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제 일자리 공약을 내놨다. 디지털 혁신형 일자리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포함해 3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중 처음으로 일자리 창출 목표치를 제시한 점에서 일단 눈길을 끈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135조원 투자를 골자로 한 신경제 비전을 재활용한 것은 물론 300만 개나 되는 일자리를 만들 방법론에 대해선 정부조직 정비, 투자 확대 등 두루뭉술하게 나열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 보니 ‘아니면 말고’식의 숫자 부풀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고용 참사에 대한 반성 없이 무슨 수로 300만 개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 후보는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몫”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핵심은 족쇄 같은 규제 혁파와 고용·노동제도의 유연화를 통해 강성 귀족노조의 기득권을 깨는 노동개혁이다. 그래야 청년층 일자리도 생기고 비정규직 처우도 개선될 수 있다.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실패한 것도 노동개혁 대신 공무원 증원, 관제 알바 양산 등 재정 투입에 기댄 손쉬운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의 일자리 공약도 숫자만 늘렸을 뿐 ‘문 정부 시즌2’로밖에 볼 수 없다. 현재 15개인 유니콘기업을 100개로 늘리겠다는 공약도 허황되게 들리기는 마찬가지다. 벤처업계의 숙원인 차등의결권을 ‘재벌 민원’이라며 부결시켜 놓고선 어떻게 벤처인들의 기업가정신을 북돋운다는 말인가.

이번 대선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현실성 없는 과대포장 공약이 유독 많다. 여야 후보가 공히 내건 주택 250만 가구 공급도 그렇다. 일산·분당 신도시(30만 가구)의 8배가 넘는 역대급 주택 공약인데, 부지 확보를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 0%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인 잠재성장률을 두 배인 4%로 높이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IT(정보기술) 투자로 잠재성장률 1%포인트를 끌어올리는 데 10년 걸렸는데, 저출산·고령화에 세계 최악의 규제에 갇힌 나라에서 잠재성장률을 식은 죽 먹듯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세무민의 장밋빛 공약이 정권을 잡은 뒤 공약(空約)이 되고 만 사례를 숱하게 봐왔다. 국가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무책임한 지르기식 공약이 아니라 국민이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공약으로 승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