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할 가능성이 높다는 월가 분석이 나왔다. 2014년 크리미아반도처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만 병합할 경우 서방이 이를 묵인할 것이란 관측이다.

18일(현지시간) 아카데미증권의 피터치르 전략가는 러시아와 서방간의 협상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은 이미 10만 명 이상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한 상황이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주 러시아가 이달 중순 다음달 중순 사이에 침공을 시작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케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러시아가 침공할 이유로 여섯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국내에서의 정치적 지위 강화를 위해 "승리"가 필요하며 협상에서의 승리도 좋지만 토지를 되찾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두 번째, 푸틴 대통령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러시아 국경 근처에 군대와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푸틴은 서방과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금지 등을 요구했는데, 이는 이뤄질 가능성이 없는 제안이라고 분석했다.

네 번째,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러시아에 더 많은 레버리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올 겨울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줄어 풍력발전이 감소하자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는 커졌다. 치르 전략가는 이런 요인은 내년에는 존재하지 않을 (침공에) 유리한 조건일 수 있다고 봤다. 침공하려면 지금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푸틴 대통령은 또 고유가 등을 활용해 6200억 달러의 예비비를 마련했고 이에 따라 서방의 경제 제재 위협에도 물러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여섯 번째, 러시아는 단지 우크라이나에서 서방의 영향을 밀어내는 것뿐 아니라 구소련 국가들을 러시아의 영향 아래 다시 넣으려는 정교하고 더 큰 계획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르 전략가는 "협상 가능성이 아직 살아있기는 하지만 서방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입하더라도 동부 지역에 그칠 것이고, 수도인 키예프까지 공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는 서방에 '러시아는 더 이상의 침략에 관심이 없다'라는 구실을 제공할 것이고, 서방 정치인들은 이번 침략을 묵인할 것으로 관측했다.

치르 전략가는 "이런 기본 시나리오는 시장에 어느 정도 가격이 책정된 것 같다"면서 "협상을 통해 해결된다면 시장에 즐거운 놀라움을 줄 것이지만 시장이 크게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더 우려되는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대만 공격을 자극할 지 여부"라고 주장했다. 이는 러시아의 침략보다 훨씬 더 심대하게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