수반되니 정치적인 표가 안 된다는 일차원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년층이 자신들이 살기 어렵다고 정년연장을 임금체계 개선 없이 무책임하게 밀어붙이거나, 고갈이 얼마 남지 않은 국민연금에 대해 개혁을 논하지 않는 행태 등은 세대갈등 문제의 본질을 치유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는 결국 지금 상황은 시대를 잘 만난 ‘아직도 쪽수가 많고 능력 있는 노인 세대’가 시대를 잘못 만난 ‘쪽수마저 줄어들어 희망 없는 젊은 세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심하게는 ‘세대 간 도적질’이 될 수도 있다. 2022년 새봄에는 ‘청춘’을 가슴이 설레는 말로 만들 수는 없어도, 청춘들에게 절망이 아니라 희망의 한 자락을 줄 수 있기를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